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킹, 생각보다 중요해요
에르메스에서 인기 가방을 사기 위해서는 먼저 접시와 같은 ‘비인기 상품’을 구입해 딜러와 크레딧을 쌓아야 한다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사실 미술 시장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려면 단순한 재력 이상,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알파를 채워주는 것이 바로 네트워킹이다.
이 부분은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스타일도 다르고, 어떤 이에게는 컬렉팅 전략의 핵심이 될 수도, 다른 누군가에겐 부차적인 요소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아직도 가장 어렵게 느끼는 영역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참고 혹은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해 본다.
컬렉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가장 장벽이 낮은 시장은 갤러리이다.
대부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갤러리마다 취급하는 작가군과 분위기가 달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단골 갤러리’를 만들어 가는 재미도 있다.
전시를 관람한 뒤, 데스크에 있는 갤러리스트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네 보자.
작가나 작품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줄 테지만, 나의 경우에는 보통 온라인에서 찾기 힘든 정보를 물어보는 편이다. 예를 들면, 작품의 판매나 홀딩 현황, 작가의 다음 전시 일정, 갤러리와의 관계 같은 것들이 있다.
전시가 마음에 들었다면 메일링 리스트에 올려달라고 요청하자.
이메일과 문자로 새로운 전시 소식을 받을 수 있고, 오프닝 리셉션 초대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작품 구입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고 싶거나 의향이 있다면 작품 리스트를 요청하자. 그러면 이제 세일즈 담당 갤러리스트로부터 작품의 판매 현황과 금액이 표기된 리스트를 받아볼 수 있다.
이때부터 조금씩 갤러리와의 관계가 시작된다.
특히 전시 오픈 당일 열리는 ‘오프닝 리셉션’은 좋은 기회가 된다.
오프닝에는 작가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가와 직접 인사를 나누고 궁금했던 점을 물어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보통 가벼운 다과와 음료가 준비되어 대화를 나누기에도 부담 없는 분위기이다.
더 나아가면, 갤러리에서 아트페어 티켓과 프리뷰 리스트를 보내주는 단골 컬렉터가 되기도 한다.
이 리스트에는 갤러리가 페어에 출품할 작품들이 정리되어 있어,
정식 오픈 전에 작품을 미리 구매할 수도 있다.
매년 9월, Frieze와 Kiaf가 열리는 시기를 ‘서울 아트 위크’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는 갤러리들이 서울에 입국하는 해외 컬렉터들을 겨냥해 칵테일 리셉션, DJ 파티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보통 RSVP(사전 등록) 형식으로 운영되니, 관심 있는 갤러리에 미리 문의해 보는 것도 좋다.
옥션하우스는 흔히 말하는 2차 시장이다.
갤러리 외에도 작품이 유통되는 주요 경로로, 1차 시장인 갤러리에서 산 작품을 되팔거나, 다른 컬렉터가 내놓은 작품을 살 수 있는 곳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옥션은 고객별로 담당자가 지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 담당자와의 관계가 작품 구입이나 매각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옥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예정된 경매와 프리뷰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라이브 경매 전, 약 2주 동안 프리뷰를 운영하니 이 기간 중 방문해 출품작을 직접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방문 시 처음 왔다고 이야기하면 담당자가 지정되고,
현재 가지고 있는 작품 리스트나 원하는 작품을 담당자와 소통해 두면 추후 그 작품이 출품될 경우 우선적으로 연락을 받을 수도 있다.
해외 경매에도 관심이 있다면,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같은 글로벌 경매사에 연락해 보자.
위 경매사들은 한국 고객을 위한 전담 담당자(한국인 or 한국어 가능자)를 두고 있으며, 홈페이지나 경매사명+Korea 키워드로 검색하면 연락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실 업계 종사자가 아닌 이상 뮤지엄의 큐레이터나 기획자와 직접 교류할 기회는 흔치 않다.
하지만, 뮤지엄은 전시 외에도 강연, 프로그램, 도슨트 해설 등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대부분 사전 신청제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접수가 가능하다.
직접 참가해 보면 의외로 유익한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으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컬렉터나 아트 러버들과의 만남도 기대할 수 있다.
참고로, 국립현대미술관이나 리움미술관 등은 연간 멤버십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연 7만원~10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전시 무료 관람, 프로그램 우선 예약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미술 시장은 유독 폐쇄적인 구조이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편이고, 인터넷 검색으로는 알 수 없는 여러 흐름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사람과의 연결이고, 직접 발로 뛰는 정보력이다.
네트워킹에 정답은 없다.
나 역시 지금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지만,
먼저 인사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 자체가 네트워킹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어디서 어떻게 이어질 지 모르는 것이 인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