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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May 06. 2024

물건을 쌓아두지 않는 베란다

 아파트 베란다는 잠재적 쓰레기통이 될 수 있다. 깨끗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기에 신경 쓰지 않으면 창고 겸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두는 곳으로 활용하고 특히 평수가 작다면 물건을 복잡하게 쌓아놓을 가능성이 높다. 나의 공간 그 어떤 곳이라도 그럴 테지만 베란다에는 특히 물건을 쌓아놓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애초에 이사 온 순간부터 세탁기와 세제, 화분을 제외하고 다른 물건을 두지 않았다. 공간이 많이 남는 신발장을 활용해 물건을 정리했고 잘 관리하며 사용하기 위해 접이식 자전거를 넣은 것 외에는 더 이상의 물건을 두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은 채광을 막는 건물이 앞에 없고 바람이 잘 통하는 꼭대기 14층이다. 집안에 햇볕이 드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적의 층수다. 그래서 일부러 답답하게 느껴지는 암막커튼이 아닌 햇볕이 어느 정도 잘 들어오는 소재의 커튼을 달았다. 게다가 베란다에 꼭 필요한 물건만 두다 보니 집 안에 채광이 잘 들어 더욱 좋다. 이런저런 물건을 많이 두었다면 햇볕을 덜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활이 좋아서 그대로 유지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더욱 물건을 쌓아두지 않으려 한다.


 한때는 타일이나 러그로 바닥을 채워서 맨발로 왔다 갔다 하고, 앉아서 바깥 풍경 보며 맥주도 한잔씩 마시는 공간으로 사용해 볼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는 그것도 다 짐이나 쓰레기가 될 거란 생각이 들어 단번에 마음이 접혔다. 나에게 베란다는 채광 잘 들고 빨래 말리고 식물들이 바람과 햇볕 듬뿍 받는 공간이면 충분했다. 단순하게, 깔끔하게 유지하며 사용하는 나의 베란다. 무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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