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라는 것을 '성인식'으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교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성인식' 의식을 치릅니다. 남자 친구가 있는 여자 친구들은 남자 친구에게 꽃과 향수 선물을 받곤 했었죠. 그때 '향수'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향수'라는 제품이 백화점 1층에서 판매되고, 엄마의 화장대에서 본 적은 있었는데….
'성인식'이라는 행사로 '향수'가 뭘 하는 물건이고, 어떤 의미가 담긴지 처음 알게 되었어요.
스무 살에는 친구들이 하는 것은 다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향수가 좋은 향수인지 검색해 보고, 알아도 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 사지는 않았습니다. 쓰지도 않는 물건이니까요.
어느 날, 사귀던 남자친구 H가 향수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 친구도 학생이라서 돈은 많지 않았는데, 일본으로 출장을 간 김에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꼭 사주고 싶었나 봐요. 일본 점원의 말을 따라 하면서요. "디-스-이-즈-리-미-티-드-에-디-션. 유-캐-에-ㄴ-바-이-디-스-온-니-히-어."
이 말을 따라 하면서 왜 본인이 이것을 사 와야만 했는지 설명하는데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나왔어요.
'향수'를 쓰지 않는 사람인지라 과연 내가 잘 쓸까?라는 생각이 스쳐갔지만 저를 생각해서 사 온 그 친구의 정성과, 마음에 감사해서 잊지 않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브랜드의 색깔도 기억나요. 이름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베르사체 제품의 핑크 컬러였습니다. 향은 한 여름에 노란 꽃이 만개한 것 같은 시원한 향이었어요. 이 향수를 뿌리면 아무리 더운 한 여름이어도 조금은 귀 아래는 서늘한 것 같았어요.
사진: Unsplash의Hanna Balan
제가 향수를 쓰지 않는 사람이다 보니, 이 향수를 다 쓰기까지 거의 2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보관을 잘 해서 그런지 향은 변하지 않고 뿌릴 때마다 첫 향기와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느낌상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 이후로도 두어 번 그 친구가 향수를 사주었는데,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첫 향수인 것 같아요. 그 향은 잊히지 않고 그 향을 생각해 보면 코 끝이 너무 시원해져요. 아마도 그때의 저는 아주 행복했나 봅니다. 더운 한 여름에 귀 아래는 서늘했다고 기억하는 것을 보면요.
지금도 주변 지인들에게 받은 향수가 화장대에 몇 개 놓여있는데, 그 어떤 향수도 그때의 "리-미-티-드-에-디-션"의 향기는 따라올 수 없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감각(후각, 청각, 촉각, 미각) 기억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