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귀향하면서 가장 우선이었던 것은 본가에 들어가지 않고 독립해서 사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 중요했던 건 차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하기에 독립적인 공간이 꼭 필요해 집을 구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하동은 시골이라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아 차가 있어야 한다. 학생이면 좀 덜하겠지만 직장인이라면 필수다.
내 생각에 나는 차 욕심이 크지 않은 편이라 생각하는데 그 이유가 사람들이 와- 하고 감탄하는, 혹은 부러워하는 외제차에 흥미가 없고 그저 잘 구르고 값을 하는 차면 상관없다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단, 조금 높은 승차감을 선호하는지라 SUV차량을 소유하는 게 목표 중 하나이지만.. 어쨌든 디자인이 멋지거나 비싼 차량은 크게 관심이 없어 고향에 내려왔을 때 경차를 구매하는 걸로 결정을 했다. 운전을 업으로 오래 삼은 아빠의 추천과 도움을 받아 하동의 근방인 사천에서 모닝을 중고차로 구매했다. 신차 구매도 고려했었는데 굳이 신차를 사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물건과 쓰레기가 넘쳐나고 심지어 자원 순환도 잘 되지 않는 데다 썩지 않고 어딘가에 박혀 있거나 쌓여 있는 쓰레기가 너무나 많다. 자동차도 어쩌면 그 영역에 속해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신차를 구매하면 결국 대형 쓰레기가 될 것을 생산하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어 중고차로 결정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중고차에 대한 좋은 인식은 변함이 없다.
중고차의 가장 큰 매력은 신차보다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럴 바에 돈을 더 보태서 신차를 사겠다거나 사야 한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조금 더 아껴서 중고차를 구매하는 편이 좋다고 여겨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아낀 돈으로 다른 것을 할 수 있고, 사용감은 좀 있지만 어차피 신차를 구매해 타고 다니면 그것이 중고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중고차 구매가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물론 상태 좋은 차량에 한해서)
내 차량은 경차인 모닝이다. 경차이다 보니 옆 차선에 버스나 대형 차량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면 휘청휘청 흔들린다. 그리고 장거리 운전이 불편하고 트렁크도 작고 뒷 자석도 좁다. 하지만 좁은 도로를 지날 때 큰 차량보다 용이하고 주차도 조금 더 편하다. 피곤한 장거리 이동 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고 꼭 모닝으로 가야 하거나 가고 싶을 땐 애초에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업데이트한 음악 리스트를 켜고 천천히 운전하면서 휴게소에 들러 이것저것 군것질하며 운전을 즐긴다. 그리고 모두가 알겠지만 경차는 단거리 이동에 탁월하다. 시골 살면서 단거리로 이동하는 삶에는 경차의 진가가 배가 된다.
쓰다 보니 경차 찬양이 되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크고 멋진 신차가 아니어도 중고차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고, 만족도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고철 덩어리를 생산하지 않고 사용해도 충분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신차를 구매하지 않고 중고차를 쭉 구매할 생각이다. 굿 중고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