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성공. 하지만, 고민이 계속되는 이유
선택장애
조금 더 길어질 줄 알았던 취업 준비가 막을 내렸다. 하지만, 내린 막을 다시 올릴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
나는 약 1달 전 "상장 중견기업 회계팀 최종 면접"이란 주제로 글을 썼다. 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앞으로 회사가 많이 나오니 이 회사를 A회사라고 하겠다.
A사 회계팀장: "***씨, 아직 취업 준비 계속하시면 저희랑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티오가 났는데 ***씨 결과가 아쉬워서 먼저 연락드렸습니다."
나: "아... 일단 연락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근데, 저랑 같이 최종 면접 봤던 그 친구가 그만뒀나요?"
A사 회계팀장: "아 아뇨! 그 친구는 계속 다니고, 다른 사람이 나가게 되어 티오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씨 같은 학교, 같은 학과 후배가 ***씨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줘서 확신이 생겼습니다"
나: "네...? 저희 학교, 경영학과 후배요????? 아..... 그렇군요...! 의향은 있는데, 면접을 봐야 할까요?"
A사 회계팀장: "아 그 부분은 제가 월요일에 윗 분들 허락 맡고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나: "네! 알겠습니다 :)"
이게 바로 어제저녁에 일어난 일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여길 가면 되는 문제지만, 사실 다른 곳도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다. 이곳은 B사라고 부르겠다.
내가 붙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그 면접에서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다. 이 회사는 호불호가 굉장히 강학 기업이다. 신입은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연봉의 앞자리가 바뀌는 인센티브가 강점이다.
그럼 여기 가면 되지 않냐고?.. 여긴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한다. 야근의 정도를 알아보니, 빠르면 21시 늦으면 23시까지 하더라. 그렇다고 09시 출근도 아니다. 08시다.
즉, 08-18(17시 아님 주의) 근무에 야근은 밥 먹듯 해야 하고, 2-3달에 한 번씩 토, 일 당직 근무도 각각 있다.
ㅋㅋㅋㅋㅋㅋㅋ
들어보면 사장님 마인드가 이거다
"너희들은 일해라. 죽도록 일해라. 그러면 대기업 임원급 연봉 가지게 해 줄게"
5년 차가 연봉 8-9천
10년 차가 연봉 1억 3-5천
이라고 한다. 사실 이렇게 받을 수 있는 이유가 이 회사가 지금 굉장히 성장 중이고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수혜를 많이 받고 있는 회사 기이 기도 하다.
해외 주재원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있고, 해외 출장도 꽤 있다고 들었다. 일만 많으면 전문성 괴물인 내게 최적의 기업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정말 중요하다고도 생각한다.
면접 볼 때 회계팀장의 발언이 많이 걸린다.
"***씨는 너무 어려. 오래 일 못할 거 같아. 세무사 시험 18개월밖에 안 했다고? 그냥 취업하지 말고 이거 계속 공부해! ***씨는 탈락!" 하면서 내 서류를 옆으로 치우더라.
제정신 아닌 줄 알았다. 솔직히 기분은 더러웠다.
하지만, 일종의 테스트라고 생각하고 나는 면접에서만큼은 부처 마인드를 유지했다.
"아,, 좋은 말씀 일단 너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 정말 고시공부 다시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평가 대상에 포함시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하니까 회계팀장이 "아.. 장난이었어요~!"라고 하더라.
솔직히 사람은 좋아 보였다. 그냥 처음 본 사람도 거리감 없이 대화하고 동네 형 같은 느낌? 문제는 그만큼 생각을 안 하고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현재 나는 이렇게 A사와 B사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
여기서 끝이면 모르겠는데, 사실 여기서 하나의 회사가 더 등장한다. 이 회사는 C라고 부르겠다.
C사는 다음 주 초에 1차 면접을 볼 예정이다. A사와 B사는 집에서 1시간 거리지만 C사는 20분 거리로, 압도적으로 가깝다. 또, 대기업 협력사로 매우 튼튼한 재무구조를 가졌고 블라인드 평점은 3점대 초반으로 급여, 워라밸 측면에서 최적의 회사다.
문제는 A사와 B사 입사일이 다음 주 중반이라는 것이다. C사의 1차 면접은 A or B사 입사 전에 볼 수 있지만, 2차 면접을 볼 거면 선택한 하나의 회사마저 퇴사하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류 통과는 약 5%로 낮은 타율이었지만, 면접만 보면 취업에 성공할 정도로 면접 타율은 좋다. 아무래도 나쁘지 않은 관상과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많이 그 회사를 조사해서 그런 거 같다. 의외로 말도 잘 못 하고 질문의 핵심이 무엇인지 모르고 답하는 사람이 많더라.
이거 말고도 코스피 상장사(중소) 회계팀 인턴 결과가 다음 주 초에 결과가 나오는데 여기는 붙어도 안 갈 것이기 때문에 논외로 해야겠다.
친구들 말로는
"너 의외로 취업 잘 되는 거 같은데, 성급하게 가지 말고 신중하게 가. 가고 싶은 기업으로다가."
"아무리 돈 많이 줘도 이상한 사람 있는 곳 가면 안돼. 워라밸도 정말 중요해"
"나였으면 돈 많이 주는 곳 간다. 어차피 회사 생활 다 거기서 거긴데 돈이라도 많이 주면 무조건 가야지"
정말 다양한 조언을 받았다.
사실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거 같다. 그러면 적어도 우울하고 슬프진 않겠지.
현재 내가 생각한 계획은
1. C사 1차 면접을 본다.
2. A or B 회사 중 하나를 선택해서 입사한다.
3. C사 2차 면접 연락이 오면 입사한 회사를 퇴사한다.
4. C사가 떨어지면......... 스펙 다시 쌓으면서 SK 계열사에서 연말정산 아르바이트를 한다.
5. C사가 붙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다닌다.
이게 베스트일 거 같은데, 문제는 2번이다. A사를 다니다가 3번 루틴으로 가게 되면 나를 "***선배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말해준 후배는 도대체 뭐가 될까.. 싶다. 나랑 별로 안 친해서 따로 연락이 안 오는 거 같은데, 그래도 그 후배한테 피해 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2번에 B사로 마음이 기울지만, 주변 사람들이 B사 회계팀장의 행동과 붕괴된 워라밸로 인해 나를 걱정한다. 또 어머니도 A사가 좋지 않겠냐고 말씀해 주신다.
A사와 B사 모두 상장한 중견기업 회계팀 소속이다. 둘 다 남초 회사고(수직적인 분위기임), A사는 사람이 좋다는 평이 자자하지만 장점이 그거뿐이라서 잡플 평점이 2점 초반이다. B사는 워라밸이 붕괴됐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굉장히 높아지는 급여와 커리어 향상 점수가 높아 2번 중후반이다.
A사는 식대 제외하고 성과급, 상여 다 합치면 4천 초반대 연봉이고 B사는 3,000천 중반대로 시작한다. A사는 호봉제라서 안정적으로 급여가 오르지만, 그만큼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급여가 파격적으로 오르지 않는다. 반면 B사는 인센티브 파티라서 한 만큼 벌어간다고 보면 된다.
모르겠다. 솔직히
여기에 글을 쓰는 이유도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다.
내가 왜 세무사 시험을 준비했는지 생각해 보니,
나는 내 사업장을 차려서, 낮이든 밤이든 열심히 일하고 싶었다.
그렇게 쌓인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하는 시간을 점차 줄여도 돈을 많이 버는 미래를 만들고 싶었다.
나의 이러한 성향은 B사와 일치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은 그 회사를 가보지 않으면 모르니 애매하다.
아, A사는 회계팀장부터가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물론, 면접과 전화 통화를 통해서지만 블라인드 평점을 보면 직원들은 전부 좋은 사람인 것이 분명하다.
내일은 여자 친구와 만나서 회사에 대한 토론을 해볼 생각이다.
사실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축복받은 것이란 걸 안다. 그래서, 어제는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요즘 면접을 많이 봐서 몸이 좀 맛이 가서 그 행복을 제대로 누리고 있진 못하지만..(대부분 누워있다 ㅠ)
수영을 그만해야 하나? 감기가 안 떨어진다 ㅋㅋㅋ ㅠ
그래도 나를 이렇게 좋게 봐주셔서 취준 연재글을 조만간 끝마칠 수 있을 거 같다.
아, 위에 1->2->3->4번으로 가면 다시 취준 시작이지만 말이다,,,,
상반기에는 아마 더 경쟁이 치열하겠지..? ㅠㅠ
이 글을 보는 취준생 중에 본인이 아직 취업하지 못했다면, 전산세무 2급 꼭 취득하세요. 자격증은 딱 재경관리사 + 전산세무 2급 정도만 있으면 돼요. 그 이상은 굳이 투입 안 해도 되고, 엑셀 관련 자격증도 필수로 취득하세요. 어차피 1~3월은 결산시즌이라 회계팀 공고가 거의 없거든요. 만약 공고가 올라오면 지원하지 마세요. 아마 기존 직원이 도망쳐서 결원 충원하려고 뽑는 걸 텐데 바로 도망가실 수도 있어요.(매일 야근 + 주말 출근 할 수도 있거든요)
그니까 1~3월에 단기 아르바이트도 좀 하고 자격증 취득 + 경제 신문 일주일에 최소 한 번 + 엑셀 공부 + 무료 자소서 첨삭 + 면접 예상 질문 정리 정도만 하시면 좋은 결과가 빠르게 오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 제가 1->2->3->4로 갈지 1->2->3->5로 갈지 1->2에서 끝이 날지 남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