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집 정원일기 8
비가 흩뿌리다 말다
나가란 건지 말라는 건지
콩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낮에 한 번
초저녁에 한 번
낮에 나갔다가 내 옷차림이 시골에 어울리지 않음을 알았다.
초저녁에도 나갔지만 역시 또 옷차림이 눈에 뜨임을 알았다.
날이 덥고 습하니 얼마 없는 옷 중 무난한 게 그리도 없나. 차라리 앞치마를 입고 나가는 게 낫겠다.
나갔다 올 때마다 입었던 옷을 모두 빤다. 땀이 나기도 하고 콩이가 닿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텃밭에라도 들르면 알 수 없는 수만의 벌레들이 발과 옷에 붙기 때문이다.
텃밭에 갔더니 통통하고 귀티 나는 자줏빛깔의 가지가 땅에 닿아있다.
어서 따주길 바라는 듯.
가지 네 개를 따왔다. 쓰러진 상추에 남아있는 멀쩡한 이파리도 뜯어왔다.
식물 입장에서는 시들어 땅에 닿아 뭉그러져 죽어가는 것보다 사람에게 먹히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 주길 바라며 감사하게 먹기로 한다.
가지를 썰어 생으로 한 조각 먹어보니 달콤하다. 밀가루 옷을 입혀 가지전을 부치면 막걸리랑 함께할 사람이 그리울 것 같아 간단하게 팬에 버터와 유채유를 두르고 부쳤다. 소금만 뿌렸는데 매우 맛있었다.
늦은 밤 다시 가지 하나를 썰어 유채유에 부치고 이번엔 마늘버터 스프레드를 뿌렸다. 인공 단맛이 가미되니 맛이 좋지 않았다. 가지의 순수한 맛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가지가 알려주었다.
자신의 순수함을 지키라고. 아무것도 첨가하지 말라고. 그래도 충분히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