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보다 서른 아홉이 더 아름다운 이유

서른 아홉 시리즈의 프롤로그

by Gaemi

29살.

한창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놀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 진짜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나이. 그리고 가장 미모가 아름다운 나이. 그리고 30대가 되기를 거부하는 나이. 마치 30대가 되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고 인생을 실컷 즐기는 나이이기도 한 29살.


29살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나는 무척 궁금하다. 내 친구들만 봐도 29살에 인생 끝난 줄 알고 신나게 놀거나 신나게 쓰거나 신나게 술 마셨던 것 같다. 그러나 나에겐 28살 다음 바로 30살이었다. 나에겐 29살이 없었다.


나는 27살에 결혼을 했다. 그 당시에 나보다 결혼을 먼저 한 친구가 딱 한 명 있었다. 속도위반으로. 그 친구를 제외하면 내가 처음이었다. 나는 내가 이렇게 결혼을 일찍 할 줄 몰랐다. 5년이라는 긴 연애를 한 후 나는 당분간 남자를 만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인생이 뭐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있나? 어쩌다 결혼. 정말 어쩌다 결혼하게 되었다.


친구들은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보이는 나의 결혼 생활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저녁 늦게까지 놀고 있는 친구들, 주말마다 여행 가는 친구들. 나는 그 당시 대학원을 다녀서 더 바빴다. 공부하느라 바쁜 데다가 결혼까지 했으니 나의 자유는 온데간데없었다. 28살, 결혼 1년 후 나는 임신을 했다. 그리고 29살에 나는 첫 출산을 했다.


주변에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친구가 딱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만을 의지하며 나는 육아를 견뎌냈다. 그러나 밤마다 우는 아이를 달래며 눈물을 흘리던 나날들. 로션 하나 바를 시간 없고 화장실 한번 맘 편히 갈 수 없었던 시절이다. 늘 수유복을 입고 있었고 어제나 오늘이나 별 차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힘든 나날들을 털어놓을 친구조차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도 없었다. 미혼인 친구들은 아무래도 본인들 연애하랴 놀러 다니랴 일하랴 바빠서, 아기 있는 우리 집에 오는 것도 꺼려했다. 그리고 내가 아기 키우느라 바쁜 것을 알고 점점 연락조차 뜸해졌다.


정말 외로운 29살이었다. 엄마가 처음이었던 나, 그리고 아빠가 처음이었던 남편과의 갈등도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였다. 누구 하나 내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누구나 다 겼는 산후우울증 탓인지 별일 아닌 일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던 나날들이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예뻐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이렇게 눈물로 얼룩진 기억들 때문일까? 29살의 기억이 없다. 아니다, 지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제 나는 40살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처음 맞는 아홉수에 기분이 묘하다.


"야, 29살 때랑 39살 때랑 뭐가 다르니?"


내 인생에 29살이 없어서 그런지, 29살 때 기분이 궁금해서 친구들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29살 때는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는데, 39살은 뭐 별거 없는 것 같아. 몸만 좀 힘든 거?"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 멸망 전의 전야제 같은 것을 느끼고 싶었다. 나는 28살이 지나고 바로 30살이 되었는데 말이다. 왠지 억울하다. 그래서 나는 더욱 멋지게 39살을 보내고 싶고 빠짐없이 기록하고 싶다. 나에게는 처음 맞는 아홉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39살을 더 찬란하고 아름답게 보내고 싶다. 마치 처음 맞는 29살처럼 말이다. 두 번째 스무 살인 40살을 맞이하기 전에 나는 이루고 싶은 꿈을 적었고 39살에 모두 이룰 생각이다. 29살을 그냥 흘려보내버린 만큼 두배로 39살을 값지게 보내고 싶다. 그러면 두 번째 스무 살을 더 반짝반짝 빛난 상태에서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결혼을 하고 출산을 했기에 더 빠른 자유를 얻어 훨훨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해 본다.


이것이 29살 때의 나보다 39살인 지금의 내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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