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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석 Jul 05. 2024

'삭발하고 면접 vs 가발 쓰고 면접' 실험을 해봤다

과연 머리 없어도 취업이 가능할까?

이번 이야기는 웃픈(정말 ''기지만 정말 ''픈) 이야기이다.


내 사회생활은 은행에서 시작되었다. 회계법인에서 컨설팅을 하기 전, 시중 은행 중 한 곳에 최종 합격해서 연수원 생활과 지점생활을 잠시 한 적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당시 삭발했던 내가 은행에 들어가기 위해 어떻게 면접을 보았는지에 대한 웃픈 이야기다.


대학원을 마치고 지원을 한 대부분의 회사들에서 서류 합격의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나만의 고민이 있었다. 나는 탈모로 인해 고등학교 때부터 10여 년 간 삭발 중이었고, 어설프게 없는 머리카락을 길러 머리를 가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웃기지만 호기롭게도 취업을 담보로 하고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3가지 유형으로 면접에 참가했다.


첫 번째, 계속 가발을 쓰고 면접을 보기

두 번째, 1차 면접은 가발을 쓰고 2차 면접부터 가발을 벗기

세 번째, 1차 면접부터 가발 없이 들어가기


안전한 실험을 위해 전형이 빠르고 합격할 것이라 생각되는 곳에 첫 번째 형태로 면접을 보았다. 그리고 나머지 회사들에 두 번째와 세 번째 형태로 면접을 보았다. 내가 지원서를 낸 회사들은 가장 보수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이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면접장으로 향했다.




계속 가발을 쓰고 면접을 본 회사(최종 합격해서 다녔던 은행)의 최종 면접 질문은 하나였다.


"드럼은 계속 치고 있나요?"


난 대답했다.


"네 치고 있습니다."


임원은 고개를 끄덕였고 며칠 뒤 최종 합격을 통보받았다.


그때부터 삭발한 상태로 면접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면접에 들어갈 때마다 면접들의 흔들리는 눈빛이 느껴졌다. 눈빛에서 이미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뭐지..?? 사회에 불만 있나..?? 왜 머리가 없지..??'


결과를 기다릴 것도 없었다. 가발을 벗은 그 순간부터 탈락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냥 호주에 눌러앉아 살았어야 했나 생각을 했다. 외국 출신 친구들은 내 이야기에 공감조차 하지 못했다.


혹자는 실력이 중요하다고 하고, 태도가 중요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외모가 어느 정도 받쳐 줄 경우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 실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탈모로 삭발을 한 사람들은 취업시장에서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요즘엔 스타트업도 많고 문화가 유연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당시의 분위기는 정말 많이 달랐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남들보다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사회에서의 규칙을 따라야 할 때가 있다. 젊은 나이에 더럽고 치사해서 외모를 덜 보는 나라로 이민을 갈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에겐 보살펴야 하는 가족이 있었다.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가발을 쓴 채 신입 은행원 교육을 위해 연수원으로 향했다.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컨설팅을 하기 전 있었던 재밌었던 에피소드를 써 보았습니다. 그땐 재밌지 않았지만요..
커버 사진 보면 두상도 예쁜데..그렇죠..? ^^
(전 원래 이렇게 유쾌한 사람이랍니다...)

위 내용은 제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1 https://www.instagram.com/reel/C5Pnk3oxZtX/?igsh=c2Q5NHVybDlhMHhm
#2 https://www.instagram.com/reel/C5Upgj1xtAu/?igsh=ZnB0MWVkemdtY3Jq
#3 https://www.instagram.com/reel/C5gKV_qx6yL/?igsh=bnBieWNsY2NyeT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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