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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Dec 20. 2023

5살 동생을 더 놀게 해 주려는 6살 오빠의 묘수

언제나 서로에게 의지가 되기를

우리 집 아이들은 평소 매일 저녁 목욕을 한다. 그때그때 순서는 다르지만, 한 명이 하고 나오면 다른 한 명이 또 한다. 보통은 아이들에게 목욕을 하자고 말하면, 말한 순간부터 목욕탕에 들어가기까지 적어도 20분은 걸리는 듯하다. “이 것만 하고, 저 것만 하고..”


며칠째 너무 추운 날들이 계속되고, 둘째가 감기 기운이 있던 터라, 오늘은 목욕을 하지 말자고 했다. 둘째는 마냥 신이 났는데, 첫째는 웬일인지 자기는 목욕을 하겠다며 바로 옷을 벗어버린다. 방금 전 함께 읽은 청개구리 이야기가 떠올랐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가끔 목욕하지 말자는 말에 누구보다 열렬히 반응했던 첫째라 의아했지만, 그래 네가 하고 싶으면 하자며 순순히 목욕을 시켜줬다. 하지만 목욕을 시키며 궁금함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갑자기 왜 목욕을 한다고 했어?


내가 목욕을 해야 그동안 동생이 좀 더 놀지!


아! 우리 집은 목욕을 하고 나면 바로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한 사람이 목욕을 하면 놀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아무래도 맞는 말이다.


하루 종일 싸우고 삐지고 울고의 반복인, 연년생 남매이지만, 이럴 때 보면 또 세상 둘도 없다.


첫째의 바람대로 둘째는 오빠가 목욕하는 틈에 좀 더 놀이를 했다. 그리고 그날은 첫째의 예쁜 마음에 보답하는 의미로, 한참을 다 같이 놀다 잠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며 가끔 아이의 엉뚱해 보이는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가만히 기다려주고, 살뜰히 물어봐주고,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할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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