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나의 첫 귀걸이

8살 내 귀에 딱 맞는 작고 반짝이는 귀걸이를 찾았다.

by 아이쿠

"오메오메 이게 누구냐?? 미영이 아니냐??"

엄마는 얼마나 반가운지 버선발로 나가 툇마루 앞에 서 있는 미영이를 안았다.

"언니!!! 엄마 일 며칠 도와주러 내려왔는데 집에 가는 길에 들렀어요."

"오메 그래야. 그래 얼른 들어와라 지선아 인사해 엄마 사촌동생이야 앞으로 이모라고 불러"

"안녕하세요"

"응 니가 지선이구나. 엄마 쏙 빼닮았네"

매일 몸빼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고무신이나 장화를 신은 엄마와 달리 미영 이모는 원피스에 구두를 신고 있었다. 예쁘게 화장을 하고 루즈도 발랐으며 귀에는 반짝이는 귀걸이를 한 이모를 나도 모르게 자꾸 쳐다보았다. '예쁘다. 서울에서 살아서 이렇게 예쁘고 세련되었구나'


엄마와 이모는 서로 손잡고 얘기하더니 금세 손뼉을 치다 웃다가를 반복했다.

옆에 있는 나는 신경도 안쓰니 지루했다. 신작로로 나가려 운동화를 신는데 한쪽에 반듯하게 놓인 이모의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 누가 있는지 주변을 한 번 살펴보고는 커다란 이모의 구두에 작은 내 발을 넣었다.

나도 또각또각 소리가 나는지 이리저리 걸어보는데 그런 나를 메리가 쳐다보았다.

혹시나 짖을까 봐 내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쉿!! 조용히해!!" 했다.


구두가 너무 커서 걷기는 힘들지만 또각또각 소리에 나도 세련된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벌써 갈래?? 아쉽다. 좀 더 놀다 가제 그러냐?"

"언니 내일 또 놀러 올게. 엄마가 기다려서..."

엄마, 이모의 대화에 놀라 얼른 구두를 벗어 가지런히 놓고 내 신발로 갈아신었다.

"지선이 여기 있었구나?? 엄마랑 이모네 놀러 와"

"미영아 시간 되면 또 놀러 와라. 너무 반갑다"

"그럴게요 언니"

이모는 엄마 말에 대답하고는 날 보며 "빠빠이" 하고 손을 흔들었다.

손을 흔들고 돌아서는 뒷모습마저 예쁜 이모를 닮고 싶다.


나는 장롱에서 얼마 전 엄마가 사준 어깨가 풍성한 분홍 원피스를 꺼내 입고 발목에 아톰 그림이 그려진

연한 분홍색의 스타킹도 신었다. 그리고 뺏간(서랍)에서 엄마가 잔칫날 바르는 루즈도 꺼내어 입술에 발랐다.

또 다른 뺏간을 뒤져 엄마의 귀걸이를 찾았는데 뒤가 똑딱이인 가짜 귀걸이라 너무 아프고 무거웠다.

아무래도 이건 안될것 같아 다시 뺏간 여기저기를 뒤져보니 새 양말의 발목과 발끝을 고정시킨 작은 은색 집게가 보였다. 살며시 작은 집게를 꺼내어 내 귀에 귀걸이처럼 살짝 집으니 가볍고 작아 내 귀에 딱이었다.

이렇게 차려 입으니 나도 이모처럼 세련된 멋쟁이가 된것 같다.



거울 앞에 서서 원피스 끝자락을 살며시 펼쳐 잡고 구두를 신은 것처럼 뒤꿈치를 최대한 높이 들고 방 안을 걷고 있는데 동생 진규가 들어왔다.

"누나 뭐해?? 같이 놀자!! 근데 입술이 왜 그래?? 귀신같아!!"

"야 넌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어! 그냥 나가 놀아!!"

"엄마!! 엄마!! 누나 입술이 이상해!!"

"야!! 야!!"

난 얼른 동생의 입을 틀어 막고서는 협박을 했다.

"너 엄마한테 말하면 가만 안 둬!!"

그리고선 엄마에게 들킬까봐 옆에 있는 수건으로 입술을 빡빡 문질러 뻘건 루즈를 닦아냈다.

옷도 얼른 갈아입었다. 학교도 끝났는데 왜 원피스를 입고 있느냐고 한소리 들을지도 모르니까.


"애들아 저녁 먹자"라는 엄마의 부름에 우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밥상 앞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던 엄마가 옆에 앉은 아빠 어깨를 살며시 툭툭 치는게 아닌가.

아빠는 무슨 일이냐는 듯 엄마를 쳐다보고 엄마는 턱으로 살며시 나를 가리켰다.

'응 왜 그러지? 루즈가 다 안 지워졌나?'

뭔가 불길하던 그때, 엄마는

"지선아 귀걸이 이쁘다"

하고는 아빠와 소리 내어 웃었다.

"귀걸이?? 나 귀걸이 없는데??"

'앗!!! 양말 집게!! 깜빡했다'

갑자기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엄마는 생각도 못했네"

"놔둬라. 애 부끄럽게" 아빠가 내 편을 들어주니 고마웠다.

하지만 너무 창피해 얼른 집게를 귀에서 떼어내고서는 고개를 더 처박고 모르는 일인 척 밥을 먹었다.

"지선아 그런 귀걸이는 아빠가 평생 사줄게. 걱정도 하지 말어라"

라는 말로 아빠는 인심을 썼다. 아빠가 더 나빠!! 아까 고마워한거 취소!!

'루즈 바르지 말걸!! 귀걸이 하지 말걸!!

나는 오늘 멋쟁이가 되려다 동생과 엄마에게 놀림만 받았다... 서울 멋쟁이 되기가 쉽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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