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카페가 문을 닫았다.일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은 이 카페가 있는 골목을 지난다. 카페라고 하기에는 버젓한 내부 공간은 없었지만 지친 몸을 앞세우고 주문을 할라치면 잠시 후 목을 축일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해지던 곳이다.
손길이 서툰 사람들의 수제 밤식빵도 팔았는데, 어디에도 없는 3천 원짜리 아담 사이즈부터 5천 원짜리 든든한 사이즈가 구비되어 있었다. 진열장에 놓으면 한 시간도 안되어 다 팔리기 때문에 어쩌다 남아 있는 그 식빵을 보며 그날의 운을 점치곤 했다.
- 오늘은 어디 가서 부드럽고 달콤한 밤 알갱이처럼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문 닫힌 카페 대신인근에 있을 편의점을 찾아다녔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큰길도 번화가도 아닌데 골목 한 귀퉁이 차려진 카페가 얼마나 오래 운영될까 싶었다. 그래도 그 골목 주변 크고 작은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나서 모여들었다. 딱히 앉을 곳이 없어도 지인들과 동료들과 서서 마시는 음료들이 낭만처럼 미소를 띠게 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날은 달달한 카페라테에 위로받고 속이 부대끼는 날에는 담백한 아메리카노로 불편함을 달랬다. 영원히 풀지 못하는 숙제처럼 이 카페 근처에서 볼일을 볼 때면 늘 희망보다 불안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이 카페에서 음료를 사 들고 걸으면서 골목 상권 속 사람들의 분주한 흔적을 느끼고 나면 생각이 바뀌었다.
- 포기하지만 않으면 일도 그 끝이 있는지 조금씩 풀려 갈 거야. 무모하지 않은 도전은 좀 더 나은 방향을 찾게 도와주겠지. 그냥 '희망'보다 '가능성'을 발견하며 힘을 내면 돼.
카페 쿠폰은 더 이상 쓸 수 없지만 그곳을 오가며 보낸 고민의 순간에 '격려의 음료'가 되어 준 흔적은 지갑에 넣어 둘 테다. 문이 닫힌 줄 알면서도 일부러 그곳 앞을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