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에서 복귀하고 3일째, 회사에 다시 적응하고 있던 시점,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일은 밀려있었고 어떤 업무부터 해결해야 하는지 끙끙대고 있던 시점이었다. 오후 2~3시쯤 주변 사람들은 자리를 비웠고 유난히 조용했다. 커튼 사이로 강한 낮 햇빛이 조금씩 새어 나오면서 모니터를 비치고 있었다. 카톡의 내용은 아내가 임태기를 써봤고 저녁에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다. 평소에도 좋은 소식을 잘 숨기지 못하는 아내였기에 나는 바로 알아챘다. 그러고 나서는 조금 멍해졌다. 감사와 걱정과 기쁨과 혼란이 동시에 찾아왔다. 여러 감정이 겹치면서 구석에 있던 내 자리에서 조금 눈물이 났다.
사실 우리는 아직도 아내/남편 호칭도 익숙하지 않은 5개월 차 신혼부부다. 결혼 전 아내는 아이를 최대한 많이 낳고 싶어 했고, 실제로도 아이들을 잘 챙기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혼할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 3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근데 막상 진정한 독립을 해보니 우리가 상상했던 이상적인 결혼 생활과는 다른 점들이 있었다. 바로 극단으로 간 것은 아니지만, 아내는 멀어진 출퇴근에 체력이 떨어져 가고 있었고 나도 집안일을 하는 과정에 감정이 상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내는 결혼 전 건강검진에서 자궁내막증까지 진단을 받아서 추적관리 중이었다. 결혼 전에는 몰랐겠지만, 아직 악성이 아니라서 바로 제거할 필요는 없지만 내막증이 있다는 것 자체는 임신에는 방해가 된다고 하며, 아내는 이를 많이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현실적인 장애물들을 만나다 보니 아내가 희망하고 있던 아이의 수는 3명에서 2명, 2명에서 1명까지 점점 줄고 있었다. 그냥 뱉은 말이었을 수도 있지만 마음속의 힘든 점이 투영됐었겠지.
내 개인적으로는 꽤나 만족하는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일이 즐겁지만은 않기 때문에 여러모로 한눈을 팔고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우리는 외국에 나가본다던가, 다시 공부를 한다던가 하는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 사실 모든 직장인이 말만 해보는 "유튜브 해야지", "대학원 가야지" 하는 말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지금이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일상을 급하게 바꿀 용기와 이유는 없는 상태. 누군가 큰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지금 같은 일상은 계속될 예정이었다.
그렇게 같이 사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던 시점에 우리에게 축복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