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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Mar 06. 2023

1. 그림책 작가의 첫 단추, 나의 투고 이야기

그림책 작가되기 프로젝트

6개월의 그림책 수업을 끝낸 후 매일 같이 나에게 한 말이 있다.

절대 멈추지 말자.


거의 반년은 그림책에 푹 빠져 지내다가 손을 놓아 버리면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림책 관련 책도 열심히 보고 그림도 매일 그리고 다른 작가의 그림도 빠짐없이 보고 공부했다. 그러다 나보다 먼저 출판사랑 연락을 하게 된 동기가 용기를 주었다.


개미씨, 어느 정도 되었잖아요. 일단 돌려봐요.

늘 수업 시간에 선생님한테 혼나던 나의 그림을 투고하라고? 맨날 욕먹던 그 그림을? 처음엔 손사래 쳤다. 그러나 동기는 끈질기게 나에게 몇 번은 투고하라고 제안을 했다. 그래, 내가 누군가? 나는 실패를 즐기는 남개미 아니던가?


지금 내가 봐도 부끄러운 수준의 더미북을 나름 다듬고 또 다듬었다. 그리고 기획의도, 줄거리 등을 한 장으로 요약하여 준비 끝! 그리고 나름 출판사 투고 메일 리스트를 작성 후 하나 둘 돌리기 시작했다.


20개의 출판사에 이틀에 걸쳐 투고를 마쳤다. 1시간 내에 회신을 준 출판사부터 다음 날 회신이 오는 곳, 그리고 아예 읽었으나 회신조차 주지 않는 곳. 이 모든 확인이 거의 3일 안에 확인이 되었다.


작가님의 정성스러운 원고를 잘 받았습니다. 다만 저희와 출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획의도는 정말 신선합니다. 다만 아이들이 읽기에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보완하여 다시 한번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대부분 이러한 눈물의 거절메일이었다. 처음에는 메일을 열 때마다 기대를 했다. 그러나 점점 희망을 잃어가자 여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나마 이렇게 나의 문제점을 꼬집어주는 출판사의 메일은 감사한 일이었다. 사실 읽씹이 더 마음의 상처로 남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2개의 출판사에서 극적으로 연락이 왔다. 첫 번째 온 출판사는 나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으나 지금 너무 바쁘니, 나중에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두 번째 출판사는 바로 미팅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일단 두 번째 출판사부터 미팅을 잡고 나의 더미북을 갖고 출판사로 향했다.


나름 인쇄소에 가서 거금 2만 원 정도의 돈을 들여 더미북을 2개 준비해서 갔다. 그러나 편집장님은 내가 인사를 드리고 더미북을 드리려고 하니,

"아니 됐어요. 어차피 봤으니까 안 주셔도 돼요."

그때는 이 말이 왜 이렇게 서운하던지. 분명 PDF로 보는 것과 종이로 넘겨 보는 맛이 다른데 말이다. 그러나 나는 신인 작가였기 때문에 바로 더미북은 가방에 넣었다.


기획 의도는 정말 좋아요. 그런데...


맞다. 1시간가량의 미팅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나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기획 의도 빼고 다 바꾸라는 출판사의 의견이었다. 그래서 나의 더미북을 보지 않았구나,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1시간 동안 꽉 막힌 경부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오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디서부터 어디를 고쳐야 할지도 막막했다. 그러나 다행히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으니까.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누구는 출판사와 미팅을 하기까지도 몇 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나는 거의 반년만에 미팅 한번 해 볼 수 있지 않았던가?!


그렇게 나를 다시 다잡고 출판사가 의도한 대로 나는 다시 그림책을 수정해 나갔다. 그 사이 첫 번째로 연락이 왔던 출판사 대표님이 연락을 주셨다. 사실 망설였다. 둘 다 만나볼까? 많은 사람의 피드백을 받으면 좋잖아? 며칠 고민을 했지만 나는 정중히 거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매우 아쉬워했지만 알겠다고 인사를 마무리지었다.(그러나 결국 몇 달 후 다시 대표님을 만났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


에디터님과 1달에 1번 나의 원고를 주고받으며 약 3개월을 보냈다. 수정해서 원고를 메일로 보내면 에디터님이 잘 받았다는 회신을 주셨고, 며칠 후 전화를 주셨다.

이 페이지가 조금 어색한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작가님 어떤 의도로 그리신 거죠?

에디터님은 늘 나의 원고를 애정 어린 마음으로 봐주셨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어떻게든 같이 해결해 주시려고 하는 마음이 나에게도 전달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래도 신인 작가이다 보니 에디터님의 조언이 거의 90프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님, 작가님 의견 말씀하셔도 돼요~ 그대로 하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내가 너무 에디터님 조언을 다 받아들였나 보다. 그러나... 경험이 없는 나에게는 사실 에디터님의 조언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3개월 정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드디어!

작가님! 오늘 좋은 소식 전해드리려고 전화드렸어요! 계약해요, 우리!

그렇게 나는 그림책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출판사와 계약을 하기로 했다. 누구보다도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주신 에디터님께 너무 감사했다. 나만큼이나 기뻐하신다는 것을 전화 너머로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운 좋게 나와 합이 잘 맞는 에디터님을 만났고 편집장님 만난 것 같다. 참 감사한 일이다. 아직도 편집장님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조언해 주신 말씀이 떠오른다.


첫 책은 작가님이 꼭 마음에 드는 글 그림으로 출판하세요.
그 첫 책이 작가님의 앞으로의 그림책 활동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에요.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림책 수업의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은 물론 축하해 주셨지만 마지막에

조금 더 다듬어서 보내지. 왜 이렇게 급하게 보냈어~

선생님의 말씀도 이해가 되었다. 출판사에서 좋게 본 것은 나의 기획 의도뿐이었음을. 하지만 그 기획 의도라도 좋게 봐주셔서 출판사와 조율하며 만들어나갈 수 있음에,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다. 나의 그림 실력을 늘 불안해하시고 답답해하셨던 선생님.

저의 답답한 그림 조언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아직도 답답해~~

ㅋㅋㅋㅋㅋ 애정 어린 스승님의 조언으로 받고 나는 다시 달린다. 나에게 용기를 준 동기에게도 감사하며, 늘 부족하고 답답한 나의 그림을 보시고 아낌없이 조언해 주신 선생님, 그리고 내 일처럼 내 그림책을 아껴주신 출판사 관계자분들께도 감사하다. 이제 시작이다!



그래서 교훈!

일단 저지르자! 시작도 안 해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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