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2

다시 찾은 나

by 몰리

티브이에도 나오고 핸드폰 화면에서도 자주 보던 교수님을 바로 코 앞에서 보니, 얼마나 신기하고 반갑던지. 외국 그리고 국내에서 교수생활도 오래 하시고, 내놓으신 단 두 권은 책은 꽤나 유명한...... 방송에서 봤듯, 멘트에서 세심한 배려와 따뜻함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편안한 음성과 겸손함도 '함께'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나름 용기 내서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조용하고 웅장한 음악과 함께 하는 교수님의 명상 설명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커다란 음악

" 귀로 듣지 마시고, 이 큰 음악소리가 나를 그냥 통과해서 지나가게 하세요."

"이 느낌을 기억하세요. 그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어떤 문제라도 여러분을 그냥 통과해서 지나게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천천히 몸의 움직임을 인식하며 움직여 보는 바디명상 시간에는 웃는 모습이 환하고 의상 때문인지 깃털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여자선생님 시간이었다. 손가락 하나 팔하나 천천히 인식하고 걸으면서 자신의 몸의 감각을 느껴보세요. 낮은 무대, "무대로 올라오셔도 됩니다."

앞줄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느린 움직임으로 무대를 채우기 시작했다. 공연자와 관람자는 아니지만 아무튼 구분선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나도 무대 쪽으로 올랐고 사람들은 자기 몸의 움직임에 심취해 가볍게 나비처럼 춤을 추듯 걷고 걸었다.



그때였다.

"자, 가까이 계신 분과 짝을 지어주세요." 내가 두려워했던 일이 이제 드디어.....

몸이 약간 경직되고 곧바로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졌다. 나는 바로 옆, 젊은 여성분과 마주 보고 섰다.

영화 <ET> 에서처럼 두 손 끝을 서로 대라고 해서 손을 잡는 건가 했는데

"이제부터 앞에 계신 분의 눈을 바라봐 주세요.
한 1분여 동안 진행하겠습니다."


선생님이 계속 이어서 부드럽고 친절하고 작고 조용한 음성으로 "사람의 눈은........" 하고 뭐라고 간간이 멘트를 했는데 더 이상 집중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앞에 있는 사람의 미모에 놀랐고 눈도 크고 맑음에 놀랐다. 나는 젊은 시절 시선공포증이 한때 (진행형일 수도) 있던 터라, 처음 몇 초간에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했던 것 같다. 상대도 약간 그런 것 같은데 나는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눈동자가 계속 흔들렸다.


"잠시 눈을 감아주시고.... 우리는 모두...." 눈을 감으라는 말이 얼마나 감사했던지.

차분하게 좋은 말씀을 끝내고는 "자.... 다시 서로눈을 봐주세요."

그래도 찰나의 휴식 덕분인지 조금 덜 당황했고, 아까보다 약간은 편안해져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때 몇몇 사람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번에는 손을 포개라고 했다. 한 사람이 리드하고 남은 사람은 상대방과 연결된 것처럼 함께 느린 움직임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바로 옆에서 교수님이 한 남성분과 손을 맞대고 몸을 움직이고 있었는데 표정이 사뭇 진지하고 몸의 움직임이 물의 흐름처럼 고요하고 정적인 느낌이랄까..... 무대에 그 두 분만 있는 듯한 몰입감 같은 것이 있었다. 번갈아 리드하며 움직임은 계속되었다.



"이제 인사 나누시고, 파트너를 바꿔주세요."....... 으악!

그 여자분과 미소 지으며 인사하는데 얼마나 고맙고, 감사하던지. 나는 그러지 못했는데 끝까지 딴 데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차분히 집중해 주었기 때문이다. 다음 파트너는 다른 의미로 더욱 감사했다. 같은 순서로 서로를 바라보라는데 눈을 감고 명상을 하셔서 나도 편하게 눈을 감고 있었고, 손에는 손가락 없는 장갑을 끼고 있어서 교감의 느낌도 덜했다. 마무리 순서에는 좀 더 많은 이들과 손을 이어 잡고 무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강강술래 하듯 모양이었지만, 느리고 느린 동작으로 움직이며 서로를 느끼는 바로 "함께'라는 이어진 느낌을 받으며 한동안 느린 움직임을 계속 헸다.



남자 가수 선생님의 다양한 음악과 다 같이 쭈욱 소리를 내지르다가 한순간 일동 멈춘 후 찾아오는 완벽한 고요의 순간을 몇 번 만들기도 했었다....

3시간이 넘는 순서가 모두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고 어수선하게 서서 신발과 옷가지를 챙겨 돌아서는데 교수님이 사인을 하는지 어느새 줄이 길게 서 있었다. 시외버스 시간을 핑계 삼아 그냥 돌아섰는데 약간 후회가 된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쩌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스스로가 대견하기까지 했다. 낯선 곳에 갔을 때면 덤벙거리고 괜히 움츠러드는 일이 많은데 처음 보는 사람과 (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던 ) 눈 마주침이 내 안에 있던 숨어있는 두려움을 직면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 그리고 내 안에 막힌 부분이 아직도 많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앱을 통해 거의 매일 짧게라도 명상을 하고 있다. 누적시간 7321분, 진짜 살아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오십 둘이 된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다. 젊은 시절, 자기혐오가 심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와도 많이 가까워진 기분도 들고.... 언젠가 맞게 될 당연한 죽음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한다. 젊은 시절 우울증에만 갇혀있어 못했던 많은 경험들을 이제라도 최대한 경험해 보자는 마음도 들고.

그리고 아무리 바보 같고, 어리숙하고, 쭈그리 같이 보일 때도 이제는 나는 나를 품에 안아줄 수 있게 되었다.

" 너..... 어디 있니?"
"응, 나...... 언제나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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