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창작의 유통기한

팔리지 않을 나의 음악들을 위하여

by 한 율


나의 음악들은 나의 이야기를 근간으로 한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들이 나의 음악을 구성하고 이를 대표하는 셈이다.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음악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본인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개해 나가기 때문에 이를 심지가 굳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음악을 만들 때마다 자기 자신을 소모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치 붙을 붙인 심지가 타들어가는 듯이 말이다.


음악에서의 자기 소모.


자신의 삶이라는 바운더리 안에서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스스로 경험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예상하는 변화의 폭 역시 커가면서 점차 좁아진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고 일정한 영역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드라마틱하게 삶이 뒤바뀌는 변화보다 어제와 비슷하게 이어질 하루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쳇바퀴를 돌 듯 비슷한 내용이 음악 속에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 맞닥뜨리면 흔히 매너리즘을 겪게 된다.



‘무언가를 만드는 능력도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지 않을까.’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추후의 결과물은 자기 복제 수준으로 과거의 결과물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창작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이러한 문제와 직면하고 나서 꽤 오랜 기간 고민을 했었다.


물론 무엇을 하든 꾸준함은 중요하지만 꾸역꾸역 억지로 음악을 이어나가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 버거웠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풀리지 않을 문제들을 눈앞에 쌓아두고 하염없이 머리만 감싸 쥔 채 고민하듯 시간을 보냈다.


수십 개가 넘는 미공개곡은 이미 적당한 시기를 놓쳐버린 듯 세월이 더깨로 쌓여있었다.



많은 고민 끝에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노래들을 들어보았다.


그중에서도 누자베스의 음악들이 유독 새롭게 들렸다.


누자베스(Nujabes)는 교통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이제는 그가 만든 새로운 누자베스의 음악들을 접하기 힘들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지만 과거의 어느 시점에 멈춰 있는 그의 노래들.


그래서 그런지 누자베스의 음악을 듣다 보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로 이끄는 질감이 노래 안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만약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리움과 후회 중에 어느 감정이 더욱 크게 느껴질지 눈을 감고 곰곰이 되짚어보았다.


그러자 티브이의 채널을 돌릴 때 화면이 바뀌듯 과거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스쳐 지나갔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을 지금 다시 그려보면 어떨까.


이 또한 과거의 자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과 같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꼭 해보고 싶었다.


여러 기억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풍경을 음악으로 다시 그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떠보니 아련한 늦가을 저녁 내음이 코끝에 어려있었다.




코레아트 앨범 아트워크


Coreart - NUJABES


늘어진 테이프를 다시 감아 지지직거리는 소리

기억 속 주파수는 과거로 맞췄지

이 노래를 처음 듣던 그 시절로 잠깐

눈만 깜박였는데 흘러가서 아쉽진 않니

밤하늘을 보며 스스로 다짐한 성공

아직까지 별 볼일 없는 밤은 또 깊어

희미한 별빛을 안고 떠나 하나둘

빛이 바랜 추억 틈엔 잊고 살던 이름들

지금은 나 홀로 그려보는 것들 중엔

별이 된 친구가 보낸 새벽녘 메시지도

함께 볼 수 없는 풍경 속 미안함을 건네

다시 한번 걷고 싶은 어릴 적 그 동네

낮은 담장 너머 구부러진 골목길

해가 지는 언덕으로 무작정 뜀박질

손에 잡힐 듯 보였어 모든 것이

크고 나니 고작 손에 쥐려는 건 종이



C'est la vie, as they say L-O-V-E evidently, see every song has a sequel

Never same, everything but the name, all fresh just like back then, how we do everyday

C'est la vie, as they say L-O-V-E eloquently, see every dream has a part two

Never same, you got to keep it tight, always just like back then, now hear m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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