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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석 Jul 19. 2024

모든 걸 팔고 코인에 올인하다

전설을 만들어내다

아래 글의 요약은 제 인스타그램 릴스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2szGIYyz2x/?igsh=MXh5YXpjaHI3YWI2Nw==

뭘 사도 오르는 시기가 있었는데 이때가 그때였다.


나는 속된 말로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 후각이 최고로 발달해 있었다. 시장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면 무언가 느낌이 올 때가 있는데, 당시 부동산과 코인시장이 그랬다.


2017년 사람들이 코인 시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루에 몇 배씩 상승하는 코인을 보는 게 평범한 시절이었다. 스타트업에 있었던 나는 자연스럽게 관련된 리서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이제 시작인 거 같았다. 물론 아주 초기에 비해 많은 상승이 일어난 후였지만, 사람들이 이제 막 주목하고 코인판을 바라보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는 사람들 중 아주 일부의 사람들만 시장에 참여하고 있었다. 과열이라 하기엔 아직 이른 느낌이었다.


'적어도 1년은 더 가지 않을까..?'


한 번도 투자하지 않은 분야에 투자한다는 것이 꽤나 큰 모험이었다. 처음엔 가치에 대해 전혀 공감되지 않았는데, 데이터 쪼가리를 왜 그 가격에 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리서치를 하다 보니 무엇인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거 같았다. 감각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다는 것이 느껴졌고, 어떻게든 시장에 참여해야만 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나의 경우엔 부동산에 모든 돈이 묶여 있었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난 부동산을 제외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팔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마이너스통장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동안 예전의 경험 때문에 빚을 진다는 것이 너무나 조심스러웠지만, 아직 젊었고 이 돈을 모두 날린다 하더라도 2,3년 고생하면 다시 모을 수 있는 돈이었다.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돈을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만들어주셨던 주택청약을 해지하고, 중고차로 750만 원을 주고 샀던 스파크를 팔았다. 시계를 좋아해서 사놓고 구경만 했던 로렉스 구형 블랙 서브마리너도 팔았다. 현금화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팔았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의 말 그대로 올인이었다.


비트코인을 사서 가장 핫한 거래소였던 해외의 P거래소로 옮겼다. 지금은 거래 기준이 대부분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이지만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비트코인 기준으로 거래를 했었다.


'코인 기준으로 코인 가격을 매기다니.. 헷갈리게..'


가지고 있는 돈을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서 엑셀로 표를 만들어 원화로 환산했다. 거래를 해서 번 돈으로는 여러 초기 프로젝트들에 투자를 했다. 많은 돈을 잃기도, 벌기도 했지만 시장이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수익률을 쌓아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파견 근무를 하고 있던 나와 다른 한 명의 매니저에게 이사님이 찾아왔다.


재직하고 있던 스타트업에서 토큰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본사엔 주니어들만 있어서 디자인, 개발팀과 협업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획자가 없었다. 결론은,


이쪽 일도 바쁘지만 본사일도 좀 도와줄래?

였다.


나와 그 친구는 그렇게 회사의 명운을 건 거대 프로젝트의 전체 기획 실무를 맡게 되었다. 저녁 6시에 현장 일을 마치면 매일 본사로 퇴근해서 새벽까지 일을 했고, 집과 회사의 경계가 무너진 채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집중해서 뭔가를 할 때 극도로 예민해지는 성격 탓에 다른 팀과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회사의 에이스들이 모여있었기 때문에 프로젝트는 탄력을 받으면서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가 만들었던 홈페이지 구성과 토큰 발행 프로세스는 한동안 업계에서 표준으로 사용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회사에서는 직원들 대상으로 발행되는 토큰을 살 수 있는 선택권을 주었다. 혼란스러웠다. 이걸 왜 사냐며 아예 사지 않는 직원들도 있었다. 나와 같이 실무를 하던 동료는 퇴근할 때마다 한참을 이야기했다.


"사도 될까...? 우리 이거 샀다가 망하면 어떻게 하지...??"


신청 마지막 날. 나와 내 동료는 가지고 있는 돈의 대부분을 프로젝트에 밀어 넣었다.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전설을 만들어 내었다. 4개월 동안 20,000%의 상승을 보여주며 2017년 가장 많이 오른 코인 중 하나로 꼽히게 되었다.


큰 성공에서의 운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팀의 퍼포먼스가 업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시기적으로 모든 게 완벽하게 맞물리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회의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해 준 한마디 말조차 우리를 도와주는 느낌이었다. 모든 작은 요소들의 타이밍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고민이 됐다. 산 코인이 끝도 없이 오르기만 할 거 같았다. 팔기가 너무 아까웠다.


그때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났다. 10여 년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머니는 속상하시다며 잘 살 때 시절 찍은 사진들을 다 불태워버리셨다. 지금은 그렇게 살지 못해 예전의 부유했던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시는 듯싶었다. 아직도 강남에 사는 대학시절의 친구들을 그렇게 부러워하셨다. 아버지는 이미 회복을 포기하신 지 오래였다. 그냥 종일 소파 위에서 TV를 보시며 하루를 견뎌내시는 것이 일상이셨다.


부모님의 삶에 어떻게든 긍정적인 자극을 드리고 싶었다.


후배 소개로 벤츠 딜러를 소개받아(그때만 해도 벤츠가 가장 좋은 자동차 브랜드인 줄 알았다) e클래스 차를 샀다. 그리고 작은 삼촌집에 얹혀사시고 있는 부모님을 찾아갔다.


부모님과 밥을 먹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실을 고했다. 그날 저녁 우리 집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난 그때서야 내가 무엇인가를 성취했다는 사실을 가슴 한편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난 새로 산 차에 부모님을 모시고

10년 전 쫓겨나듯이 나왔던 그 아파트 단지의

부동산을 방문하게 되었다.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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