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악기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현악기는 정기적인 점검이 꼭 필요하다. 소리를 결정하는 바이올린 속 작은 막대 사운드 포스트가 잘 서서 지탱하고 있는지, 터진 곳은 없는지 계절이 바뀔 때, 혹은 큰 연주회가 있을 때 공방을 찾는다. 주로 서초동에 많은 공방들이 모여 있지만 전국적으로 지역마다 크고 작은 공방들이 산재한다.
공방을 운영하시는 분들 중에는 현악기를 하다가 제작과 수리에 더 관심이 생겨 그쪽 길을 걷는 분들도 계시고, 그 일을 하다가 악기 레슨을 받는 분들도 있다. 연주를 해 보신 분이 더 악기 수리를 잘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나는 가지고 있어서 그런 분들을 신뢰하게 된다.
연습용 악기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비싼 악기는 아무에게나 맡길 수가 없다. 잘못 건드렸다간 후에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오래된 고가의 악기들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공장에서 찍어낸 바이올린에 비해 섬세하고, 잘 말라 있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손상이 갈 수 있다. 그래서 무턱대고 공방을 찾기보다는 믿을만한 분의 소개로 가게 된다.
언제인가 한 번은 지나는 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말이어서 대부분의 공방이 문을 닫은 시간) 들어갔던 공방에서 시간만 낭비했던 경험이 있다. 다행히 돈을 요구하지는 않으셨지만 오래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어색한 시간을 보냈다. 그 후로는 항상 아는 분 소개로 공방을 찾는다. 예전에 레슨 받던 교수님의 소개로 알게 된 공방에 오늘도 다녀왔다. 코로나로 불경기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안에는 그분이 만들거나 구입한 후 손을 봐 판매하는 악기들 중 구매를 위해 시연 중인 분과 연습실을 사용 중인 분들이 계셨다. 오랜만에 찾았기 때문에 건재함을 과시하는 활기에 마음이 놓였다. 악기를 고르는 분의 연주를 잠시 들었는데 바이올린 음색이 정말 아름다웠다.
오늘 공방을 찾은 이유는 얼마 전 얼떨결에 소리에 빠져 덜컥 구입한 악기의 세팅을 손보기 위해서이다. 저음 쪽은 또랑또랑하고 예쁜 소리가 나는데 고음 줄은 특정 음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났고, 기본적으로 소리가 귀가 아플 정도로 커 공방 갈 기회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 이사하신 부모님 댁도 들를 겸 겸사겸사 다녀온 길, 며칠 후 변신해 있을 바이올린 소리가 기대된다. 그전에 악기 세팅을 바꾸는 것만으로 드라마틱할 정도의 효과를 익히 경험했기 때문에 브릿지와 사운드포스트만 바꿔도 얼마나 마법적인 효력을 발휘하는지 알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들이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표준적이고 수학적인 치수를 기준으로 악기를 판단하고 세팅한다는 것이 단순 연주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신기할 따름이다. 연주를 배우는 만큼이나 큰 열정으로 유학을 떠나는 악기의 장인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있다. 그들이 돌아와 차린 공방과 제작소는 연주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잠자고 있던 악기를 깨우는 공방의 신비한 손길들, 오늘도 묵묵히 바이올린 본연의 소리를 찾아가고 있을 그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를. 참 그리고 신기한 사실 하나. 내 악기들의 음색이 서로 닮아간다. 부모를 닮아가는 자녀들처럼. 저번에 들렀던 또 다른 공방의 마스터 한 분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쉿! 욕하지 마세요. 악기들이 다 들어요.’ 의인화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의 악기들, 나의 분신들, 앞으로도 아끼고 사랑할 나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