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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나 Feb 27. 2024

이 [맛, 세이]는 그 맛세이 아니구요.

50킬로 이하 [맛, 세이] 금지.

  얼마 전, 꽤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혀에도 지문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혀에 유두라는 조직이 있는데, 이 모양에 따라 맛이 각인되는 형태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니 아예 못 믿을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나아가 혀의 지문이 사람을 식별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내용까지 읽으니 맙소사.

 

 "메롱을 해 보세요."

 "아, 이효나 씨군요."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인가. 신비로운 인체, 재미난 세상, 똑똑한 과학의 세계다.


  똑같은 지문이 한 명도 없는 것처럼 우리의 혀가 모두 다르다면, 우리는 과연 같은 맛을 느끼며 사는 걸까. 아마 우리는 모두 제각각의 맛을 기억하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좀 매웠어.' ' 나는 좀 싱거웠어.' 정도 이상의 어떤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그걸 맛의 기억이라 부르고 싶다.


  어릴 때는 그토록 싫던 음식이 어른이 되어서는 없어 못 먹을 정도의 맛이 되는 미스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과학의 영역에서 말하자면 혀의 돌기가 어찌어찌 변형되어 불호에서 호가 된다 하겠지.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추억의 발동이라 하고 싶다.


  왠지 모르게, 음식을 생각하면 함께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장면이 있고, 감정이 있다. 맛에는 분명 기억이 후첨되는 것이다. 이런 물음표와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맛에 대해, 나의 추억에 대해 적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동한 건 그다음이었다. 대단히 맛있거나 멋진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지 모른다. 완벽하게 사적인 음식의 이야기지만, 모두에게 그런 음식 하나쯤 있다면 그런대로 나의 추억이 공감을 얻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daum 어학사전
SBS 미운우리새끼 70화 방송화면

  혹시, 제목만 보고 이제 당구 이야기가 시작되는 건가. 기대를 하셨다면 대단히 죄송하다. 이 맛,세이는 그 맛세이가 아니다. 맛에 대한 이야기, 음식에 담긴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아! 두 맛세이 사이에 통하는 바가 없지는 않다. 하나만 콕 찍는다는 점이다. 그게 공이냐 음식이냐의 차이일 뿐. 또 하나 중요한 공통점은 금지 조항이 있다는 거다. 당구에서는 '300 이하 맛세이 금지'라는 에티켓이 있다고 들었다. 맛,세이의 세계에도 존재한다.


‘50킬로그램 이하 맛'세이 금지'

( 아주 가뿐하게 기준을 만족시키는 나의 심술과 앙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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