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날 밤 그 난리를 겪고 그럭저럭 큰 회오리바람은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네. 아버지의 소원대로 우리 모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거든.
몸을 회복해야 했기야 며칠은 장막에서 조용히 쉬었네만 계속 그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들 사나이 체질이라 곧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하더군. 며칠 후 이른 아침 양들에게 꼴을 먹이려고 나갈 준비를 하는 형제들 사이에 쭈뼛쭈뼛 다가섰네. 단과 납달리는 고개를 홱 돌리며 나를 외면했지만 면박을 주진 않았네. 나머지 형제들이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유다가 용기를 내주었네.
'어이~ 르우벤~ 어서 가자고~'
그렇게 슬그머니 그들을 따라 일하러 나갔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네. 이렇게 일단 섞였으니 앞으로 차차 나아지겠지. 더 이상 장자가 아니라 형제들을 리드할 수 없는 나의 위치가 어색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 또한 나아지겠지. 강단 있는 유다가 나도 챙겨가며 형제들을 이끌어가고 있네. 단과 납달리는 아버지의 말 때문에 나를 봐주고는 있지만 나를 용서할 마음은 없어 보였네. 유다의 눈을 피해 나를 골탕 먹이거나 따돌리거나 한다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 또한 내가 감수해야 할 일이겠지.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나아질 게야.
지난 저녁 납달리가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 거짓말을 했었네. 모두들 알면서도 모른 척했고, 아버지 앞에서 난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어. 지은 죄가 있기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는데, 요셉이 내 편을 들어주더군. 그건 납달리 형이 잘못한 거라며 말이야. 아버지는 납달리에게 엄한 표정으로 경고하셨고, 납달리는 요셉을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봤었지. 요셉은 상관하지 않았어. 사실 그대로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했지. 아버지는 사람 눈치 보지 말고 여호와 앞에 정직하라고 가르친 자신의 양육이 효과가 있었다며 마냥 기뻐하셨어.
우습지 않은가? 내가 가장 힘든 순간 내 편에 서주는 것이 내 형제들이 아니라 내가 그토록 미워하던 라헬의 자녀 요셉이라는 사실이. 요셉은 이렇게 형제들이 날 우습게 만들 때면 내 편을 들어주기도 하고, 가끔 내가 외롭게 앉아 있을 때면 옆에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주기도 한다네. 요셉은 나이가 어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직 잘 모를 수도 있지. 그렇지만 그 애도 형들하고 잘 지내고 싶을 텐데. 그저 제 형들 편에 서기만 하면 간단한 일을 굳이 나를 살펴 준다네. 제 형들에게 맞서 내 편을 들어주다가도, 또 한편 그 사이에 섞이고 싶어 형들 무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미안하고 안쓰럽다네. 나에게는 너무 고마운 일이긴 하지. 그 애가 아니었다면 나는 무척 외로웠을 걸세. 요셉 녀석 덕분에 나는 좀 숨통이 트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