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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성공하여 연재 종료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회계팀 취업 이후 일상과 커리어 향상으로 연재하겠습니다.

by Poseidon

약 1달 전쯤, 나는 면접 연습을 하고자 어느 기업 회계팀에 지원했다. 내가 사전에 정해놓은 기준에 전부 부합했지만 "블라인드 평점 2.5 이상"에는 부합하지 않은 회사였기 때문에 연습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네임벨류가 있는 탑급 중견기업이라 그런지 회계팀에 1,300명 넘게 지원했더라. 그리고 운 좋게 그곳에서 최종면접을 보게 됐다. 최종면접에 들어갔던 그 친구는 나와 동갑이었고, 거의 모든 스펙이 나와 동일했다.


2명 중 한 명만 뽑는 자리는 다소 잔인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사회의 냉정 함이랄까.. 차가움 등 현실을 더욱 빠르게 직시할 수 있었다. 회사는 즉시 출근 가능자를 선호하였고, 그 친구는 그것이 가능했지만 나는 불가했다.


그렇게 나는 떨어졌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일주일에 8-9곳씩 회계팀에 지원했다. 최종 면접까지 가고 나서 느낀 것은 "정말 가고 싶은 기업"만 지원하는 게 핵심이란 것을 깨달았다. 가고자 하는 마음이 애매모호하면 그것은 면접관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무조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눈에 강렬한 의지를 담고 "저 즉시 출근 가능합니다"를 외치는 자야 말로 면접관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대화 잘 통하고 기본적인 직무 이론 지식이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1달쯤 지났을까?

저번 주, 나는 내 기준에 부합하는 곳에 최종 합격을 했다.

코스피든 코스닥이든 상장했고, 중견기업이며, 급여는 최소 3,500만 원 이상, 블라인드 2.5점 이상인 회사로, 내가 세운 기준에 정확히 부합했다.


문제는 면접 과정에서 있었다. 3명의 면접자들을 30분이나 방치시켜 놓고 면접장에 들어온 회계팀장..

면접 시작 후 3분 정도 지났을까? 면접관이 말을 편하게 하는 걸 느꼈다. 반말도 하고, 해서는 안 될 소리도 하고 ㅎㅎ


이 회사는 장단점이 확실한 회사였다. 퇴근이 없을 정도로 워라밸이 산산조각 난 회사지만 "연차가 쌓이면" 어마무시한 보상을 해준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보통의 워라밸 없는 수준을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근무시간은 08시부터 시작하여 기본 22시까지 근무한다고 한다. 2-3달에 한 번씩 토, 일요일 당직 근무도 해야 한다.


하지만, 보상은 s*나 삼*처럼 불굴의 대기업 임원급으로 돈을 준다. 문제는 "연차가 쌓이면"이다. 신입은 오히려 업계 평균보다 훨씬 낫다. 그리고 돈을 주는 것도 기본급이 아니라, 인센티브로 주기 때문에 회사 순이익이 낮게 나오면 바로 사라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내가 이 회사에 가서 3년 이상 버틸 자신이 있다면 갔겠지만, 내게는 또 다른 선택지가 생겨서 가지 않겠다고 했다. 또 다른 선택지는 바로 기존에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곳이었다.


워라밸이


박살 났지만 유일하게 붙은 곳이기 때문에 가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던 찰나에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곳으로부터 전화가 한 통 왔다.



"슈슈 씨, 우리가 티오가 생겼는데 혹시 취업 안 했으면 함께 할 수 있을까요?"블라인드 평점이 이번에 붙은 곳보다 0.5점 정도 낮은 기업이었지만, 회계팀장님이란 분이 인품이 좋아 보였다.



블라인드 평은 어차피 부바부가 심하니 나는 내가 면접장에서 본 덕목을 믿기로 했다. 그래서 급하게 이전에 면접 본 곳과 조율 후 출근하기로 했다.


첫 출근 당일.

내가 생각했던 곳보다 이 회사는 훨씬 수직적인 분위기였다. 이러한 것들을 잘 나타낸 블라인드와 잡플래닛의 신빙성을 가지게 되었다.


08:30-18시 근무로, 평균적인 근무시간보다 30분이 더 많다. 물론, 이 부분은 야근수당에 포함시켜 주긴 한다. 근데 야근수당을 빼면 거의 최저시급보다 조금 높은 수준인데 이게 맞나 싶긴 하다.


식대, 기본급, 야근수당, 성과급 등을 합치면 그래도 식품회사 치고는 신입에게 돈을 많지 주는 편이라고 느꼈다. 한 4천 초반 정도 되는 거 같다. 그래서 일단 버텨보려고 한다.


물론, 대표님이 오시면 벌떡 자리에 일어나 크게 인사드리는 것과 다소 수직적이고 딱딱한 분위기지만 요즘 취업난이 심해서 원하는 곳을 가려면 직무 경험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세무사 시험을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실무는 또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거래의 8요소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거 같은 업무들인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엑셀을 어찌나 많이 사용하는지 회계팀이 아니라 데이터관리팀 같다. ㅋㅋㅋㅋ


이번에 경력자분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했던 이직 사유가 "일이 많고 힘들다"였다. 그래서, 대표 이사님이 내게 "너는 제발 오래 좀 다녀봐라. 응!?"이었다. 회계는 기본적으로 기획이나 마케팅처럼 성과를 숫자로 나타내기 힘든 부서다. 그저 "문제가 안 터지면 선방했네"느낌이다.


그래서, 매번 엑셀 숫자가 틀려서 다시 확인하고 고치고 수정하고를 수십 시간 반복해서 나온 결과물이 "문제 안 터졌네~"이므로 그 어떠한 보상이 없다. 아마 이러한 이유로 대거 퇴사를 한 거 같다. 물론, 그 덕분에 추가적인 금전적 보상을 내부적으로 검토한다는 얘기가 있긴 하다.(확정된 건 없지만)



이번 주에 입사하여 맞이하는 첫 주말에 느낀 것을 적자면,


- 고시랑 회사 다니는 거랑은 별로 큰 차이는 없구나..

- 돈을 많이 주는 곳은 많이 주는 이유가 있구나..

- 직장인 돼서 영어 공부하고 운동도 주기적으로 하려 했는데 그냥 집 가서 눕고만 싶어 지는구나..

- 겨울에는 해를 볼 수 없구나..

- 나는 아는 게 별로 없는 정말 무능한 사람이었구나..

- 회사는 알바랑 다르게 정말 수직적인 곳이구나..

- 회사는 알바랑 다르게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남다르구나.



우리 회사의 특징과 현재 나의 업무 진행도를 말해보자면,


출근하면 모든 사람께 인사드리고, 밥 먹으러 갈 때, 밥 먹고 돌아올 때, 퇴근할 때 전부 인사드리는 것은 기본이고 퇴근도 눈치 보면서 해야 한다. 9-6시도 아니고 08:30분 출근이며, 신입은 일찍 와야 된다고 하여 20분 일찍 가고 있다. 즉, 약 9시간을 일하고 있다.



최종면접에서 내가 떨어지고 붙은 다른 동기는 적응기간이라고 천천히 업무를 배웠지만, 나는 바로 열흘 뒤부터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 교육을 하루에 4-5시간씩 받는다.



교육을 받으면 스스로 해보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 시간에도 교육을 받아서 계속 리셋되는 느낌이다. 초반에 나한테 "우리가 경력자들이 여러 명 나가는 상황이라 많이 바쁘고 힘들 거야"라고 하셨던 게 이해가 됐다.



정말 바쁘고 정말 너무 힘들다. 퇴근하고 나면 집에 가면서 한숨만 10번 가까이 내쉬는 거 같다. 오히려 취준생일 때가 20만 배 더 행복했던 거 같다.


최근에 정말 힘든 일이 있었다. 내가 이 힘듦을 극복할 수 있을까 싶다. 근데 나는 회복 탄력성이 저는 사람이니까 천천히 또 진득하게 회복할 듯싶다.


같은 사건이 일어나도, 누군가는 행복을 느끼고 누군가는 불행을 느낀다.

불행과 행복은 한 끝 차이고 생각하기 나름이다.

본인이 불행하다면 이 불행이 미래의 내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지는 않을까 싶다.

생각을 전환하여 불행의 현실을 행복하게 바꾸고 싶다.

"힘들다"보다는 "오늘 완전 갓생 살았네. 나 자신 진짜 전다."라고 생각해 보고,

"슬프다"보다는 "내게 일어난 이 일은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어. 오히려 지금 일어나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렵겠지만, 작은 사고의 전환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다음 주부터는 매주 주말, 중견기업 상장사 회계팀 신입의 일상과 커리어 향상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 및 실행방안을 위주로 연재하려고 합니다. 제 글이 부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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