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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사이로 피어나는 초여름 풍경

by 한 율
사진: 한 율


노란 물결, 큰금계국의 밝은 인상


5월부터 9월까지 도로변과 공원을 환하게 물들이는 노란 꽃. 노란 꽃은 바로 ‘큰금계국’이다. 멀리서 보면 코스모스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금계국의 색이 더 진하며 꽃잎 또한 더 크다. 군락을 이루어 피는 큰금계국의 모습은 마치 노란 융단을 깔아놓은 듯이 장관을 이룬다. 화려한 큰금계국꽃의 모습은 아름다워 전국 각지에서 조경용으로 심어져 있다.


외래종의 등장, 북미에서 온 손님


큰금계국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외래종이다. 1950년대에 관상용으로 국내에 들여오기 시작하여 점차 화단, 도로변으로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꽃길 조성을 하는데 일조했지만, 번식력이 매우 강해 흔한 야생화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큰금계국과 금계국의 구별법


큰금계국은 비슷한 이름을 가진 ‘금계국’과 닮은 점이 많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존재한다. 큰금계국은 키가 30~100cm로 금계국의 키인 30~60cm보다 크고, 꽃의 지름도 4~6cm로 큰금계국보다 더 크다. 큰금계국은 꽃 전체가 노란색이고, 씨앗과 뿌리로 번식하여 생명력이 강하다. 금계국은 꽃 가운데에 붉은 무늬가 있으며 번식력은 약하다. 도심에서 흔히 보이는 것은 대부분 큰금계국이다.


사진: 한 율(Coreart)


생태계 교란종이 된 큰금계국


큰금계국은 생명력이 너무 강해 우리나라 토종 식물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 씨앗과 뿌리로 빠르게 퍼지며,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뿌리가 엉켜 토종 식물의 성장을 막는다. 주로 하천이나 산 절개지, 도로변 등에서 대규모의 군락을 이루는 큰금계국. 이러한 점으로 인해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다.


활용과 효능, 그리고 논란


큰금계국은 관상용뿐 아니라 꽃차, 약재 등으로도 활용된다. 한방에서는 혈액순환, 해독, 부기 제거 등에 쓰인다. 그러나 번식력이 너무 강한 탓에 최근에는 심지 않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일본 등의 일부 국가에서는 재배와 유통을 금지할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아름다움과 책임 사이


큰금계국은 동전의 양면처럼 화려한 아름다움과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시에 지니고 있다. 노란 꽃의 물결은 보는 이에게 기쁨을 주지만, 그 이면에는 토종 식물에 대한 위협과 생태계에 초래할 변화가 있다. 이제는 큰금계국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우리나라 토종 식물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고민해야 할 때다.


사진: 한 율


초여름, 숲의 초입에 들어서며


숲 속으로 들어가는 입 언덕길. 햇살은 비스듬히 담장을 타고 흐른다. 잎사귀 끝에는 초록빛이 맺히고, 인적이 드문 길 위에는 고요가 감돈다. 더운 열기를 품은 바람마저 잠시 멈춘 공간. 한산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동안 잊고 지낸 기억들이 살아난다.


그렇게 지나간 기억들에 사로잡히면, 현재의 시간을 까맣게 잊는다.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빛과 그림자가 한데 얽힌 풍경을 응시한다. 눈으로 담은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다시 지금의 순간을 느낀다. 벽에 비치는 햇살과 그림자, 초록빛 녹음의 대비. 더운 바람에 스민 풀냄새가 주위를 감돈다.


사진: 한 율


데이지 꽃과 닮은 계란꽃 '개망초'


개망초는 여름 들판과 길가, 공터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국화과 두해살이풀이다. 줄기는 30~100cm까지 자라며, 잎과 줄기에는 짧은 털이 나 있다. 꽃은 6~8월에 피고, 흰색의 혀꽃과 노란 중심부가 계란 프라이를 닮아 ‘계란꽃’이라고도 불린다.


개망초는 우리 주변에 흔한 만큼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소박한 아름다움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꽃임을 알게 된다. 들판 곳곳을 흰색으로 수놓는 개망초 꽃은 여름 풍경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사진: 한 율


개망초 이름의 유래와 꽃말


‘개망초’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슬픈 역사가 담겨 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개망초는 일제강점기 철도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나라가 힘들던 시기에 전국적으로 번지면서 ‘망할 망(亡)’ 자가 들어간, ‘망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기에 ‘개’ 자가 더해져 볼품없다는 의미를 더했다.


실제로는 망초보다 꽃이 아름다우며, 꿀을 가지고 있어 나비와 벌이 자주 찾는다.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로, 소박하지만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힘이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멀리 있는 사람을 다가오게 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사진: 한 율


점차 익어가는 초록의 기다림


초여름의 햇살 아래, 사과들은 불그스름한 빛을 머금기 시작한다. 아직은 초록빛이 강한 사과. 바람이 스치면 잎과 잎이 부딪혀 사그락거리고, 그 사이에 숨은 사과들은 발그레 익어간다. 오손도손 뭉친 다른 빛깔의 사과들이 영그는 과수원.

초록 사과에게 지금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뜨거운 햇살과 바람, 토양의 온기는 사과에 차곡차곡 쌓여 고유한 색을 입힌다. 계절의 손길이 맞닿은 사과를 보며, 우리의 삶도 서서히 영글어 감을 느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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