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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율 Jan 14. 2024

이혼하진 않았지만 싱글맘입니다

복직을 대하는 자세



이 주 뒤면 복직이다.

출근과 겹치는 아이 둘 등원은 어떻게 해야 할지, 출근 시간보다 이른 하원은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 이모님을 모신다 해도 두 아이의 등원과 하원시간이 각각인데, 이모님과 시간 배분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아직도 답이 나지 않는다. 답답해 한숨만 나오는데,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없어 보인다. 아마, 지금처럼 모든 걸 내가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주변의 동료들은 일 년의 휴직을 사용하는데 반해 나의 휴직은 삼 년째다. 물론 첫째 때 육아휴직을 거의 안 써서 첫째 둘째 육아휴직과 둘째의 출산휴가를 합쳐 사용한 덕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오래 쓴 편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고, 놀아도 놀아본 사람이 논다고 했던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을 너무 잘 아니까, 회사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첫째를 낳고 복직을 하고 남편과 나 모두가 일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사와 육아가 내쪽으로 몰렸다. 일주일에 이틀, 삼일씩 아이를 나눠 돌보자고 한 약속은 무산되기 일쑤였고, 주말이나 야근 때 아이를 데리고 업무를 보는 것은 당연히 나의 몫이었다. 입사 동기에 같은 업종인데도, 우리는 이렇게 달랐다.






남편과 대판 싸우고 집을 나간 주말, 남편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처음으로 회사에 나갔고 상사는 남편을 호되게 갈궜다고 한다. 아이를 데리고 회사에 오다니 제정신이냐며. 그 비수들은 남편을 거쳐 내게로 날아왔다.


네가 그러고도 엄마냐


남편에게 되물어주고 싶었다. 매번 각종 회식이며 야근 때 아이를 데리고 갔던 나는 그동안 그런 소리 한번 안 들었겠냐고. 고작 한번, 그것도 주말에 데리고 가놓고서 나에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냐고.


네가 그러고도 아빠냐




아이를 데리고 저녁도 먹이지 못한 채 야근하던 그날 저녁. 상사는 나에게 말했다.


이거 아동학대야.
애를 누구에게 맡기고 오던지 해야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눈앞의 모니터가 뿌해졌다. 아무 일 없던 듯 몰래 눈물을 훔쳤지만 괜찮지 않았다. 때마침 사무실 간식 창고도 텅텅 비는 바람에 저녁은커녕 간식도 못 먹이고 저녁 열 시가 넘게 아이를 데리고 있던 엄마인 내 마음도 무거웠다. 아이가 힘들 거란 걸 모르는 게 아니다. 당시 상사가 그날 오후 갑자기 맡긴 일이었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워킹맘은 예측 불가한 업무에는 속수무책 무방비다.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그때 결심했다. 휴직을 하기로. 최대한 오래.

아이를 보면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너무나 버겁고 어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버텨온 시간들이었다. 장난감을 미친 듯이 사서, 일을 싸들고 집에 온 날은 아이에게 몇 시간에 한 번씩 새 장난감을 풀어서 놀게 하곤 서둘러 일을 해야 했다. 급한 일이 아닐 경우 아이를 재우고 새벽까지 일하면 되었지만, 일이 급해지면 저녁도 제대로 못 먹이고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했다. 아이는 그해 지겹도록 텔레비전을 보았고, 나중에는 텔레비전을 거부했다.


이모님을 구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아이는 이모님께 가지 않았고 육아는 다시 오롯이 내 몫이 되었다.


남편은 바쁘다며 집에 못 들어오는 날이 잦았고 주말이면 일어나지 못했다. 잠이 부족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큰소리가 싫었던 나는 주말이면 아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해야 했다. 너무 피곤해서 죽을 거 같은데, 아이랑 놀아는 줘야 하고 그래서 어디론가 데리고 나가는 그 길이 너무도 처량하고 서글펐다. 모든 육아의 부담이 내 어깨에만 있는 거 같아서 버겁고 무서웠다. 아무도 도와줄 이 없어, 육아 동무가 절실했고 그래서 아이 친구를 만드는 일에 최선이었다. 그렇다면 그 잠시라도, 그 몇 시간 만이라도 가만히 있을 수 있었으니까.




불평등한 육아분담에 대한 억울함이 쌓이고 쌓여갈 즈음, 스스로를 싱글맘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기대도 바람도 없는. 그러니 조금 살만해졌다. 싱글맘이니 허둥대며 버겁게 육아를 하더라도, 그게 내 인생일 테니 더 이상 서럽지도 않았다.






이제 곧 복직이다.

복직을 하면 아이 둘을 등원시키고 하루종일 쉬지 않고 서둘러 업무를 하다 퇴근 시간이 지나고 너무 늦지 않기 위해 허둥지둥 아이를 데리러 가겠지.


아이 둘은 학령이 달라 다른 기관에 다닐 테니 등원과 등교가 필요하고, 하원과 하교가 필요하다. 초등학교는 돌봄이 있더라도 업무 시간 전에 하교인지라 학원이든 하원도우미이든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알아보고 조율하는 건 여전히 모두 내 몫이다.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싱글맘

어쩌면 복직을 위한 나의 자세는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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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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