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보다 살림이 중요한 이유

by 책봄


잠시 친정에 가 있는 동안 남편은 동료들을 불러 집들이를 하겠다고 했다. 혼자 있는 것보다는 동료들과 즐겁게 노는 것이 더 괜찮겠다 싶어 찬성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 결정을 후회했다. 집안 꼴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다 정리하지 못한 쓰레기, 바닥 곳곳에 흘려둔 얼룩, 심지어 동료의 아이가 그려놓은 사인펜까지. 게다가 남편 상태는 또 어떻고. 얼마나 마셨는지 내가 돌아올 때까지도 눈이 풀린 채 술냄새를 풍겼다.

남편을 붙잡고 물었다.


“집안꼴이 왜 이래? 다들 치우지도 않고 그냥 갔어?”

“아니 그게 말이야, 어제 내가 산 주식이 대박이 난 거야. 기분이 좋아서 그냥 가라고 내가 치우겠다고........”

“뭐? 그럼 치웠어야지 이게 뭐야?”

“그게...... 나도 이제 일어났어.”

“지금 주식 투자해서 부자가 되는 게 문제야! 집이 이 모양인데!!!!!!!!!”


명심하자. 투자를 잘해서 부자가 되는 일 보다 관심 있게 생각해봐야 할 것은 지금 집 안에서의 나의 모습이다. 생활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를 성실하게 '스스로' 챙기고 있는지 말이다. 아무리 억만장자가 되었다 한들 집안일에는 전혀 관심 없는 남편을 평생 사랑해 줄 아내는 많지 않다. 결혼한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아이를 낳고 남편이 가장 멋있어 보일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아기띠를 메고 아이를 재워줄 때, 설거지를 해 줄 때, 고무장갑 끼고 욕실 청소를 하고 있을 때라고 한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공감한다. 부지런히 운동해서 근육이 나온 남편보다 배가 나와도 나를 위해 요리를 해주는 남편이 더 사랑스러운 것이 결혼이다. (나만 그래요?) 산다는 건 꿈같은 로망은 순간일 뿐 대부분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지긋지긋하게 하기 싫지만 또 해야만 하는 것이 먹고, 청소하고, 빨고, 치우는 집안일이기에 그것을 대신해주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고맙다.


평생 나의 시중을 들어줄 사람과 함께 살 작정이 아니라면 지금 바로 살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미혼이든 기혼이든 독립한 성인이라면 집안일에 대한 나만의 습관과 루틴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살림이 꼭 해야 하는 일인 건 맞지만 여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기에는 재미있고 유익한 일이 넘치니까. 쌓여있는 집안일을 외면하는 대신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아내면 훨씬 자유로워진다.


현재 집안 꼴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 겉치레식 살림은 오래가지 못한다. 인테리어 소품을 공들여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위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 관리하는 일이다. 남들이 좋다는 기준이 아니라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집을 꾸리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나의 성향, 생활패턴, 가족 구성, 내가 바라는 집의 모습을 한번 생각해보자. 잡지에 나오는 멋들어진 인테리어나 잘 사는 친구 집은 잠시 잊자. TV 속 나 혼자만 잘 사는 사람들도 잠시 잊어버리자. 나만의 생각에 집중해보자. 집안일 중 그나마 어떤 일을 했을 때 가장 성취감을 느끼는지, 어떤 일이 가장 힘든지,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일은 무엇인지,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있는지,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는지 등 내 살림에 대해 세심하게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현재 나의 상태를 정확히 모른 채 눈앞에 쌓여 있는 일에만 급급하면 살림에서도 영원히 주도권을 잡을 수 없고 집안일에 끌려다니게 된다. 자신을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SNS에 오르는 온갖 ‘간편하게 한 번에 끝’이라고 외치는 광고 상품에 쉽게 현혹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쌓인 물건이 나의 집안일을 더 힘들게 한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렵다. 그렇게 늘어난 물건의 가짓수만큼 살림은 더 하기 싫어지고 스트레스도 늘어날 거다. 왜냐하면 그 물건이 결코 집안일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물건을 보고 한숨 쉬며 그 물건을 버려야 하는 것도 결국은 나다.


지금 집안일이 버거운 당신이나 집안일을 주로 하지 않더라도 다 큰 성인이라면 찬찬히 한번쯤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에 맞게 나만의 살림을 새롭게 꾸려보자.


- 당신이 (그나마) 좋아하는 집안일은 무엇인가요?

- 그중에서도 가장 하기 싫은 일은 무엇인가요?

- 내가 직접 하지 않는 방법은 없나요?

- 도와줄 사람이나 가전은 없나요?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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