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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May 04. 2024

아라 한강 평화누리 자전거 순례길

아라 한강 평화누리 순례길 90+50=140km


2024년 4월 25일 목요일

여의도 인증센터~아라 한강갑문 인증센터~전류리 포구~하성면~아라 한강갑문 인증센터~행주대교~홍제천 90km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겁을 먹지 않는다. 중간고사 기간에 휴강이라 자전거 뷔나를 기차에 싣고 서울에 올라갔다. 성북천과 청계천 자전거길을 달리다가 우연히 들어간 독립영화관 에무시네마에서 영화 <너와 나>를 보았다.


다음 날 시내버스에 자전거를 접어 싣고 여의도로 갔다.  

12:30 거기서부터 서쪽으로 자전거를 탔다. 바닥이 달랐다. 서울특별시라 그런지 콘크리트가 아닌 아스팔트였다.  자연히 속도는 잘 나왔다. 16km를 달리니 아라 한강갑문이 나왔다. 40분 만이었다.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그리고 선을 따라갔더니 엘리베이터가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지하로 깊이 내려갔다. 문이 열리자 통로가 나왔다. 아마 강바닥 아래인 듯했다. 아무도 없는 으슥한 통로를 지나 반대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길이 약간 헷갈렸지만, 오른쪽으로 있는 김포 방향으로 한강을 따라 계속 갔다.      


한강 1


자전거 타는 사람도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좋았다.

한참을 달리니 전류리 포구가 나왔다. 단체 사진전 [분단 70년] 1차 촬영하러 왔던 곳이었다. 예전 추억이 떠올라 미소 지으며 강 따라 계속 올라갔다. 군인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군사 지역 표시가 보였다. 바닥엔 올리브 잎 관을 쓴 비둘기 그림이 있었고, 길이름은 평화누리길이었다. 너른 들도 보였고 네모난 철창에 독수리로 보이는 맹금류가 보였다. 한국조류보호협회였다. 논인지 밭인지 양쪽으로 펼쳐진 먼지 날리는 좁은 길을 한참 달렸다. 애기봉 입구라는 표지를 보고서야 멈췄다.


한강 2


현재 위치를 켜서 지도를 보니 맙소사. 김포시 하성면 후평리. 전혀 다른 길을, 26km 이상 달려온 것이었다. 아라 한강갑문 인증센터에서 아라 서해갑문 인증센터까지는 21km다. 제 길로 갔으면 도착하고도 남을 거리였다. 대체 왜?      

나는 한강을 따라왔다. 문제는 한강이 한 줄기인 줄 알았던 거였다. 그러니까 남서쪽 한강으로 가야 했는데 북서쪽 한강으로 온 거였다. 아라 한강갑문 화장실 앞에선 가는 길이 그쪽뿐이었다. 이미 오후 3시 15분. 무조건 되돌아가야 했다.      


전류리포구를 지나자 김포한강야생조류공원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보이자 가까운 지하철역을 물어봤다. 운양역이 있다고 했다. 자전거길에서 벗어나자 갑작스레 번화한 거리가 나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안에 자전거 킥보드 탑승 금지라고 쓰여 있었다. 지하에도 김포골드라인에선 자전거나 킥보드 승차를 금한다고 쓰여 있었다. 골드라인이라서 특별한가? 하는 수없이 다시 자전거길을 찾아갔다. 거기서 아라 한강갑문으로 갔다.

     

17:47 왕복 54km를 달려 다시 아라 한강갑문으로 갔다. 출발 지점인 여의도에서부터 하면 70km나 달렸다. 가서야 알았다. 화장실 가기 전에 코너를 돌아 내려갔어야 했음을. 거기서 어떻게 가나 고민했지만, 또 지하철에 갔다가 승차 거부 당할까 봐 계속 달렸다. 가끔 시속이 보이는 계기판이 있는데 출발 즈음엔 20km/h였다가 17km/h에서 11km/h까지 떨어졌다.      


꼬불꼬불 자전거길을 돌아 간신히 행주대교를 지났다. 강북에 다다르자 좀 안심이 되었다. 서울 토박이 중에서도 강북 출신이니 어떻게든 찾아갈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약간의 자유로를 지나 고양대덕생태공원은 정말 좋았다. 서울에 이렇게 가만 놔두는 땅이 있네 싶을 정도로 한적하고 야생 생태가 보전되어 있었다. 조금 더 가니 난지도 캠핑장이 있었다. 그 옛날 쓰레기 더미였던 난지도가 그렇게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다니 놀라웠다. 몇 개의 공원을 지나자 홍제천이 나왔다. 큰 안심이 되었다. 6시 40분이었다. 거기서 7km쯤 더 갔다.       


다시 간 아라한강갑문에서 20km를 더 달렸으니 90km. 뷔나를 탄 후 아니 태어나서 최장 거리 자전거 주행을 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인천에서 팔당까지 아라 자전거길과 한강 자전거길을 합치면 83km. 두 번 나누려던 주행을 하루에도 할 수 있었을 거리였다.


길치인 내게는 무엇을 맹신하거나 의심하지 않는 심각한 증세가 있는 듯하다. 이것을 심리 분석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자전거 주행에는 매우 큰 문제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서울 근교니 어떻게든 돌아올 수 있다는 안심이 뒷받침되었을 정도. 무조건 직진 본능은 이제 그만. 제동장치를 걸어야겠다.



4월 26일 금요일

청라국제도시역~아라 서해갑문 인증센터~아라 한강갑문 인증센터~여의도 인증센터 50km


7.3km 자전거를 타고 가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인천국제공항행 지하철을 타고 청라국제도시로 갔다. 서울시 지하철에는 주말에만 맨 앞뒤 칸에 자전거 탑승을 허용한다. 평일이지만 뷔나는 접이식 자전거라 지하철에 싣고 갈 수 있었다. 역에서 3.6km를 달려 아라 서해갑문으로 갔다. 가는 길에 정서진 표지를 보았다. 시작점까지 가는 데도 두 시간 걸렸다. 하지만 시커먼 뻘밭 앞에 START와 FINISH가 한 지점에 있는 건 볼만했다. 시작점이 종착점이 될 수도 있다니 먼 길 가는 인생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만,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을 듯했다.     


가자, 가자, 가자!

바퀴는 굴러가고

강산은 다가온다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출발점

총633km(경인아라뱃길 아라 서해갑문(정서진)~부산 낙동강 하구둑)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국토종주 표지석이 뭉근히 유혹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룻길도 헤매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영산강 승촌보에서 본 글씨가 이곳에도 있다.


국토종주 4대강 자전거노선 아라 자전거길 2012. 4. 22 개통 대통령 000


22 다음에도 온점을 찍어야 한다고 어디에 알려줘야 할까. 욕하던 누군가의 공사를 확인하는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달려야 한다.  


아라 서해갑문 START이자 FINISH


오후 한 시. 절대 딴 길로 가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출발했다. 30분쯤 가니 유람선이 왼쪽 강으로 떠갔다.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정수라의 노래가 아니라도 정말이지 한강 변 자전거 길은 깔끔하고 의자와 매점 등 쉴 곳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앉지 않고 두 시간을 내달렸다.


오후 두 시 반. 21km를 달려 아라 한강갑문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물과 영양바를 먹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오후 세 시 12분. 염창나들목에서 잠시 멈추었다. 강물 위에 철새들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금강에서 본 철새들과 비슷하게 검은색이었다. 금강에 가고 싶었다. 


 철새들아, 너희들 어디에서 왔니?


오후 세 시 반이 넘어 여의도에 들어오면서 잠시 길을 헤맸지만 금세 여의도 인증센터를 찾아 돌아왔다. 16km를 더 왔더니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게다가 저녁에 다큐멘터리 제작팀 회식이 있으므로 그만 타야 했다. 강변에서 정류장까지 2km를 오는 데도 일방통행이 있어 길을 헤맸다.


뷔나를 접어 버스에 탔다. 오후 네 시가 살짝 넘어 있었다.     


저녁 7시. 오래전에 자주 가던 서촌 수제비집. 수제비와 파전에 동동주가 놓인 간소한 회식자리에서 인천에서 여의도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대단하시네요."

보통의 반응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왜 자전거를 타는지 이유에 대해서 간단히 부연했다.

조연출이 말했다.


"그건 순례네요."


그랬다. 이번 자전거 순례에는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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