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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수 Jun 26. 2024

고통이 나를 기쁘게 한다

오늘의 한 줄
'지금 당장 즐거운 것보다는 고통스러운 것이 결국은 나를 기쁘게 한다.' 모모북스, 다산의 마지막 편지, 62쪽.


아직도 새벽기상은 쉽지 않다. 그런데 더 어려운 것은 매일 공부하고 매일 글쓰기다. 물론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인생에는 부지기수로 많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는 잘난체하는 일류대생의 철부지 문장 정도로 취급되기도 하지만, 사실 그 진짜 의미는 그만큼 인생의 고난이 엄청나다는 뜻이다. 


시련 중에서 무엇이 더 큰 시련인지 비교하며 살 이유는 없다. 다만 내가 처한 현실에서 가장 어려운 것을 떠올리면 된다. 학생에게는 공부이고, 선생인 나에게는 잘 가르치는 일이겠다. 한편 고통을 즐기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당장 한강변에 가 보면 이유 없이 숨을 헐떡이며 달리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힘들지만 행복하단다. 그러니 고통이란 것도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에 달려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한편 어마어마한 고통은 괴로워하고 그것을 의식하면 할수록 더욱 큰 고통의 무게로 다가온다. 나에게도 감당할 수없이 어마어마한 고통으로 숨 막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 시련에, 그 운명에 항복하고 백기를 들자 고통은 그대로였지만 더 이상 무겁지 않았다. 더 이상 나를 짓누르지도 않았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고통스러운 그 느낌도 엄연한 실제지만, 고통의 무게가 카멜레온처럼 변신한다는 진리도 엄연한 사실이다. 겪어 본 사람은 안다. 고통의 무게가 변신한다는 사실! 고통이 즐거움으로 변신한다는 사실을 안다.


힘들고 하기 싫은 공부도 지겨운 글쓰기도 그랬다. 쾌락만이 즐거움은 아니다. 힘들과 하기 싫은 공부와 글쓰기가 즐거운 도전이 될 수 있다. 공부의 끝에 기다리는 나의 성장이라는 열매는 달디 달았다. 나는 매일 새벽 일어나 두 시간을 독서하고 공부하며 글을 썼다. 이 공부 실력과 글쓰기 실력을 갈고닦아 어딘가에 잘 활용해야겠다고 작심하고 글을 쓴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나의 글쓰기는 수련되고 다듬어지기 시작했다. 나의 공부와 글쓰기가 학생들의 지도에 큰 밑거름이 되어 주고 있다. 가끔 글쓰기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최근 가장 큰 기쁨은 글쓰기 선생님의 칭찬이다. 


올해 나는 글쓰기를 더 배우고 싶은 욕심에 존경하던 선생님의 온라인 글쓰기 특강을 신청했다. 마침 어느 도서관 명사초청 특강에 선생님께서 초청되셨고 특강이 끝나자 곧 작가 사인회가 열렸다. 존경하는 선생님께 저자 사인을 받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선생님께서 나에게 '선생님께서 가장 수업을 열심히 들어요. 글도 잘 쓰시고···.'라고 중얼거리셨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내 귀를 여러 번 후볐다.


스승님은 나의 글을 빠짐없이 읽어 주셨다. 내 글을 늘 읽어 주시는 선생님께서 작은 목소리지만 '글도 잘 쓰시고···.'라고 중얼거리셨을 때 그 작은 중얼거림에 나는 세상을 모두 얻었다. 지난날 나는 세상을 등지고 글 속에 파묻혔었다. 아무도 나를 위로하는 사람이 없어 내가 나를 위로하려고 글을 썼었다. 뜨거운 울컥임이 솟아나는 지금 또 눈물이 흐를까 안면 근육에 힘을 쏟고 있는 찰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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