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도 중요하다

by Kelly

1. 현과 송진


바이올린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바이올린에 관한 것이면 무엇이든 궁금해졌다. 악기를 좋은 걸로 바꾸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적은 돈으로 새로운 기분을 낼 수 있는 것이 바이올린 현과 송진이었다. 서툰 목수가 연장 탓하는 법이긴 하지만 어떤 때는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다. 혼자 고르기 어려워 인터넷 바이올린 카페를 기웃거리며 정보를 얻기도 하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했다.


바이올린 현으로는 도미넌트나 에바가 널리 알려져 있고 둘 다 성질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무난하다. 보통은 도미넌트를 많이 끼고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에바는 연주회 며칠 전에 갈기도 한다. 적게는 5만 원부터 15만 원까지 보다 다양한 수많은 줄이 있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뒤에 라센이라는 환상적인 줄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고, 나에게는 맞지 않았던 임펠트 사의 줄을 색깔별로 써 보기도 했다.(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줄은 한 번 끼우면 적어도 몇 달은 써야 해서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가끔 너무 마음에 안 들 때는 바로 빼어 보관하기도 한다. 바이올린이 여러 개라 그렇게 뺀 걸 다른 데 끼우면 좋은 소리가 나기도 했다. 줄과 악기, 악기와 활 등 서로 잘 맞는 짝이 있다.


송진의 종류도 줄 못지않게 많은데 연습용 악기에 들어있는 것보다는 1~3만 원 대의 것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전 교회 챔버 악장님이 다른 분께 송진을 빌리다 연습용이어서 사용하지 못하고 난처해해 내 걸 빌려드린 적이 있었다. 잘하는 사람은 아무 거나 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요즘은 8만 원 대의 송진도 인기다. 써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많은 분들이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는 걸 보면 나쁘지 않은가 보다. 나는 요즘 꿀이 함유된 송진을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기본적으로 활털에 발라 마찰을 키우기 위함이지만 부드러운 소리가 나게 하는 게 있고 밀착감이 높은 것도 있어 취향에 맞게 혹은 곡에 따라 바꿔 사용하기도 한다.


한동안 계속 사다가 요즘은 좀 수그러들었다. 사 볼 만큼 사 봤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오래 사용 가능한 송진이 여러 개라 앞으로 당분간은 살 일이 없을 것 같다. 인터넷 카페에 보면 턱받침이나 어깨받침, 테일 피스 등을 교체하시는 분들이 있다. 남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미세한 차이에 민감한 경우 그럴 수 있다. 거기까진 크게 관심이 없어 악기 수리점에서 특별히 이야기하지 않는 한 그냥 원래의 것을 사용한다. 이상하게도 남들은 까다롭게 고른다는 어깨받침은 아무 거나 써 봐도 다 비슷한 것 같다. 너무 무겁지 않고, 안 빠지고 내 몸에만 맞으면 된다. 이상하게 다들 만족한다는 쿤 제품을 쓰면 뒷목이 아파 그것만 다른 분께 드렸다.


전문 연주자들 중 도미넌트만 자주 새 걸로 바꿔 끼우는 분도 있고, 한 교수님처럼 에바를 2 년째 사용 중인 분도 있다. 몇 년 전 유명을 달리한 바이올리니스트는 생전에 자신이 사용해 본 여러 현의 성질과 조합에 대한 글을 써 두기도 했다. 오랜 세월 좋은 소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실험들을 했을까?



2. 활 교환 사건


한동안 사용하던 활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심하다 레슨이 끝난 후 교수님께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 연습을 더 많이 해야지 장비 탓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교수님이 바로, “장비도 중요합니다.”라고 말씀하셔서 의외였다. 에바를 2년째 장착 중인 교수님이 활이 중요하다고 하시며 교환해 보는 건 어떤가 하고 말씀하셔서 구입했던 곳에 가져가 바꿔달라고 하기 미안해 프랑스 활이면 보상판매가 가능하다는 다른 공방을 찾았다. 그 공방 주인 분이 밝은 스탠드에 자세히 보더니 끝부분이 깨졌던 활이라고 말씀하셨다. 보증서 있는 프랑스 활이라고 해서 나름 큰돈을 주고 샀던 건데 깨진 활이었다니……. 육안으로는 구별이 어렵지만 분명히 부러져 수리한 활이라고 말씀하시며 구매가 안 된다고 하셔서 할 수 없이 샀던 그 활을 샀던 판매점에 갔다.


판매점 주인은 그 이야기를 듣더니 화를 내시며 누가 그랬느냐고 계속 묻는 것이다. 말씀드리기가 민망했지만 활 바꾸고 싶어 지어낸 말로 생각할까 봐 공방을 알려드렸더니 다짜고짜 전화해 부러진 것 아니면 책임 질 거냐고 서로 나쁜 말까지 섞으며 이야기했다. 전화를 끊고 갑자기 따라오라고 하더니 근처 가게에 있던 다른 분께 이 활 부러진 거냐고 묻자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데 무늬인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판매점 주인은 옆 가게 주인 분과 나를 데리고 부러진 활이라 말해 준 공방으로 갔다. 경찰을 불러야 하는 건 아닌지 큰 싸움이 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따라갔다. 매장에 있던 공방 주인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주차장에서 엑스레이 찍어 부러진 건지 확인해 보겠다며 왜 그런 말을 함부로 한 건지 따졌다. 공방 분은 그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자신이 보기에 부러진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했다. 옆에 있던 근처 가게 주인 분과 나는 끼어들 수가 없어 보고만 있었다.


한참을 옥신각신 하다 더 이상 길게 끌어 좋을 것 없다고 생각하신 건지 판매점 주인 분이 갑자기 화해를 청하셨고, 둘이 악수한 후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판매전 주인 분이 엑스레이 한 번 찍어 보고 정말 부러진 것이면 바꿔주시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활을 몇 개 꺼내 놓으시며 그 활보다 다 좋은 거라며 다른 걸로 가져가라는 게 아닌가.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탄력 없는 활에 불만이 많았던 터라 하나를 집었다. 다행히 바꿔 온 활은 그전 것보다 훨씬 좋아서 지금까지 잘 사용 중이다.


원래 부러진 걸 파신 건 아닐 거라 믿는다. 교수님의 말 한마디에 시작된 활 교환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다음 레슨 때 교수님이 훨씬 좋은 것 같다고 하셔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전 활 살 때 고가임에도 한 번 켜 보지 않고 산 내가 잘못이긴 하다. 한 번 사면 되팔기도 어려운 악기들, 구입할 때 신중을 기해야겠다.




3. 턱받침 커버 아이디어


귀걸이도 은이나 금으로 된 침만 사용해야 덧나지 않는 나는 바이올린 연습을 한창 많이 했을 때 왼쪽 턱 아래 부분에 상처가 크게 났었다. 딱지가 않고 피가 날 정도로 심했다. 초보 때는 그런 상처 한 번 생겨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생기니 너무 쓰라렸다. 졸업연주 준비할 때가 여름이어서 땀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융 천을 대고 하기도 하고, 면으로 된 커버를 이니셜까지 새겨 가며 주문 제작해 씌운 적도 있는데 이물감 때문에 다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다이소에서 구두 앞굽 부착용 패드를 발견했다. 천 원에 두 개. 턱받침에 대 보니 모양도 비슷하고, 뒤에 끈끈이가 있어 한 번 붙이면 쉽게 떨어지지 않아 몇 달 정도 사용 가능하다. 투명한 색과 검은색이 있는데 둘 다 비슷하다. 이 이야기를 많은 이에게 했는데도 주변에 사용하는 사람이 많진 않고 있다. 이걸 사용한 후로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아서인지 정말 효과가 있어서인지는 모르지만 상처가 거의 없어졌다. 천 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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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활털 교환기


활털을 한 번 가는 데 적게는 5만 원에서 15만 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원래 전공자는 3개월이나 6개월, 입시나 콩쿠르를 앞두고는 한 달에 한 번씩 갈기도 한다. 보통은 1년 정도 사용하는데 이번에 안 간지 2년이 되어가는 것 같아 교환하러 서초동에 들렀다. 인터넷 카페에서 저렴하게 한다는 곳을 발견하고 찾아가 5만 원에 교환을 하며 악기 사운드포스트와 브릿지도 새로 했다. 악기는 소리가 훨씬 나아져 만족스러웠지만 활털은 송진을 잘 먹지도 않고, 중간에 투명한 부분 두 개 정도가 있어 고른 소리가 나지 않았다. 처음 몇 주는 모르고 사용했는데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그랬던 것이다. 혹시 손에 바른 로션이 묻은 건가 하고 물을 묻혀 닦기를 여러 번 해도 변함이 없어 결국은 활털을 전문적으로 교환해 주는 곳에 가서 다시 갈았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비지떡을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왠지 맛있을 것 같다. 저렴한 걸 워낙 좋아해서 싸다면 앞뒤 안 가리고 사는 경향이 있다. 일 년 혹은 이 년에 한 번 가는 활털은 앞으로 좋은 것으로 교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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