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어린이집에서는 한 달에 두 번 요리활동을 한다. 직접 만들어보고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활동이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활동이다.
요리활동이 있던 날, 둘째를 데리러 가니 선생님이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신다. 잠시 뒤 손도 안 덴 '개구리버거'를 들고 나오셨다. 보통은 만든 뒤 먹는다는데 의아해진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맛이 없었니? 먹기 싫었어?
아니, 오빠가 먹고 싶다고 했잖아.
전날 밤 내가 둘째에게 내일 햄버거를 만드는 요리활동을 한다는 말을 하자, 첫째가 '나도 그 햄버거 먹고 싶다.'라고 했던 말이 그제야 기억이 났다. 첫째도 워낙 빵을 좋아하는 터라, 동생이 햄버거를 만든다는 소식에 부러워하며 했던 말이었다.
둘째는 오빠의 말에 '내가 만든 햄버거 같이 먹자'라고 말했고, 정말 햄버거를 만들고는 손 하나 대지 않고 고이 가져온 것이었다.
집에 와서 개구리 버거를 정확히 반으로 갈라 둘이 나눠 먹는데, 둘째가 어찌 참았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맛있게도 먹는다.그 모습을 보니 코가 찡 하고 눈물이 핑 돈다. 고작 30개월 아이에게, 다른 친구들이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보면서도 참는 일이란 얼마나 힘든 일일지 잘 알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먹고 싶은 간식을 10초도 기다리지 못하는 마냥 아이다.)
둘째가 오빠를 참 좋아한다. 자주 싸우기도 하지만 또 얼마나 찾고 챙기는지.
'소중한 사람의 흘러가는 말에도 귀를 기울이는 마음, 소중한 사람과 한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둘이 먹는 모습을 한참 동안 기분 좋게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