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꽃말, 전설, 다양한 감정
따가운 태양빛이 내리쬐는 한여름인 7월. 무더위 속 골목길을 걷다 보면, 담장 위로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능소화가 눈에 들어온다. 고즈넉한 담장벽에 핀 능소화. 겹겹이 난 초록 잎사귀와 주황색의 능소화 꽃의 대비.
여름이 올 때마다, 햇살을 맞아 밝게 빛나는 능소화를 사진으로 기록한다. 이번 글에서는 사진으로 담은 능소화와 꽃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능소화의 꽃송이는 나팔 모양으로 크기가 크고 화려하다. 한 송이로도 인상적이지만, 무리 지어 담벼락에 핀 능소화의 모습은 더없이 우아하다. 부드러운 주름이 잡힌 꽃잎이 햇살 아래서 은은하게 빛난다. 능소화의 꽃은 크기가 7~10cm 정도로 크기가 비교적 큰 편이다.
능소화의 잎은 깃털 모양의 복엽이다. 평균적으로 1개의 잎에 7~11개의 작은 잎이 달린다. 능소화라는 꽃의 이름은 ‘하늘을 오르는 꽃’을 의미한다. 덩굴식물답게 담장이나 나무, 벽을 타고 10m 이상까지 뻗어 오르며, 여름 내내 고운 주홍빛으로 골목을 물들인다.
능소화의 개화 시기는 6월에서 8월 사이로 우리의 여름과 함께하는 꽃이다. 한 송이의 능소화 꽃은 보통 1~2주 정도 피어 있다 저물지만, 전체적으로는 두 달 가까이 여름을 물들인다. 능소화는 다년생 덩굴식물이다. 그래서 겨울을 지내고 해가 바뀌면 새로운 줄기와 잎이 자라난다.
능소화는 원산지가 중국인 꽃으로, 한국에서 자생한 토착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주변의 주택가 담벼락, 골목길, 오래된 한옥 등지에서 능소화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에 피는 꽃이 드물기에 능소화는 배롱나무와 함께 대표적인 여름꽃으로 언급된다.
능소화가 꽃송이째로 군데군데 떨어진 장마철 여름날. 먹구름의 회색빛을 머금은 하늘 아래, 능소화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한 순간을 고스란히 담고 싶었다. 그래서 카메라를 바람의 부는 방향으로 흔들어 초점을 빗나가게 한 뒤, 흔들리는 능소화의 모습을 찍었다.
능소화는 꽃을 피우는 개화의 순간보다 꽃송이가 송이째로 툭하고 떨어질 때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바닥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는 능소화의 낙화는,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자의 뒷모습처럼 쓸쓸하면서도 찬란한 애상감을 품고 있다.
능소화의 꽃말은 크게 4가지로 ‘명예’, ‘영광’, ‘그리움’, ‘기다림’이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꽃말인 ‘명예’와 ‘영광’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자에게 어사화로 꽂아주던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담장을 타고 하늘을 향해 오르는 능소화의 모습이 높은 지위와 명예를 상징한다고 하여, '양반꽃'으로 불리며 양반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또 다른 꽃말은 바로 ‘그리움’과 ‘기다림’이다. 이러한 능소화의 꽃말과 관련된 오래된 전설을 하나 소개한다. 옛날에 한 궁녀가 임금을 그리워하며 담장 아래에서 평생을 기다리다 능소화 꽃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만개한 능소화 앞에 서면,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선연한 주황색 꽃잎, 담장을 타고 흐르는 초록빛 덩굴, 바람에 살랑이는 작은 잎사귀까지. 그러한 모습이 왠지 모르게 능소화의 꽃말과 관련된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스쳐 지나간 어느 여름날의 한 장면, 소중한 사람을 기다리던 시간,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차례대로 피고 진다. 능소화는 매년 여름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그럴 때면 능소화 아래에서 조용한 침묵으로 답한다. '지나간 어떤 순간과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아직까지 기다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