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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회계팀 인턴, 면접 후기

이거라도 하는 게 맞을지.

by Poseidon

최근 SK그룹사 연말정산 아르바이트에 합격했다. 의외로 붙을 줄 알았던 병원 연말정산 아르바이트는 떨어지는 거 보니 역시 면접은 까보기 전에 모르는 것 같다.


25년 3~4월부터는 공기업이랑 같이 지원할까 싶어 컴활 1급 -> 한국사 1급 -> 전산세무 2급 -> 토익 순으로 준비해서 취득하려고 했다. 한국사와 전산세무는 연말정산 아르바이트 하면서 말이다.


근데 마침 어느 날 회계팀 인턴 공고가 올라온 것이다. 내가 원하는 상장사에다가 다양한 사업을 하는 기업이었다. 요즘은 신입에게도 경력을 묻는 이상한 세상이 도래했기에 이런 기회는 매우 귀중했다.


공고가 올라오고 약 1시간도 안 돼서 나는 빠르게 지원하였고, 당일 오후에 바로 다음 날 면접 보러 오라고 하더라. 하루라는 시간 안에 이 회사에 대해 얼마나 조사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정규직도 아닌 인턴이라 면접에 큰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3시간 정도는 기업 분석하고 면접 기본 질문들을 준비했다. 해당 회사에서 3개월 혹은 6개월이라도 회계팀 직무 경험을 한다면 분명 서합률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이 가득했다.


면접 당일.

오랜만에 단벌 신사의 소중한 다크 네이비색 정장을 꺼내 들었다. 날씨가 추운 관계로, 와이셔츠 안에는 흰색 반팔과 정장 위에는 검은색 롱코트를 입었다. 하필 며칠 뒤에 머리 자르는 날이라 머리가 많이 지저분한 게 아쉬웠다.


너무 일찍 가도 할 거 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싫어, 이번에는 10분 전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6-7분 전. 그냥 30분 일찍 가야겠다. 너무 아슬아슬한 느낌,, 초행길은 항상 +20분 잡아야겠다.


회사 건물은 역 바로 앞이었고 집이랑 가까웠다. 일단 이 점은 매우 만족. 대회의실 같은 면접장에 들어가니, 인사팀장님과 회계팀장님이 계셨다. 회계팀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처음 뵀던 여자 회계 팀장님이었다.


이 분은 지금까지 살면서 봤던 면접관 중에 가장 따뜻하신 분이었다. 무슨 말을 하든 다 깊게 호응해 주셨고, 말 한마디 한 마디 조심스럽게 건네주셨다.


준비해서 간 질문들만 나오길래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변수가 하나 찾아왔다. 바로 인사팀장이 뽑아온 종이였다. 그 종이에는 회계 직무 기초 문제가 들어 있었다.


회사에서 많이 하는 분개 문제지만, 기초 중의 기초라서 그런지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문제였다. 다급하게 최근에 들은 회계원리 강의를 회상하며 문제를 풀어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틀렸다.


대학교에서 들은 회계 관련 수업들, 관련 자격증, 세무사 시험 준비 등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한 실무 기초 문제였다. 확실히 전산세무 2급 or 1급(과투입 예상)을 빨리 취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sk계열사 연말정산 아르바이트라는 Plan b가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되긴 했다. 만약 떨어지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집에서 쉬고 있는데 인테리어를 하는 상장사 자금/회계팀 포지션 제안이 오더라.


상세 직무는 면접 때 알려준다고 하는데, 뭔 상세 직무를 면접 때 알려줘 ㅋㅋㅋㅋ 정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규모가 꽤나 큰 곳인지라 일단 부르면 가겠다는 생각이었다. 마침 전화가 오더니 바로 다음 날 면접을 보러 오지 않겠냐고 하더라.


이 회사는 건설사라 그런지 굉~~ 장히 보수적인 분위기에 엄~청나게 많은 업무를 자랑한다고 한다. 물론, 그만큼 돈으로 빵빵하게 보상해준다고 한다. 오늘 봤던 회계팀 인턴 면접이랑 전혀 상반되더라 ㅋㅋㅋ(해당 회사는 워라밸이 유일한 자랑)


아, 인턴이라 그런지 월급은 200만 원이던데 나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실무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애 데려다가 가르치면서 일 시키는데 200만 원도 감지덕지지..


혹시라도 만약 2군데 다 붙어버리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 일단, 내 미래에 더 도움이 될 거 같은 순서대로 순위를 잘 매겨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끔 해야겠다. 지금으로서는 인턴이 1순위라서 꼭 됐으면 좋겠다.


인테리어 상장사는 매일 야근 + 주말 출근이 필수고 옷도 자율 복장이 아니라고 하는 거 보니 뭔가 오래 다니기 힘든 회사처럼 보인다. 돈 많이 주는 것도 2년 차부 터고 ㅋㅋㅋㅠ 물론 내가 직접 가보기 전에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1월부터 3월까지는 이제 진짜로 회계팀 공고를 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잘하는 것이 중요할 거 같다. 면접을 보면 볼수록 마치 소모품처럼 기업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암울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내가 어렸을 때 원했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 말이다.


일단 내게는 plan들이 굉장히 많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 자신을 믿자. 너 지금 굉장히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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