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바지에 고급스러운 남방, 남방 위에 니트조끼, 180의 큰 키와 좋은 체격은 패션을 더 빛나게 하였습니다.
젊고 깔끔한 옷차림의 손님은 60대로 꾸안꾸 남자 스타일입니다.
오실 때마다 멋쟁이시네 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알고 보니 저의 롤모델 손님의 남편분이었습니다.
역시... 부부가 다 멋쟁이입니다.
가게 한가할 때 전 가끔 책을 읽는데 그때 kbs 천상의 컬렉션을 읽고 있는 제 모습을 보셨는지 하루는
"그 책 재밌어요?" 라며 말을 걸었습니다.
"네 심심해서 그냥 읽는데 재밌네요"
"거기에 한국 고전 미술 소개도 있지요? 몽유도원도 라든가.. 금강산..."
"네~맞아요~ 맞아"
저의 대답에 미소 짓고는 별말 없이 돌아간 손님은 그다음에도 말을 걸었습니다.
"사실 말이에요. 내가 한국 고전 미술 연구하는 사람인데 그때 그 책을 읽고 있어 나도 모르게 반가워 아는 척을 했어요. 그런 쪽에 관심 있어요?"
"아 그러셨어요? 전 미술 잘 모르는데 티브이로 재밌게 봐서 다시 한번 읽느라구요"
"호남 쪽 미술은 수도권에 비해 자료가 적어서 많이 수집하고 연구해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그래서 앞으로
내가 그런 일을 하려고 해요."
"아 너무 멋진 일을 하시네요?"
"이번에 여기에서 전시회 하는데 시간 되면 한 번 들러봐요."
"네"라고 대답했지만 아무래도 낯설어 가지는 못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오셔서 계산이 끝났는데도 머뭇머뭇하시더니 저에게 핸드폰을 꺼내 보였습니다.
"내가 얼마 전에 고전 미술 관련 티브이 프로에 출연했는데 혹시 봤을지 모르겠네"
하며 보여주신 핸드폰에는 손님의 티브이 출연 장면을 찍은 사진이 있었습니다.
"어머 진짜네요? 저 지금 티브이 출연자분과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저도 봤을 텐데요"
저의 호들갑에 손님은 쑥스러우면서도 흐뭇해하며 가셨지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많지요? 어서 종식되어야 할 텐데 말이에요."
하는 걱정과 위안으로 인사합니다. 이렇게 매너 좋은 손님은 언제나 반가운 법이지요~~
부록
어느 가을 한가로운 토요일. 저의 롤모델 님이 화가 나서 왔습니다.
"사장님 나 쓰레기봉투 제일 큰 걸로 5장 줘요"
"75L짜리 5장이요? 오늘 대청소하세요?"
"으응. 우리 창고 오래간만에 들어가 대청소하는데 세상에 웬일이니 다 남편이 안 쓰는 물건
거기다 처박아 뒀어. 쓰지 않으면 버리래도 말도 안 들어. 아니 10년 전 물건도 있어 저거 어따 쓸거야
왜 저런다니 진짜. 아 화딱지나 "
"네~오늘 고생하시겠네요..."
"아 승질나 죽겠어"
"사장님!! 이거 요구르트 드세요. 제가 심심해서 먹을라고 뜯은 건데 너무 많네요."
"아이 뭘 이런 걸 또 줘 그럼 먹고 갈까?? 아 시원하니 좋다. 그럼 나 갈게요~~~"
"네~"
근데... 혹시 그 쓰레기 더미에 보물이 있을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