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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Jul 01. 2021

네가 크면 신라호텔에서 결혼시켜주고 싶어

6월의 어느 날 아이들의 고모가 결혼을 했다. 그리고 우리 4살 첫째가 화동을 하기로 다.(둘째는 아쉽게도 너무 어린 아가라 화동에는 탈락되었다.) 무려 신라호텔에서의 화동이라니! 그 예쁜 곳에서 우리 아이가 화동을 한다니, 철없는 엄마는 신이 났다.


신라호텔 결혼식은 처음 가보았지만, 식장은 익히 보고 듣던 대로 결혼식의 로망이 실현된 곳이었다. 엄청난 양의 꽃과 화려한 샹들리에, 위압감이 들 정도로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곤 이내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결혼을 한다면, 이곳에서 하면 참 예쁘겠다 싶었다.


순간 나는 이토록 예쁜 식장에서 아이들을 결혼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먼 훗날에 나의 아이들이 이런 곳에서 결혼하고 싶어 한다면 언제든 시켜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결혼을 할 적에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의 상황과 여건에 맞추어 결혼을 했었다. 그래서 이렇게 화려하고 예쁜 결혼식장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할 수 없는 일생의 한 번뿐인 것이라 더욱 그러하다.)


자식에게 가장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교육적으로 옳고 그름은 다른 문제다.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을 사줄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시켜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고 싶다. 실제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다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해줄 수 있으나 교육적인 이유로 해주지 않는 것과, 아예 고민조차 해볼 수 없이 해줄 수 없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이번 결혼식을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버님이었다. 자식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 능력, 자식에게 가장 좋은 것을 줄 수 있는 여유가 부러웠다. 나 또한 먼 훗날 아이들이 결혼할 적에 그런 능력과 여유가 갖춰지길 바라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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