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아리 Jan 11. 2022

오빠라는 이유로 양보할 필요 없다고 하자 아이가 말했다


나는 연년생 남매의 엄마이다. 아이들의 나이 차이는 겨우 20개월. 첫째는 겨우 20개월, 온 세상의 사랑을 넘치게 받아도 모자랄 시기에, 동생이라는 존재를 맞이했다.


또한 나는 첫째다. 그래서 첫째이기에 지워졌던 이름 모를 책임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물론 첫째라 누린 혜택도 있으나, 다시 태어난다면 첫째를 피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첫째의 설움이 설명될까.)


그래서 둘째가 생겼을 때 다짐했다. 결코 나의 첫째에게 오빠라서, 오빠니까 느껴야 할 것들을 최대한 피하도록 하자.


그러므로 우리 집에서는 잘 쓰지 않는 말들이 있다.

'오빠니까 양보해줄래?' '오빠니까 네가 참자.'


그럼에도 의도치 않게 자꾸만 첫째가 물러서는 상황들이 생겨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이 상했다. 마치 내가 물러서는 마냥.


그러던 어느 날,

둘째가 첫째가 먼저 앉은 의자에 굳이 자기가 앉겠다며 때를 썼다. 나는 둘째에게 오빠가 먼저 앉았으니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나 짜증을 내며 울음을 터뜨리는 고작 24개월의 아기. 내가 둘째를 어르고 달래고 있을 때,


첫째가 말없이 일어선다. 순간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오빠라고 언제나 양보할 필요는 없어."

그러자 아이가 내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양보하고 싶어."


내가 왜냐고 묻자 첫째가 대답한다.

"내 동생이니까."

그리고 또 말한다. "내가 양보하고 싶을 때는 양보해도 되는 거지?"


나는 늘 첫째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첫째니까 양보할 필요는 없고, 첫째니까 모든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나의 조그만 아이는 첫째라서가 아니라, 내 동생이라서, 내 동생을 사랑해서, 양보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주 아이는 어른보다 깊고 넓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