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백두산 천지여!

by 강봉희

2025년 7월에 백두산 천지를 다녀왔다.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더워 여행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유튜버가 올린 백두산 사진이 생각났고 백두산은 날씨도 비교적 시원한 것 같았고 백두산은 다른 여행지보다 다른 느낌이 들어 꼭 가보고 싶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으로 천지를 두 번 본다는 코스를 고르고 골라 백두산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패키지로 급하게 예약했다. 천지를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어 날씨가 중요하고 운무가 끼면 천지를 보지 못했다는 말이 많아 북쪽 코스인 북파, 서쪽코스인 서파, 두 번 천지를 오르는 일정으로 골랐다.

연착한 비행기에서 내리고 연변공항에서 나가자 달달한 꽃향기가 났다. 많은 도시마다 그 도시의 향이 있는데 연변공항에서 꽃향기라니 참 신기했다. 어디서나 중국어 밑에 한글이 쓰여 있는 많은 간판이 익숙하기도 하지만 또 낯설기도 했다. 연변은 조선족 자치주이며 현재 공항과 철도가 있는 교통의 요지인 것 같았다. 시내에 꽤 높은 아파트들도 보여 인구도 꽤 많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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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는 증조할아버지가 청주 출신으로 용정에서 독립운동으로 하시다 돌아가신 조선족 3세라고 소개하셨는데 조선족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중국의 소수민족 동화정책으로 현재 고등학생들부터 학교에서 한글을 배우지 못해 말과 글 그리고 한민족의 정서를 이어가기 어려워진다는 말씀을 하셔서 안타까웠다. 다행히 한국에서 한국어 교육자료를 보내주고 있다며 감사하다고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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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서파로 출발했다. 숙소에서 백두산 초입까지 2시간을 걸려 도착했고 작은 12인승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꼬불꼬불 시멘트 산길을 오르내리는 많은 셔틀버스는 마치 매미 같았다. 장가계를 갔을 때도 셔틀버스를 타고 다녔던 것이 생각나는데 중국의 관광지 보호를 위해 셔틀을 운행하는 것은 좋을 것 같다. 산을 올라갈수록 나무는 사라지고 비스듬한 언덕에 야생화들이 펼쳐져 있었다. 노란색, 보라색, 흰색의 국화 종류로 보이는 야생화가 참 예뻤다. 해발 1,570m에서 내려 1442 계단을 올라가는데 고도가 높아서인지 50개의 계단을 오르고 힘이 들어 난간에 기대 쉬었다. 많은 중국인들이 앞질러 올라갔다. 가족 단위 중국인이 많았고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도 많았다. 우리나라 산에서는 아이들을 보고 쉽지 않은데 여기는 씩씩한 어린이들이 많았다. 힘들다고 칭얼거리는 아이들을 보지도 못했다. 10번 동안이나 쉬면서 올라가 천지에 도착했다. 천지를 바라보는 방향에 둘러싼 많은 사람들 속에서 드디어 천지를 볼 수 있었다. 산 아래는 쨍한 파란 하늘이었는데 천지는 검은 구름이 있고 구름들이 점점 걷치고 있었다. 넓고 푸른 청록색의 커다랗고 잔잔한 호수, 애국가 영상에서 보았던 천지 모습 그대로였다. 천지를 본 순간은 많은 사람들의 소음 속에서 잠시 정지된 것 같았다. 뭉클하게 차오르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여기가 백두산 천지구나! 천지를 보는 날이 왔다니!’ 애국가에 나오는 백두산과 우리 민족의 정기가 서려 있는 곳에 왔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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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을 내려와서 금강대협곡으로 갔다. 용암이 흘러내려 생긴 독특한 형상의 바위들이 골짜기를 이루었다. 오솔길에서 깨끗한 공기,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나무 그늘을 천천히 걸어갔다. 백두산의 마스코트는 무서운 호랑이가 아니라 귀여운 다람쥐였다. 중국인들이 해바라기씨를 뿌려 다람쥐를 부르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씨를 까먹었다. 길쭉한 해바라기를 잡고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사람들은 모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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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북파로 다시 올라갔다. 서파보다는 이동을 짧게 했는데 셔틀버스에서 내려 조금만 올라가면 천지를 만날 수 있어 서파보다 관람객이 4배는 더 많다고 했다. 일찍 도착했음에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북파는 흙바람이 많이 불고 온도가 낮아 바람막이와 모자까지 쓰고 끈을 묶었다. 북파의 천지는 넓은 시야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천지를 둘러싼 삐죽삐죽한 바위들이 천지를 더욱 웅장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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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폭포로 이동하여 웅장한 비룡폭포 소리를 들었다. 엄청난 수량이 쏟아지며 물안개를 만들며 백두산의 폭포임을 보여주었다. 온천도 있어 온천물에 계란을 쪄서 먹기도 했다. 유황냄새가 약간 나기도 했고 온천수가 흐르는 바위는 주황색으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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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강변으로 이동하여 가까이 북한 땅을 볼 수 있었다. 두만강 강폭이 좁아 북한 땅이 잘 보였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산들과 멀리 건물들만 보였다. 예전에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을 본 적이 있었다. 북한이 멀리 있는 곳이라 생각했지만 두만강에서는 강건너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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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백두산은 중국을 통해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북한에서 천지를 볼 수 있는 것은 동파 하나다. 중국은 백두산을 장백산이라 부르고 중국 10대 명산으로 지정하여 의도적으로 관광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백두산에 많이 온다고 했다. 북한이 백두산을 지켜 관광사업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했다. 막상은 산에 길을 내고 수많은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것을 보면 북한의 관광지 개발 투자력이 미약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갑자기 가게 된 백두산은 감동 그 자체였다. 6대가 덕을 쌓아 천지를 2번이나 선명하게 볼 수 있었고 비루한 나의 카메라에 웅장한 천지의 모습을 담을 수도 있었다. 한국에서의 조선족의 이미지도 바뀌게 되었고 드라마에서 봤던 용정이나 연변의 모습으로 선조들의 어려웠던 삶과 목숨을 건 독립운동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백두산에 가 보면 모두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북한와 어떤 방식으로든 통일이 되어 자유롭게 오고 가게 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라며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백두산 천지를 북한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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