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1일차: 임신 초기증상

남편의 입장에서

by 심풀 SimFull

그때는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아내가 평소답지 않은 모습이 많이 있었다. 여행 중이라서 몰랐을 뿐.


나를 가장 많이 놀라게 한 것은 평소 식사량의 3배를 먹었을 때였다. 이때 우리는 중국 여행 중이었는데, 음식이 아주 맛있었다고 쳐도 너무너무 많이 먹는 것이었다. 나는 180센티 90킬로의 나름 (근육)돼지인데, 나보다 더 많이 먹는 것이었다.


메인 식사가 끝나고 나서도 중국에서 꼭 먹어야 하는 간식들도 찾아내서 도장 깨기를 했는데, 나는 겨우 한 입씩만 먹을 수 있었다. 이땐 그저 중국 음식이 입맛에 잘 맞는 것인 줄 알았다. 특히 하이디라오를 맛있게 먹어서 한국에 오자마자 또 찾아서 먹을 정도였다. 중국으로 이사를 가야 하나 싶었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임신인 줄 알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들도 많이 했다. 다행히 우리는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여행 중 맥주 한 잔 정도만 먹었다. 그보다도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은 복싱이다. 물론 우리 둘 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체력훈련 및 자세만 배우는 단계이기는 했지만, 과격한 운동은 맞지 않은가. 한번 복싱을 다녀온 후 아내는 다음 날 유난히 배가 당긴다고 했었다. 그날 복근 운동을 해서 그런 줄 알았지만.


우리 엄마의 일화가 생각났다. 우리 엄마는 날 임신한 줄도 모르고 스키를 타러 갔고, 그날 유난히 데굴데굴 굴렀다고 한다. 외할머니가 나를 볼 때마다 하는 말이다: 그때 별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그랬는데도 건강하게 나와서 다행이다고. 우리도 걱정이 되어 검색해 봤지만 출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유명한 말이 있었다. 아이가 있는 줄 알기 전까지 한 일은 아이가 용서를 해준다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일요일 연재
이전 01화아빠가 된다는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