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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Oct 19. 2023

양배추의 동물원 적응기

직장수난시대 #12

* 또 한 번 실패하는 일이 부끄럽지만, 용기 내어 한번 더 실패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다 아프고 나면 그땐 그랬었다고 말하기 참 쉽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 분리되어서 그때의 나는 늘 어리고 미성숙하고, 지금의 나는 늘 다 커버린 체를 한다. 다 지나간 것이기 때문에 포장하기가 쉽다. 그때가 얼마나 날것이었는지를 까먹은 채 좋은 말들로 나의 경험을 성인군자마냥 묘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부끄러워도 날것의 나를 끄집어내어 공유해 보기로 했다. 그저 부디 날것의 나를 비난하지 말아 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아니면 나와 같이 비난하자. 성인군자가 된 체하면서.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고 그때는 재밌게 썼던 분노의 소설이 그 당시 내 날것의 모습이었다. 회사에 동료에 분노가 차올라서 집에 오는 길에 화풀이용으로 메모장에 마구 마음을 써내려갔더니 욕이 참 많이 쓰였다. 혹시 읽다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드신다면 미리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욕해서 죄송합니다.



메모장 소설 -

제목 : 양배추의 동물원 적응기


동물들이 사는 세상에서 난 양배추다. 다들 날카로운 발톱을 갖거나 부리를 가졌는데. 난 양배추다. 오늘도 염소 저 새끼가 여물로 양배추를 쳐먹는다. 아얏. 아프다. 저 새끼가 내 옆구리를 파먹었다.
염소 저 놈은 날 이 회사에 소개해준 좋은 놈인데. 염소는 아무거나 쳐먹는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생각해 보니 대학시절에도 그래서 저 염소 놈과 거리를 둔 거였지... 아 시발놈.


저 새끼가 매일 내 옆구리를 파먹어서 몸뚱이가 없다 이제. 남은 건 양배추 잎 한 장뿐. 안 되겠다. 최대한 끝부분을 오므리자 소름 끼치는 염소 울음소리가 들린다. 염소가 힘들다고 투정 부리고는 거북이에게 말한다.


“거북이씨. 바람 쐐러 나갈까요?”

“잠시만요. 저 이거만 하면 같이 나가요.”


맨날 둘이서면 바람을 쐔다. 저 염소 놈, 거북 대리와 거북하게 쌍쌍바로 붙어서는 종종 책상에 함께 엎드려 눈 마주치며 쿡쿡 댄다. 니들 오피스 허즈밴드 와이프 같아 보인다고 하면 되려 화를 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진짜 이상한 것 같애. 뭐 여자랑 남자랑 붙어있으면 다 그렇게 생각하나 봐. ”


아니 니들 행태가 성인남녀가 할만한 행동이냐? 나는 다만 붙어서 킥킥대며 나가는 둘을 노려보았지만 거북이는 모른다. 염소가 지 주변에 똥을 뿌려대는지. 왜냐면 염소는 거북이의 친구이고 거북이에게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저 양배추가 너 몸에 똥을 퍼질렀어.”


그러거나 말거나 거북이는 죽었다 깨어나도 염소를 의심할 단 한 톨의 생각조차 없기 때문에 염소와 붙어 다닌다. 염소는 거북이가 자신의 연인 거북이를 만나러 가면 어린 라마를 꼬시러 클럽으로 간다.


염소는 정말 쉼 없이 돌아다닌다. 바람 쐬고 와서 정작 점심에는 밥 안 먹는다고 했으면서 점심시간 지나서 양배추 샐러드를 아삭아삭 씹어 먹는다. 소름 끼쳐 저 살초자 새끼.


대체 하늘이 내게 대체 무얼 가르치려 이러나. 지겹게 반복되는 같은 상황. 내가 무언가를 잘하면 꼭 질투하는 이가 나오고, 나는 선의인데도 자신을 와해한다고 오해하는, 이 서로를 시해하려는 지겨운 상황. 스스로에게 회사에 나와서도 대체 이 인간들을 만날까 되묻는 상황.

아니. 안 볼 것 같다. 솔직히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들기 전에는 꽤 기대했다. 우리가 잘 지내는 모습을. 하하 호호 정겨운 모습을.

염소는 모두가 날 조금씩 싫어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모두가 날 싫어하면 자신이 배불리 저 남은 양배추 한입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을 이어가며 웹스크롤을 굴리면 머리가 아프다. 일을 하려고 그러면 동물들이 나를 짓밟고 지나가고 나를 치고 지나간다. 아얏 저 새끼 때문에 내 배춧잎 찢어질 뻔했다. 우리 동물원에는 철장이 없다. 그게 문제다. 모두 어느 정도 배웠고, 어느 정도 개념이 있을 테니까 니들이 알아서 잘 지내봐하는 대표님의 경영 철칙 때문일까. 모두 ‘철장’이라고 쓰이기만 한 글자 위를 밟고 자유로이 지나다닌다. 피곤해서 회사에 나오기 싫으면 아프다고 거짓말 치고 재택근무를 하고. 실제로 회사용 막이 칸이 없어서 눈을 살짝만 굴리면 오리가 뭘 하는지 너구리가 뭘 하는지, 반대편 염소랑 대머리 독수리가 무슨 생각인지 적나라한 표정이 보인다. 부담스럽다.


오리는 이 회사에서 가장 오래된 과장님이다. 피차 오리나 거위나 내 눈엔 다 같아 보이는데 오리는 늘 자신이 거위가 아니라고 불평한다. 자신이 돈을 벌려고 열심힐 일하고 소득을 챙겨갔는데, 2년간 1억은 족히 모았다고 으스댔으면서 정작 회사가 자신을 거위 취급 안 해 준다고 짜증이다. 내가 "오리씨. 오리씨는 그대로, 오리인 그 자체로도 너무 멋져요." 하자 기분 나쁜 표정으로 나를 째려본다. 아우씨. 그래서 최대한 말을 삼가기로 했다. 어쩌면 나로 인해 자신이 싫어하는 모습을 계속 마주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하는지도 모르니까. 난 오리를 좋아하니까 입도 잎도 다물어버렸다.


내 생각에 이 동물원에서 가장 피곤한 건 사육사다. 눈 돌리고 오면 오리가 꽥꽥대며 이런 동물원에 나 같은 거위가 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고, 대머리 독수리가 자고, 너구리가 몰래 빠져나가려 하고, 특히 저 염소가 메에메에 거리며 똥 퍼질러 다니면 답이 없다. 아니. 나한테 답이 없다. 정신없는 와중에 양배추도 들어왔다. 제길. ‘그냥 생각하질 말자. 좋은 게 좋은 거지.’ 생각하면서 네가 대머리던 오소리던 일만 잘하고 성과만 좋으면 이해하겠다는 모습이 종종 내비쳐진다.


이 정신없는 동물원에서도 나를 좋아해 주는 동물이 딱 한 마리 있다. 너구리다.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염소가 너구리 욕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나도 너구리를 싫어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역시 동물은 직접 겪어봐야 한다. 개념 없는 너구리다. 걔 진짜 이상하다. 선배 존중이 없다. 생각이 없다. 말을 이딴 식으로 한다. 등등 염소가 한 말과 다르게 의외로 너구리는 친절하다. 이상하게 오히려 나를 적극적으로 도운다. 혹시 설익은 생양배추 잎 한 장인 나를 고기정식이라 착각하는 건 아닐까. 이것은 배추인가 고기인가 생각해서 나를 돕다가 '뭐야. 이거 양배추잖아!'하고 갑자기 이빨을 드러낼까 무서웠다. 혹시라도 날 다른 의미로 마음에 들어 해서 달콤하다 착각하고 홀랑 먹어버리려는 거면 어쩌나 때때로 무서움이 덮쳐오지만 뭐. 별 수 있나. 우선을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지금까지 많지 않은 동물을 소개했는데 사실 이 동물원 실세는 사마귀다. 평소에 몸을 숨겨서 다들 조그만 줄 아는데 사실 이상학적으로 덩치가 커서 호랑이 철장에 사는 저 사마귀는 우리 동물원에서 유일하게 반짝이는 진짜 철장에서 살고 있다. 처음엔 나도 작은 줄 알고 다가갔는데 철장 사이로 집게발이 훅하고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 다행히 가벼운 이파리 한 장인 나는 그의 날렵한 집게발 바람에 날려 살짝궁 멀어진다. “어라? 크네?”하는 외마디 외침과 함께.


그런 생각을 하는데 대머리 독수리가 유리문을 열고 들어와 상무님, 아니, 사마귀에게 법카를 내민다. 독수리는 카드 내밀다 숙여진 머리에서 화려한 모자를 떨구고는 황급히 줍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대머리를 다시 감준 뒤 위엄 있는 모습을 되찾는다. 오리와는 살짝 다르게 그는 자신이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한다. 대머리 독수리는 저에게 날개가 있다는 걸 자꾸만 잊어서 반짝이는 펄로 가득한 페도라를 날아가다가 떨구고 날아가다 떨군다. 자꾸만 날아가서 차라리 그 모자 안 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렇게나 집착이다. 그러면 염소와 거북이와 오리는 삼삼오오 모여서 독수리를 보며 깔깔댄다. 내 눈엔 깔깔대는 니들이나 독수리나 똑같다. 염소는 똥 퍼지르며 웃고, 오리는 꽥꽥거리면서 웃고, 거북이는 염소 똥 뒤집어쓴 채로 웃는데, 저들 웃긴 건 안 보이나 보다.


그래도 독수리는 우리 동물원 중에서는 나름 자기 사랑이 가장 투철한 동물이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헬스장에 가 몸을 가꾸고, 말투도 굉장히 세련되었다. 주어진 일을 못한다고 비웃음 당해서 그렇지. 매번 나간다 나간다 입이 마르고 닳도록 말하면서 안 나가서 그렇지. 본인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만 알면 모자 따위는 잊고 훨훨 날 동물이다.


이 동물원에 들어온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몇 되지 않은 동물들 사이에서 양배추인 내가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걱정.



사실은

사건의 경위


사건의 경위는 이러했다. 친구가 직장에 대한 내 불만을 듣더니 자기 회사로 오는 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가뜩이 지옥 같은 회사에 찌들었는데, 잠시 그 말을 듣고 마른하늘에 동아줄에 내려온 기분이었다.


"아냐. 나 지금 회사 관둘 생각 없어."


힘들었으면서도, 폭언하는 상사와, 어떻게든 시비 걸려는 동료들과, 넘치다 못해 과분한 일에 짓밟혔으면서도 하는 일이 너무 좋아서 버티려고만 했었다. 커리어를 위해 꾹 참고 견디려 거절했지만, 친구의 말은 일을 하다 문득문득 떠올랐고, 폭언을 들을 때 문뜩 떠올랐고, 동료가 괜히 째려보고 지나갈 때 떠올랐다. 그렇게 친구의 회사에 취직을 했다.


물론 이력서에 시험에 2차 면접을 보고 들어간 회사지만, 친구가 초대했기 때문에 더 관계가 편하고 좋기보다는 오히려 신경 써야 할 게 더 많았다. 친구가 적극적으로 관계를 구축하고 도움을 줄거라 생각했지만, 결국은 각자도생이었다. 회사 내에서 사람들은 종종 업무 결과 때문에 싸웠고,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영업해 영입했는지에 따라 소득이 결정되는 구조에 친구는 종종 너구리와 싸웠고, 오리 과장은 사마귀 이사와 치열한 눈치싸움을 했다. 편이 갈린 판에서 난 어느 편도 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싶었다.


친구니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선배 대접을 받고 자신이 나보다 낫다는 인정을 받고 싶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법인카드로 커피를 사 오는 일을 내가 해야 한다고 하거나, 지금 신입인데 너무 신입이 아닌 것 같다고 짜증을 부릴 줄은 정말 몰랐다. 우리는 대학 시절 함께 맛있는 걸 나눠 먹고, 생각을 나누고, 즐겁게 웃고 놀며 추억을 쌓았던 사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내가 무언가를 할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타박을 하며, 지금 니가 일을 너무 못한다고 어떻게 할 거냐고 되물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마음이 쪼그라들어서, 정말 내가 일을 못해서 이 친구에게 폐가 되고 있는 걸까 조바심이 들어 더 열심히 했다.


처음에 나는 미국권을 담당한 오리 과장님 옆에서 업무를 배웠다. 그런데 이주 정도가 지나자 대표님께서 중국과 대만권을 담당하는 거북이 대리님 옆에 가서 업무를 배우라고 하셨다. 다시 자리를 옮겨 대리님에게 영업 방식을 배웠다.


"그거 왜 그런 줄 알아?"


친구는 내게 물었다.


"응? 뭐가?"

"니가 처음에는 오리 과장님한테 미국권 영업방식을 배웠는데, 지금은 대만권으로 옮겼잖아. 그게 왜 그런 건 줄 아냐고."


친구가 어느 순간부터 말을 너무 함부로 해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할 때마다 끼어들며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잘못하고 있는 거라고 타박하며 자기 방식을 알려줘서, 그녀의 방식이 상처도 되고 정말 내가 일을 너무 못하는 건 아닐까 싶어 잠시 이야기를 하러 나온 자리였다.


"난 언니가 나한테 자꾸만 못한다고 해서 너무 마음이 안 좋아. 사실 나는 시간이 필요하고, 한번 직접 해보면서 겪고 싶어."


그러자 친구는 말을 이었다.


"그거 니가 일을 너무 못해서 그런 거잖아. 원래 대표님이 너 미국 영업 배우라고 오리 과장님한테 붙여줬지. 근데 니가 너무 못해서 지금 안 되겠다 싶어서 거북이 대리님한테 붙인 거야. 근데 너 지금 이것도 못하면 어쩔래? 지금 네가 일을 너무 못하고 있잖아. 너 이거도 못하면 지금 위험해. 너 다음 달에 잘릴 수도 있어. 그래서 내가 계속 너한테 이렇게 심해도 할 말은 하는 거야.


너 지금 신입이지. 근데 너 지금 커피 신부름도 안 하고 먼저 나서서 뭐 하자고도 안 하고 그러고 있잖아 지금. 내가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된 걸까. 내가 우울하고, 지난 직장에서도 힘겨운 말과 사람의 태도에 상처받았다는 걸 알았으면서, 눈물이 멈추질 않고 나와서 계속 우는 나를 지켜봤으면서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걸까 지겨웠다.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냥 그만두는 게 답이라고들 한다. 이번에도 실패인가. 이번에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나도 돈도 잘 벌고 열심히 해서 결과를 내고 싶었는데. 그래서 밤에 잠도 잘 자지 않고 또 여기 적응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못하는 거면 그냥 아닌가 보다 싶어 이사님 면담 끝에 대표님과 면담했다.


정말 그만두려는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대표님이 나를 잡았다.


"모다야. 너 지금 이렇게 그만두면 너무 아깝다. 지금 일한 지 두 달 밖에 안 됐잖아."

대표님의 그 말에 오히려 내가 놀랐다.

"그런데... 제가 너무 일을 못하고... 오히려 폐만 끼치는 거 같아서요..."

대표님은 말했다.

"모다야. 너 신입이잖아. 원래 처음엔 실수 많이 해도 된다. 원래 많이 틀리면서 배우는 거야."

대표님의 놀라운 말이 이어져서 나는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그런데... 저... 제가 원래 오리 과장님 옆에 있었잖아요. 근데 제가 미국권을 너무 못해서 거북이 대리님한테로 자리가 옮겨진 거 아닌가요...?"

그러자 대표님이 조금 분노한 눈으로 내게 물었다.

"누가 그러디?"

그 말에 그냥 솔직히 대답했을 뿐이다. 내 입에서는 친구의 이름이 새어 나왔다. 대표님은 진실을 말해주었다.

"아니다. 모다야. 나는 너를 키우려고 한 거고. 너가 과장님 영업 스타일도 보고 대리님 영업 스타일도 보면 니 걸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그렇게 한 거였어."


대표님의 면담 끝에 나는 다시 더 다녀보기로 결정을 바꾸었지만, 그 뒤로 친구의 행동은 점점 더 도를 지나쳤다. 나에 대한 뒷담과 나와 나눈 대화를 다른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직원들과 나의 사이를 멀게 만들었다. 친구는 내가 갑자기 대표님과 면담을 하고 자기에게는 무슨 말을 하고 왜 더 다니게 되었는지는 설명도 안 해주었다고 화가 났고, 그래서 나에 대한 말들을 퍼뜨리고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내가 대표님에게 한 말은 딱 그 한마디, 진실을 물었고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군지를 말했을 뿐이었다.


결국 나를 끝없이 잡고 괴롭히는 친구의 행동에 난 결국 세 달 만에 이 일을 그만두었지만 오히려 그만둘 때 대표님이 더 많이 위로해 주셔서, 내 마음에는 여전히 대표님을 향한 죄송한 마음이 남아 있다.


되려 친구에게 묻고 싶다. 내가 당신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 업무에만 집중하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네가 질투할까 봐 설날에도 그렇게나 잘 대해주신 대표님께 개인적인 인사마저 건네지 못한 마음까지 네가 알까. 나는 친구가 미웠고 아주 오래 증오했다. 하지만 가슴 한편에서는 의문이 남았다.


정말 나만 그렇게 맞는 걸까? 정말 모든 상황에서 나는 옳았을까? 물론, 네가 잘못을 했지만, 그렇다고 나는 정말 아무런 잘못도 없는 걸까?


그녀가 나의 친구였기 때문에 가능한 질문이었다. 만약 남이었다면 나는 상처를 덮고 그냥 또 이런 거지 같은 일이구나 생각하고 스쳐 지나가 버렸을 일이었다. 언제나 사랑하고 애정하는 사람이 가슴에 더 깊은 상처를 남겼고, 여전히 내 가슴 어딘가에는 여태까지 그녀를 애정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기에 조금씩 의문했다.


이때부터 나는 가만히 서서 내가 했으면 더 좋았을 일과 행동에 대해 의문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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