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주말에 아이들과 시티투어버스를 탔다. 첫째 아이가 워낙 버스 타는 것을 좋아해서, 일전에도 탄 적이 있던 버스였다. 아이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도,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버스를 타서도 내내 행복해했다.
그렇게 부푼 마음을 가득 안고 점심을 먹으러 남산에 도착했고, 마침 어린이 세트를 파는 곳이 있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심지어 자동차 모양 식판에 담겨있었다.) 아이는 어린이 세트를 가리키며 저걸 먹겠다며 또다시 신이 났다.
어린이 세트 두 개를 시킬까 잠시 망설였지만, 아이에게 “먹이기 싫은” 음식들만 가득한 어린이 세트를 보고는 하나만 시키고 어른들 음식을 주문하고 돌아왔다.(심지어 실제로 맛도 없었다.)
잠시 뒤 음식이 나오고, 그때부터 아이 둘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누가 자동차 식판에 먹을 것인지, 누가 하나밖에 없는 판다 빵을 먹을 것인지, 등등 싸움의 끝이 없었다.
다행히 둘째를 설득해 자동차 식판은 오빠의 차지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하나밖에 없는 판다 빵을 똑같이 나눠먹자고 말하자 첫째는 끝내 싫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나도 이제는 화가 났다. 식판도, 음식도 동생에게 양보 한 번 안 하려는 첫째의 모습에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혼을 냈다.
첫째가 그렇게 혼이 나고, 가라앉은 기분을 되살려 다시 2층 버스를 타려는데 그 기분이 안 난다. 그제야 아침부터 신나 있던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늘 하루를 정말 신나는 하루로만 기억되게 할 수 있었는데, 나의 짧은 생각과 섣부른 판단이 하루를 망친 것만 같았다.
처음부터 어린이 세트 두 개를 시킬걸
싸울 때라도 어린이 세트 하나를 더 시킬걸
고작 5살의 아이에게, “자동차 식판에 담긴 어린이 세트”는 어쩌면 양보하기 꽤나 힘든 것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또한 현명한 부모라면, 애초에 아이가 속상할 일을 불필요하게 만들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함을 깨달았다.
나는 이 날 이후로 외식을 할 때면, 음식이 맛이 있던 맛이 없던 아이용 음식을 두 개를 시킨다. 양보, 배려, 나눔, 이런 것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연년생 남매에게 이러한 미덕을 공부할 기회는 무수히 많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