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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Mar 24. 2023

저는 그냥 운동이 좋아요

운동을 모르는 대학생. 런데이로 운동을 배우다.

 러닝을 제일 처음 시작했을 때는 2018년도 여름이었다. 이유는 현대인의 사라지지 않는 숙제 '다이어트'때문이었다. 그때는 지금의 나이키런이나 런데이 같은 애플리케이션들을 몰랐을 때라 무작정 동네 하천 트랙을  15분 정도를 뛰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페이스를 기록하는 어플도 사용하지 않았고, 자세도 막무가내로 뛰어서 무릎에 무리가 금방 왔었다. 게다가 먹는 양이 많았던 탓인지 살이 더 붙었다. 


 첫 러닝의 실패를 겪고 흥미를 잃으니 가뜩이나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던 대학교 신입생은 그대로 다시 운동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20년도 나는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며 학교-자취방 이 루틴을 계속 반복하며 지루하기 그지없는 시골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러닝을 다시 시작했던 이유는 런데이라는 어플을 알게 되었을 때였다. 


원래 과거는 미화되는 법. 

러닝을 포기한 지 2년 뒤에 다시 그 시절 러닝을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았던 거 같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분명 그 당시에 이상한 자세로 인하여 발목과 무릎에 통증이 온 나는 "이딴 운동 다시는 안 할 거야!!!"라고 소리쳤었는데. 


 런데이는 초보들을 위한 8주 프로그램이 있었고 이 프로그램은 적절한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러닝을 완료한 후에 찍어주는 도장이 정말 멋스러웠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눈으로 남는 것들을 좋아했다. 이도 마찬가지로 내가 운동을 한 것을 증명할 수 없었을 때(18년도 여름)와 도장과 거리에 따른 기록으로 운동을 했다는 것이 수치로 보이는(20년도)는  사실 난 이 도장으로 8주를 채우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런데이 사용법

다시 한번 말하자면 런데이는 러닝초보. 즉 ’런린이‘ 들을 위한 러닝 지침서 같은 앱이다.



런데이를 설치 후 로그인을 하면 이런 초급창에 ‘30분 달리기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장 위에 있다. 


러닝을 처음 시작하는 런린이들은 이 ‘30분’이라는 단어를 보고 ‘뭐? 지금 내 상태로 30분을 뛰라고?'라고 느껴질 수 있다. 나도 처음에 그랬었다. 다행히 이 30분 달리기 도전 플랜은 8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주 차에는 1분 달리기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8주에는 30분을 달리는 체계적이면서 점진적으로 달리기 능력을 향승 시켜주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아마 모든 러너들 대부분은 러닝 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뛸 것이다. 하지만 나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러너는 뛰는 방법도, 호흡법도, 신어야 하는 신발도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 상태에서 뛰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러너들처럼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활개하며 뛰면 부상을 겪고 인생에서 러닝이란 운동을 장롱 속에 집어넣을 수도 있다. 


1주 차 1회 차를 클릭하고 뛰기 시작하면 에어팟에서 성인 남성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에 준비 걷기가 시작됩니다. 가볍게 걸어보세요"


 그는 나와 8주를 함께할 나의 온라인 가상코치다. 1분을 못 달리던 내가 런데이로 인하여 5분 이상을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나의 꾸준함도 중요했지만, 달리기를 포기하고 걷고 싶을 때마다 귓속으로 턱턱 박히는 러닝 코치의 '포기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여기까지 달려왔고 앞으로도 달릴 수 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아무리 힘들어도 걷지 않고 뛸 수 있었다. 


정말 내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귀신같이 알아서 저런 대사를 녹음했다는 게 소름 끼쳤다. 누구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똑같구나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정말 힘들게 나는 7주까지 도장을 찍었다. 물론 7주 연속으로 러닝을 계속한 건 아니었고, 중간에 쉬는 주도 많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 당시에 나는 5분 정도는 안 쉬고 뛸 정도까지 이르렀고, 운동하는 동안 페이스도 점점 좋아지면서 거리도 늘었났다. 도장 말고 더 큰 보상을 받고 싶다는 욕구도 생겨났다. 그래서  마라톤을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러닝에 푹 빠져 대학교 운동장을 10바퀴씩 돌 그 시절은 코로나가 창궐하던 20년도였다. 당연하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회들은 주최를 할 수 없는 그런 시기였다.


 마라톤을 포기하고 야외 러닝을 준비하면서 런데이에 접속하고 있던 어느 날. 런데이 어플에 팝업창 하나가 떠있었다. '손기정평화마라톤 X 런데이'였다. 대면 마라톤들은 코로나로 인하여 마라톤을 주최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니. 이런 기록기반 운동 애플리케이션과의 협업을 통하여 정해진 키로수를 뛰고 싶은 곳에서 뛰는 비대면 마라톤이라는 새로운 방안을 내보였다. 정해져 있는 코스가 아닌 내가 원하는 곳을 다리로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니.


그렇게 나는 순간의 이끌림으로 손기정 마라톤 5킬로 부문을 신청하게 되었다.

 

무모한 선택이긴 했다. 아직 5분밖에 뛰지 못하는 내가 30분 넘게 뛰어야 하는 5킬로미터를 뛰어야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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