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온라인 교사성장학교 '고래학교' 최선경 교장선생님께 한 통의 전화가 왔어요. 동탄이 내가 사는 안양에서 가깝냐고 물으셨고 동탄에서 고래학교를 소개하는 촬영이 있는데 나와 1분 정도 고래학교 인터뷰를 넣고 싶다 하셨고 나는 1분쯤이야 하고 흔쾌히 오케이 했습니다. 여차 저차 촬영을 했는데 함께 고래학교 교가를 부르게 되었어요. 그날부터 나는 노래에 꽂혀 흥얼흥얼 노래를 불렀어요. 선생님 유튜버 조매꾸님의 '조매 꾸우' 구호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음악이 이렇게 강렬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자꾸 떠오르는 거예요. 고래학교 여러 선생님들이 코로나 기간에 줌으로 각자 자신만의 공간에서 함께 부른 아카펠라버전의 고래학교 주제가는 더욱 강렬했어요. '미래로 가는 교사들 모임 고래학교 친구들~♪' 자꾸 부르게 됩니다. 배철현 교수님의 별마당도서관 명사특강에서 받은 책 <승화>를 우연히 읽는데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났어요. '내가 부를 나만의 희망의 노래는 무엇인가?'라는 구절이 계속 맴돌았어요. 내가 부를 나만의 희망의 노래라니 얼마나 설레고 설레던지요.
인류가 언제부터 노래를 불렀을까요? 생명이 언제부터 자신만의 노래를 흥얼거렸을까요? 시골마을에 가면 여전히 아침을 여는 새들과 산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노래를 부르는가 봅니다. 시냇물도 졸졸졸 노래를 부르며 흘러가고, 천둥번개는 어마어마한 굉음으로 자신을 뽐냅니다. 생명은 누구나 저마다의 리듬으로 저마다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나도 노래를 불러야겠어요. 나만의 흥겨운 리듬을 찾아야겠습니다.
한때는 종교 교리와 정치적 논리에 개인을 상실했고, 설상가상 과학혁명을 넘어 AI혁명이라는 놀라운 변화 속도에 개인의 상실을 넘어, 인간을 무엇이라고 정의해야 하는지 인간성을 무엇이라고 정의해야 하는지 깊은 혼돈에 빠져 버렸습니다. 새로운 세대는 AI와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가상현실 속에서 만난 죽은 자녀를 다시 안으며 엄마는 평생의 소원을 이루기도 합니다. 사람만이 가졌다는 그것을 똑똑한 반려견도 아닌 AI가 가지게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아요.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고, 새들이 지지배배 지저귀듯,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자신만의 희망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합니다. 내가 부를 나만의 희망의 노래는 무엇일까요?
2024년 교육계는 AI, 에듀테크, 코스웨어, 아이에답(AIEDAP) 등등!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신조어로 소통이 어려울 지경입니다. 2020년 온라인 교사성장학교 고래학교와 함께 하면서 이러한 교육계의 변화를 빠르게 수용했다고 자부하는 나인데도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들이 날마다 생겨납니다. 많은 에듀테크와 코스웨어 디지털 도구의 이름도 생소한데 교육계에 날마다 창조되는 새롭고 있어 보이는 용어들은 얼마나 생소한지 요샛말로 노답 그 잡채입니다. 플립러닝, 하이터치 하이테크, AIDT, TPACK, DXE브리프는 최근 모집한 교실혁명선도교사 12000명의 선도교사 연수자료에 등장하는 생소한 용어들입니다. 이 중에 아는 용어는 과연 몇 개일까요? 교사가 이러한 교육신조어에 생소하다면 일반인 누가 이를 알아들을까요? 알아들으라고 쓰는 용어인지 몰라도 되고 놀라기만 하라는 메시지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저 '놀라고' 생소할 따름입니다.
나같은 범인이 논리적인 설명은 도저히 어렵지만 핵심을 찌르는 인류가 가진 핵심질문들이 많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너 자신을 알라!'가 가장 유명하죠. 이렇게 위대한 과학혁명과 AI혁명의 시대에도 모두가 던져야 할 질문은 '너 자신을 알라!'는 질문입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하고, 진짜 자기 자신의 심연으로 들어가 또 다른 자아를 찾는 깊은 여정으로 들어가라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다른 의미로 이 질문을 해석할 것이고 그것 또한 옳습니다.
과학혁명과 AI혁명의 놀라운 변화 속에서 길을 잃어 헤매이지 않고 인류가 행복한 길은 '개인'입니다. 교수님이 알려 주시는 '노래'입니다. 개인이 깨어나 AI의 목소리가 아닌 저마다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배철현 교수님의 질문 '내가 부를 나만의 희망의 노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오늘날 AI시대 개인이 품어야 할 아주 중요한 질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나같은 범인으로서는 논리적인 설명은 어렵지만, AI마저 날마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폭발해 내는 오늘날 나는 들릴 듯 말 듯 작지만 나만의 노래를 흥얼거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래로 가는 교사들 모임 고래학교 친구들~♪ 꿈은 크게 뭐든지 도전해, 실패 좀 해도 괜찮아~♪혼자라고 외롭지 않아 우리 멀리 있다 해도~♪'
교실에서도 아이들과 행복한 노래를 불러야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이 질문을 꼭 알려 줘야겠어요.
'내가 부를 나만의 희망의 노래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