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운 좋게도 출근을 짧은 거리로 걸어서 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좋은 것은 살짝 오르막이 있는 길을 올라가면 순성미술관 마당을 지나간다. 미술관 관장님이 오랜 기간 가꾸신 마당에는 수국과 능수화가 한 참이다. 키가 큰 나무에서는 이름 모를 새들이 아침노래를 불러준다. 살랑살랑 바람이라도 불어주면 새노리에 귀가 즐겁고 봄부터 피어나는 꽃들로 눈이 즐겁고 은은한 풀향기, 꽃향기에 눈가 즐겁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온몸이 행복하다. 이런 출근길이라니 좀 더 걷고 싶어서 짧은 길이 아쉽기까지 하다.
아무도 관심 없는 화단에는 개망초로 가득해 개망초가 예쁘고 좋은 향을 선사하기는 하지만 좀 더 바꾸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타샤튜더의 나의 정원’이 늘 머릿속에 남아있어서인지 나도 작고 귀여운 나의 정원을 갖고 싶었다. 몇 차례 정원을 가꿀 기회는 있었지만 게으름을 이기기가 어려웠다. 변명을 하자면 그때는 사람들과의 일들을 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써서 정원을 만들어 보려는 힘이 없었던 것 같다. 단지 씨를 뿌리고 심기만 했지 물을 주거나 가꾸지는 못했다. 고맙게도 살아서 꽃을 피워준 식물에게 감사한다. 다시 정원을 꾸밀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평균 기온이 역대 가장 높았던 6월이라 뭔가 심고 키우기에는 날씨가 맞지 않았지만 꽃씨를 뿌리고 지인에게 얻은 민트허브를 옮겨 심고 아기 코스모스를 심어주었다. 해바라기와 스위트바질을 화분에 심어주고 매일매일 물을 주었다. 너무나 뜨거운 날씨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으나 다행히 자리를 잡아 살아남은 식물들이 있었다. 백일홍이 조금 더 크면 옮겨 심어 줄 수도 있고 9월이면 4개의 해바라기들이 꽃을 보여줄 것이다. 내가 심지는 않았지만 다른 분이 가꾸는 봉숭아나 국화에도 물을 주고 학생들이 실과 실습으로 심은 고추, 호박, 토마토에도 물을 주며 내가 이렇게 식물을 돌보는 것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올해는 첫 시작으로 소소했지만 내년에는 초봄부터 시작하여 사계절 꽃이 피는 작은 정원을 가꾸리라 마음먹고 희망을 갖는다. 다만 아쉬는 것은 옆에 언니샘이 내년에는 안 계셔서 혼자 해야 하는 것이 좀 우울하기는 하다.
오늘도 합덕에 있는 합덕제 수변공원을 산책했다. 합덕제라고 불리는 곳은 김제의 벽골제, 황해도 연안남다지와 함께 조선의 3대 저수리라고 한다. 7월은 상당히 넓은 합덕저수지가 흰색, 분홍색 연꽃으로 가득하다. 연꽃과 따개비라는 새를 찍으려는 전국의 사진가들이 아침 일찍 카메라를 세우고 새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심각하게 뜨거웠던 폭염이 오늘은 시원한 바람도 불고 파란 하늘과 흰 구름들이 연꽃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버드나무 그늘길에서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 커다란 연잎들이 흔들리며 그 사이에 보이는 연꽃들에게 감사하며 나무밑 의자에 앉아 아침의 상쾌함에 호사를 누렸다.
이 소소한 행복들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에게도 감사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회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사회가 되어가고 폭력을 일으키는 추종자들, 전쟁의 위기와 계엄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에 대한 불안과 무기력에 힘들었다. 이 사태로 죽음의 문 앞에 갔고 병까지 생긴 사람들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앞에서 뒤에서 행동하고 정상화를 위해 일해온 분들로 감사한다.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것은 결코 소소하지 않았다. 아직도 가야 할 길과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 매일 생기는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법과 질서를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하는 공정한 사회가 되길 오늘도 바란다.
나의 행복은 평화로움에서 오는 것이고 소소한 행복은 우리의 행복으로 함께 느끼고 싶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가까운 것에서 자주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 개인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지면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지금의 행복 찾기가 나만의 행복으로 머무르지 않기를 바라며 각자의 소소한 행복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