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을 조심하라.
스콜라 철학과 성서 비평학으로 저명한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 같은 말로 독선적 지성을 경계했다. 그는 신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신학적, 철학적 주제에 관해 논쟁 형식으로 논문을 남겼을 만큼 이성과 비평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그에게 있어서 신에게 닿는 길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이성에 근거한 믿음이었다.
우리에게 '카르페 디엠'으로 유명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는 "옳은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교육 현실에 카타르시스적 메시지를 던진다. 하지만 우리는 진심으로 그의 말을 따라 실천으로 옳길 수 있을까? 개인이 바꿀 수 없는 거대한 학벌주의의 사회 속에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타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할지,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를 즐기는 법을 가르쳐야 할지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과연 그의 말처럼 '카르페 디엠'은 정답인가?
단지 이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점'만을 애써 보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영화의 메시지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과거로부터 영화는 대중을 선동하고 세뇌시키는 최고의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영화를 사유하고 창조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갖춰야 한다. 사유란 영화에 대해 의심하고, 부정하고, 상상하고, 감각하면서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비평은 감상으로부터 시작된다. 감상이란 주관적인 관점에서 영화를 보며 정서적으로 소통을 하는 것을 말한다. 비평이란 객관적인 관점에서 영화를 보며 작품의 의도나 미적, 기술적 가치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작품을 감상한 뒤 감정에 호소했던 영화 속 언어를 논리적인 언어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를 비평하는 이유는 작품의 가치를 타인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비평은 "그건 네 생각이야"가 아니라 "와! 이런 관점으로도 볼 수 있구나!"가 되어야 한다. 영화비평학에는 수많은 이론이 존재한다. 그중 대표적인 이론 몇 가지만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장르 비평 : 영화의 보편적인 특성을 분류하고 분석한다.
작가주의 비평 : 창작의 주체인 감독의 개성과 시각이 영화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분석한다.
정신분석학 비평 :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무의식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욕망을 분석한다.
사회문화 비평 : 사회나 특정 공동체 밑바닥에 흐르는 집단적 무의식을 분석한다.
기호학 비평 : 텍스트나 이미지 속 다양한 기호들로부터 의미를 분석한다.
신화 비평 : 자연스러운 것으로 위장한 이데올로기의 남용이 있는 조작된 신화를 분석한다.
이 중 신화 비평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신화 비평이란 진실이 아니지만 누군가에 의해 진실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진 신화를 발견하고 그것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신화는 특정 집단의 이데올로기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이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조작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는 이렇게 조작된 신화를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재생산하여 대중이 이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하도록 부추긴다고 본다. 즉,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신화가 우리를 실제의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2019)을 신화 비평으로 분석해보자. 이 영화는 사회에서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좋은 학력이나 인맥, 경력 등을 갖추어야 한다는 만들어진 신화를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부자가 되거나 좋은 직장을 가지는 것이 최고의 목표이며, 이를 위해서는 한정된 자리를 놓고 비인간적인 경쟁을 계속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높은 것과 순수과학과 인문학 등이 등한시되는 이유 또한 이러한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다.
성공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사회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한정된 자리에서 경쟁하도록 부추긴다. 경쟁은 필연적으로 소수의 성공을 위해 다수를 실패자로 만드는 비인간적인 사회 구조를 재생산한다. 무엇보다도 좋은 학력이나 인맥, 경력 등은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경쟁이다. 따라서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은 점점 더 도태되어 양극화는 심해진다.
물론 봉준호 감독은 그의 영화들을 통해 일관적으로 사회의 양극화를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속에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위장하여 침투된 신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한 지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분석해내어 관객이 올바르게 해석하도록 돕는 것이 신화 비평의 목적이다. 당연한 사실처럼 배치되어 있는 신화를 의지적으로 거부함으로써 자신이 존재가 그 자체로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조작된 진실로부터 상처 받지 않을 권리를 되찾아주는 것이다.
비평은 피드백(feedback)의 중요성을 알게 한다. 피드백은 진행된 행동이나 반응의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 주는 것을 말한다. 영화 비평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영화 평론가라고 부르는데, 그중에는 누구나 알만한 이동진 같은 유명한 평론가도 있다. 영화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공개됐을 때 비평을 받고 싶을까? 그렇지 않을까? 당연히 받고 싶을 것이다. 완성한 영화를 메모리 카드에만 보관하고 싶을 감독이 없다. 영화는 그 자체로 관객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쓴소리 일지라도 피드백을 받는 편이 낫고, 그것은 더 나은 작품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 만약 피드백이 없다면 수학 문제를 풀기만 할 뿐, 무엇이 맞았고 틀렸는지 채점해볼 기회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과하지 않은 비판은 귀중한 양식이 된다. 정당한 비판을 수용할 때 성장에 필요한 양분을 얻을 수 있다. 해답은 모든 곳에 있다. 내면의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당한 비판을 당신의 비전에 반영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라. 때때로 당신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으며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 '피드백은 챔피언의 아침 식사'라는 말이 있다. 더 이상 건방 떨지 마라.
비판과 비평을 명예로운 배지처럼 옷에 달고 다녀라. 비판을 성장의 여정으로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배우고, 발전하라. 진실한 피드백은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흘려버려라.
(롭 무어, 「레버리지」, 4장)
피드백은 '나'를 나의 관점이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도구이다. 누군가 자신의 문제를 직면할 자신이 없다면 그냥 현재에 머무르면 된다. 하지만 더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피드백은 필수 불가결하다. 나를 헐뜯고 비방하고자 하는 나쁜 피드백은 한눈에 알아보고, 바로 반대쪽 눈을 통해 과감히 흘려버리자. 당신에 대한 피드백 중 정당한 피드백, 진실한 피드백만큼은 명예롭게 받아들이고 성장의 자양분으로 활용하면 된다.
피터 위어, <죽은 시인의 사회>, 1989.
황혜진 외, 「고등학교 영화 감상과 비평」, 서울특별시교육청, 2018.
박명호, 「시네리터러시」, 아우룸, 2018.
봉준호, <기생충>, 2019.
손성우, 「영화 기생충의 욕망의 자리와 환상의 윤리」, 영화 연구 81호, 2019.
롭 무어, 「레버리지」, 다산북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