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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멀더와 스컬리 Jul 29. 2023

아들 사춘기 왔어요?

남매일기/아홉살/딸/열세살/아들/일상/어록

열세 살 아들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아들 사춘기 왔어요? “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사춘기가 온 건가? “


그냥 지금의 아들은...


엄마만큼 키가 자랐고

아빠보다 발이 크고

얼굴엔 여드름이 자리 잡았고

입술 위가 조금 거뭇거뭇

목소리는 감기에 걸린 듯하다.


전보다는

이불을 잘 개고

책상정리를 잘하고

안 먹던 어른 반찬을 잘 먹고

좋고 싫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잘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양말을 뒤집어 벗고

공부하기 싫어하고

꼬꼬마 동생이랑 사소한 일로 다툰다.


여전히 쫑알쫑알 떠들고

안아달라 팔 벌리고 다가온다.


‘사춘기가 온 걸까?‘


아들은  매일 자라고

매일 조금씩 변한다.


아들의 변화가 사춘기라면

어쩌면 아들은

매일 조금씩

 사춘기에 스며들고 있는 게 아닐까.


마치 첫사랑처럼

지나고나야 알 것 같다.

지나고 나서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사춘기였던 거 같아요. “


조금씩 완성되어가고 있는

미완의 아들.


스스로를

 ‘ㅈㅈㅎ 버전 쓰리(version3)'라고 말하는 아들


여전히 말 안 듣고, 조금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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