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않은 거예요.
연못 한가운데 돌멩이를 던지면 그곳에서부터 작은 파장이 시작된다. 점점 넓은 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다가 연못의 가장자리를 때리고, 파장은 다시 돌멩이를 던졌던 그곳으로 돌아와 끝이 난다. 나는 이 글이 인간관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글 같았다. 인간관계는 상대방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나에게서 시작된 힘은 상대방에게 닿기 마련이고, 상대방은 어떤 힘으로든 반응하게 된다.
우울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표현의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자기의 생각, 감정 등을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고, 점차 표현하지 못하는 자기를 탓하기도 하더란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보면 내 생각보다 혹은 그들 스스로가 평가하는 것보다 자기를 잘 드러낸다. 목소리는 크지 않으나, 조곤조곤 섬세하게 그렇지만 꾹꾹 눌러 담아서 마음을 표현한다. 그럴 때면 한 가지 생각이 든다. 그들은 왜 스스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표현할 수 있는 공간에서 그들의 표현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맞겠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이 다르면 그때부터 화자(話者)는 침묵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이야기하려고 했던 많은 내용은 사람들을 곤란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틀린 것, 잘못된 것이 된다. 배출하지 못한 마음, 스스로에게도 오수(汚水)처럼 여겨진 마음이 저장고에 서서히 차오르는 걸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 안에 잠긴다.
귀한 내 자식이 도무지 입을 열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는다. 입을 열지 않은 걸까. 아니면 입에서 나온 얘기가 기다렸던 내용이 아니었던 걸까. 나름의 상황, 역사를 다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청자가 없이는 화자도 없으며, 연못 한가운데서 시작된 파장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만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