2. 싫어!! 학교 안 갈 거야!!!!
학교는 재밌는 천국인 줄 알았어.....
"지선아 일어나!! 학교 가야지"
오늘도 엄마는 어김없이 날 흔들어 깨우고 난 못 들은 척 더 자려하지만 포기할 엄마가 아니다.
"늦잠 자면 언니 오빠들 다 가고 너 혼자 가야 하는데~~? 언능 밥 먹고 옷 입자~"
언제나처럼 엄마가 날 달랜다.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걸어가기 너무 힘들어!! 다리 아파 죽을것 같어!!"
사실이다. 아침 7시 이전에 일어나 7시 30분에는 신작로에 나가야 한다.
왕복 8km... 매일 이 거리를 걸으려니 죽을 맛이다.
다리만 아프면 다행이게?! 가방을 메고 가니 어깨도 아프고 안 하던 공부를 하려니 머리도 아프다.
"엄마 우리 학교 근처로 이사 가면 안돼? 거기 사는 친구들은 늦게 일어나도 된대. 가까워서 하나도 안 힘들대"
"그래 그래 이사 가자. 근데 오늘은 언니 오빠들 따라가자 ~ 그니까 얼른 일어나자~"
엄마도 내가 힘들 거라는 걸 알지만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다. 그저 달래는 수밖에...
"아 싫어 싫단 말이야!! 그럼 오늘은 아빠한테 경운기로 데려다 달라고 해."
내가 학교를 가야 동생들을 맡기고 밭일을 가는데 이렇게 떼를 쓰니 엄마도 이제는 속이 탄다.
"이 써글놈의 가시나가 오늘따라 왜 그래!! 언능 안 일어나?!! 학교 안 가면 맨날 놀기만 하고 바보 될래??"
참다못한 엄마가 결국 큰소리를 내었다.
난 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
언니들은 나보다 빨리 걷는데 오빠들은 언니들보다 더 빠르다.
모두가 뛰기라도 하면 난 놓치지 않으려 죽기 살기로 쫓아간다.
그렇게 힘들게 학교에 도착하면 수업시간 내내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고...
쉬는 시간은 너무 짧아서 놀라 하면 들어오라고 하고 놀라 하면 또 들어오라 하고...
귀신이 나올것 같은 화장실은 아직도 너무 무섭다.
지난번에는 참다 참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자 화장실로 뛰어가는 도중에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 그대로 오줌을
싸고 말았다. 친구들도 그 모습을 보았기에 난 지금까지도 너무 부끄럽다.
그래서일까? 친구들은 나보다 수진이를 더 좋아한다.
난 머스마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 다니느라 새까만 얼굴인데 수진이는 얼굴도 하얗고 눈도 소눈처럼 크다.
수진이도 나처럼 시골에 사는데 왜 하얗고 예쁘지?? 같은 반 쌍둥이 형제도, 수진이 동네 친구들도
심지어 종국이도 모두가 수진이를 더 좋아한다.
나도 수진이처럼 예쁘게 입혀 달라고 떼를 쓰자 엄마는 원피스며 치마를 사주었다.
까만 얼굴의 내가 치마를 입자 오빠들은 치마 입어도 남자 같다고 놀려댔다. 더 싫다!!
얼마 전에는 선생님이 봄맞이 대청소를 시켰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모두 책걸상을 뒤로 밀고 빗지락(빗자루)으로 먼지 바닥을 쓸어냈다.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양초를 주며 교실바닥의 나무를 문지르라고 했다.
손가락에 힘을 주어 양초가 부러지도록 꾹꾹 눌러 문지르자 선생님은 또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엔
마른 걸레를 주었다.
"이번에는 걸레로 반짝반짝 빛이 나도록 문대라"
팔이 떨어질 것같이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같이 하니 그것 또한 재미있었다.
한데 재미는 있었지만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그날.. 집에 절반이나 왔을까? 더 이상 걷기가 힘들었다.
"종국아 다리 아프다. 우리 좀 쉬었다 가자"
"그래"
종국이도 힘들었는지 내 말이 떨어지자 바로 주저앉았다.
우리는 길가 풀 위에 잠시 쉬어간다는 것이 따스한 햇볕에 그대로 둘 다 쓰러져 잠이 들었다.
빵빵 빵빵 빵빵 빵빵
한참을 자다 시끄러운 소리에 깨어보니 버스가 눈앞에 있었다.
기사 아저씨가 운전 중 우리를 발견하고 클락션으로 깨운 것이다.
잠이 덜 깼지만 그 순간에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땅바닥에서 자고 있냐? 얼른 타라 니네 동네 가는 길이다"
부끄러움이고 나발이고 태워준다는 아저씨 말에 신이 나서 올라탔었다.
학교가 천국인 줄 알았는데 지옥이 따로 없다.
진짜로 지옥에 가기 싫은데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고 혼내기만 하니 서러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지선아 좀 있으면 소풍 간대.
엄마가 소풍날에 김밥도 싸주고 음료수랑 과자도 싸줄게. 그니까 얼른 일어나 밥 먹자"
화를 낸 게 미안했는지 엄마가 또 날 다독였다.
'소풍?' 생각해보니 얼마 전 언니 오빠들이 소풍 이야기를 하며 보물 찾기도 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난 소풍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엄마 밥 줘!! 학교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