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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이의 슬기로운 산촌 생활 1
04화
3. 당산나무 사랑 걸렸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아카시아꽃~ 아기 진달래~~
by
아이쿠
Apr 4. 2021
40여 가구가 모여 살던 우리 동네는 하나 둘 도시로 떠나더니 이제는 열 가구만 남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집집마다 두 세명의 아이들이 있어 매일 신나게 놀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을 앞 신작로 길 위쪽에는 몇 백 년 된 당산나무가 있는데 얼마나 크고 굵은지 성인 2~3 명이 팔을 펼쳐야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을 정도다.
마을 사람들은 당산나무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
간혹 철부지 아이들이 재미 삼아 나무를 헤치는 장난을
치려 하면 호통을 치며 혼을 냈다.
그만큼 신성시하는 나무였기에 매년
정월대보름에는 큰제사를 지내며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했다.
신작로 길은 비포장 도로로 경운기가 지나가면 흙이 풀풀 날렸다. 덩치 큰 버스가 지나갈 때면 먼지구름이 더
많이 일어나는데 우리들은 그것마저도 재밌다며 그 뒤를 따라가기도 했다.
특히나 소독차가 마을에 오면
온 동네 아이들이 모두 나와 대기하다 소독약과 흙을 뒤섞어 휘날리며 앞장서는 소독차를 우리는 목구멍까지 숨이 차도록 따라다녔다.
하루 세 번 다니는 버스 외에는
차량 출입이 없었기에 신작로는
도로이자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다.
자치기, 비석 치기, 구슬치기, 땅따먹기를 손톱에 흙이 끼어 새까매지도록 하루 종일 노느라 집집마다 엄마들이 나와
밥 먹으러 가자며 재촉해야 그날의 놀이는 끝이 났다.
신작로 길 밑으로는 논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봄철 모내기한 초록의 벼가 수확기의 황금색으로 변할 때까지
매일 벼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논에서는 벼가 자라고 밭에서는 봄, 가을이면 배추와 무가 크고 여름이면 참외와 수박이 열렸다.
나락(벼)을 수확하고 텅 빈 논은
또다시 모내기를 할 때까지는 역시나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다.
특히나 눈이
내린 겨울이면 우리는 비료포대 썰매를 만들어 온 동네 논밭 위를 달렸다.
논 밑으로는 큰 시냇물이 흐르는데
마을 사람들은 냇가라 불렀다.
냇가에서는 엄마들이 빨래도 하고 아이들이 멱도 감고 다슬기도 잡았다.
수박 한 덩이 들고 가 냇가 돌들 사이에 놓아두었다 물놀이를 한참 하고 배가 고파질 때면 칼도 필요 없이
주변 아무 돌이나 가져와 수박을 쪼갠다.
예쁘지 않은 울퉁불퉁 멋대로 쪼개진 수박이지만 한 덩이씩 들고 먹는 그 맛은 쌍쌍바를 능가한다.
겨울이면 꽁꽁 언 냇가 위에서
집에서 만든 썰매를 타며 하루 종일 시합을 했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달리기 위해 썰매 다리 밑에 굵은 철사나 널따란 쇠를 장착했다.
작은 나무를 잘라 한 면에 못을 박으면 얼음을 찍고 썰매를 앞으로 나가게 하니 썰매 시합의 필수품이다.
냇가 한쪽에는 모닥불을 피워놔 놀다 추우면 모닥불 앞에서 몸을 녹이고 고구마를 구워 먹었다.
크고 평평한 돌을 딛고 냇가를 건너면 다른 마을의 입구이다.
그 마을은 밤나무가 아주 많아 밤나무골이라고도 불렸으니 가을이면 토실토실한 밤을 주우러 자주 가곤 했다.
밤나무골로 가는 길 옆에는 유난히도 무덤이 많다.
밤 줍다가 정신 팔려 해가 저물면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은 전설의 고향이 따로 없었다.
밤이 되면 무덤이 양쪽으로 갈라지고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었기에 무덤을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다.
우리는 서로 양옆으로 팔짱을 끼고 하나, 둘!! 하나, 둘!! 구호를 외치며 무덤 앞을 지나가곤 했다.
신작로에서 냇가로 내려가는 한쪽에는
시암이라 불리는 마을 공동 우물이 있다.
지금은 집집마다 수도가 설치되어
시암을 가는 일은 없으니 역시나 우리들의 놀이터 중 하나일 뿐이다.
동네 곳곳이 우리들의 놀이터라고 할 수 있다.
뒷산의 이름 모를 무덤들은 전쟁놀이 시 몸을 숨기고 작전을 짜는 우리의 중요한 군사기지이며 무덤을 에워싸고 있는 대나무 숲은 전쟁놀이에 필요한 칼과 창, 활을 만드는 무기창고이다.
신작로, 논두렁, 냇가, 뒷산의 대나무 숲과 무덤들.. 모든 곳이 나를 키운 자연 놀이터이다.
학교 주변 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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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지선이의 슬기로운 산촌 생활 1
02
1. 오늘부터 나도 국민학생!
03
2. 싫어!! 학교 안 갈 거야!!!!
04
3. 당산나무 사랑 걸렸네.
05
4. 툇마루가 있는 우리 집
06
5. 우리들의 봄소풍. 1
지선이의 슬기로운 산촌 생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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