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다대다 면접
솔직히 학교 수업이며, 인강이며, 현직자 멘토링 등등 교육은 많이 받았지만 적을 만한 건 없었다. 면접관들은 이 케이묵이란 곳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소서를 합격하려면 "정량적"평가도 중요하니까. 그래서 꾸준히 듣고 있다. 그리고 듣다 보니 생각보다 유용하고 재미도 있다.
신기했다. 공부가 그토록 짜증 나고 싫었는데.. 지겹도록 한 회계와 세법을 한참 쉰 다음 다시 차근차근 공부하니 재밌다. 역시 난 이쪽이 맞는 거 같다. 이거 외에도 유튜브에 "떠먹여 주는 세무사"의 회계원리 강의를 무료로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회계사, 세무사 준비생들이 보는 강의의 1타 강사들보다 훨씬 잘 가르친다.
세무사 1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조차 이 강의를 보고 이해가 됐으니 말 다 했지..
만약 본인이 회계팀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케이묵 검색 -> 들어가서 회계 검색 -> 끌리는 거 중 수료증 주는 걸로 보기" 이거랑 "유튜브에 떠먹여 주는 세무사 -> 회계원리 찾기 -> 좀 길긴 한데 하루 1-2개씩 보기" 이거 꼭 해보시길.
나 같은 경우에 남은 시간에는 자소서, 면접, 운동을 한다. 그래도 시간 남으면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쓴다.글 쓰는 게 가장 마지막에 있다 보니 연재일이 되어서야 글을 쓰는 일이 반복되는 중이다. 솔직히 이 연재일 마저 없었다면 쓰지도 않았겠지.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집에서는 약 1시간 거리.
면접 준비 기간을 이틀로 잡았는데 확실히 첫 번째 면접과는 달리 시간이 좀 남았다. 그렇다고 면접 때 하나도 안 떨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말하진 못했다. 나는 왜 면접장에 도착하면 떨리는 걸까?
약 25분 전 회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회사 건물을 보고 느꼈던 점은 좀 낡았다는 것 정도? 하지만 내부는 더 심각했다. 군대 막사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름 고층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었고 계단의 폭이 너무 좁아 넘어지지 않게 조심히 올라갔다.
어느 인사팀 직원분의 안내를 받은 대기실도 싸늘한 창고 느낌이었다. 근데 한 편으론 오래된 우리 집처럼 정감가기도 했고 마치 군대에 다시 돌아온 거 같아서 익숙하기도 했다. 분명 우리 회사 건물 봤을 때나 들어왔을 때 무슨 기분 들었냐고 물어볼 거 같아서 최대한 획기적인 답안을 생각하고 있을 때쯤.
내 또래의 남자가 한 명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면접 시작 시간이 지나있었다. 즉, 이 친구는 늦게 온 거다. 이곳 말고 다른 곳에서 면접을 보고 오는데 지하철이 막혀서(?) 늦었다고 했다. 완전 E성향처럼 보이는 이 친구는 나와 여러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인사팀 직원분의 안내를 받고 들어간 가장 안쪽 회의실.
잘생긴 본부장님과 인상이 너무 좋은 회계팀장님이 계셨다. 겉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되지만, 회계팀장님의 인상과 웃음이 그동안 취준으로 인해 지친 내 마음을 녹이는 것 같았다. 같은 남자였지만, 내 질문과 답변에 저렇게 활짝 웃어주니 그 자리에서 눈물 날 거 같았다 ㅋㅋㅋ ㅠ
여러 질문들이 오갔다. 상세한 질문과 답변은 회사의 보안과 직결되어 있으니 남기지 않을 예정이다.
이전 (구) 태평양물산 회계팀 면접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 있었다. 거기서는 내 눈을 쳐다도 보지 않고 노트북에 막 뭔가를 계속 치기만 했다. 하지만, 이곳의 면접관 분들은 전부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라.
원래 사람 눈보고 대화하는 거 하나도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 될 건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눈싸움이라도 하듯 1분 넘게 서로 눈만 보고 있으니 "이게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ㅋㅋㅋ
그래도 내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게 좋았다. 회사가 오래된 건물에서 나가지 않은 이유와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이유들을 말씀해 주셨을 때도 뭔가 한 명의 지원자가 아니라 직원으로서 그 얘기를 듣는 거 같아서 좋았다.
요즘 취업시장은 굉장히 어렵다. 미국 대통령 대선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국제적인 전쟁까지. 그래서 기업에서는 선뜻 인력을 늘리거나 새로운 기획을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경제도.....
이번 면접에서 서류 지원자만 무려 1,000명이 넘었었다. 근데 왜 내가 면접을 볼 수 있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나중에 2차 면접(기회 되면) 합격하면 여쭤봐야겠다.
이번 주 금요일에 2차 면접 여부 알려준다고 했는데 솔직히 기대하고 싶지 않지만 기대된다. 옆에서 같이 면접 봤던 남자애보다 내가 훨씬 잘 봤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물론 면까몰이지만(면접은 까보기 전에 모른다).
다대다 면접은 처음이었는데 옆 지원자보다 내가 준비를 더 철저히 해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준비하면 시기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기업에 붙을 거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면접은 한 치의 거짓말도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가 실제로 하는 말뿐만 아니라 행동, 얼굴의 움직임, 상체의 흔들림 등 때문에 결국 들키기 때문이다.(안 들키면 그것도 능력일듯) 그렇다고 세무사 시험을 그만둔 이유가 "제 역량이 부족해서요"와 같이 스스로를 까내리는 말은 최대한 피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면접은 자신감과 기세다. 나는 이 두 가지 모두 부족한 게 느껴진다. 회사라는 단체에 기가 죽으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 있게 자기 PR 하는 것도 힘들다. 물론 누구나 다 힘들겠지. 하지만, 세무사 공부를 약 18개월 동안 하면서 어쩌면 한 마디도 안 했던 날들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말을 조리 있게 더욱 하기 힘들다,,
면접 울렁증 때문에 면접 스터디에 대한 고민도 했다. 하지만 바로 포기했다. 내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이 실제 면접관이어야 떨리지, 내 비슷한 또래의 스터디원이라고 생각하면 하나도 안 떨릴 거 같아서다. 결국, 내가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기업이더라도 지원해서 면접의 기회를 늘려야겠다.
(청심환 같은 약도 먹고 가려한다)
아, 내가 이렇게 자신감과 포부가 없다 보니 이 부분을 스스로 언급하려고 마지막 포부에 넣었다 ㅋㅋ
아주 간단히 내 마지막 포부는
"내게 면접 기회 주셔서 감사. 최근 준비하던 것들이 여러 번 실패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일에 대한 책임감과 인내력은 자신! 있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동료와 사장님들로부터 "너는 잘 될 거야. 너는 믿음직스럽다"라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이곳 XX기업에 입사하여 그분들의 평가가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감사하다."
이런 식으로 말했다.
이제 겨우 2번밖에 안 했지만, 그래도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싫어하는 것들을 좀 피하면서 말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지원자들에게 아무리 친절하더라도 뻔한 소리에 동태눈이 되는 건 면접관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니까 핵심만 간단히, 정확히 그리고 임팩트 있게 말해야한다. (나도 안된다 ㅋㅋㅋ)
직무 관련 질문은 보통 나오는 틀 안에서 다 나오는 편이다. 나는 여자친구가 피 땀 흘려 만든 직무 질문 리스트를 참고했다. 덕분에 이번 면접에서 대략적으로 대답은 할 수 있었다. 만약 여기 붙는다면 여자 친구에게 아주 맛난 걸 사줘야겠다.
실패, 탈락에 익숙해져 있지만 그래도 한치의 기대감을 버러기 어렵다.
만약 내가 또 떨어지더라도, 포기하지만 말자.
할 수 있다!
이 연재는 취업 전까지만 이어나갈 예정이다.
취업을 하게 된다면 현직자의 삶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연재할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내가 연구했던 자소서와 면접 꿀팁도 공유해야지.
꼭 그럴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 글을 보는 회계팀 취준생이 있다면, 전부 파이팅입니다. 힘내요 저희.
구독해 주시면 매주 수요일마다 알람이 가니까(아마도) 추천해요.
구독에 따른 수익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