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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Oct 11. 2021

나는 너에게 무엇을 주고 있나

 나는 그들과 무엇을 주고받고 있을까. 이 일을 시작하고 난 후로 꽤 오랜 시간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사이에 오고 가는 물질이 궁금했던 건 아마도 그들이 이곳을 혹은 나를 찾는 목적 때문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남학생 한 명과 상담을 마쳤다. 여느 중학생과 다를 것 없었지만, 연약함에 상처가 잔뜩 묻어있던 친구였다. 우리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두지 않은 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시간은 친구를, 어떤 시간은 가족을 이야기했고, 가끔은 둘 사이에 오해가 생겨 사과하고 용서하기도 했다. 그렇게 꽤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지만 나의 마음 한켠은 자주 불편했다. 그가 원하는 걸 주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였다. 마지막 상담의 날,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냐는 나의 물음에 그는 '상담해 주신 모든 것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나도 웃으며 고맙다 말했지만, 실은 많이 놀랐고 그의 이야기가 오랜 시간 마음 언저리에 맴돌았다.


 내가 그에게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모든 것'에 있었을 것이다. 피사체보다는 여백에, 말 그 자체보다는 말과 말 사이에 있었을 것이다. 그쯤에서 우리는 만나 흔적을 지우거나 남겼고, 또다시 비슷한 바람이 불면 그 흔적은 옅어지거나 짙어질 것이다. 우리가 주고받은 것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건 조금 화려하겠고, 관심이라고 한다면 그건 조금 헛헛하겠다. 다만, 살아가는 동안 쉬이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포천, 대한민국(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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