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크라쿠프(4),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

마리아대성당, 내가 가장 사랑한(2) 12

마리아 대성당의 내부는 천장까지 매우 화려찬란하였으나, 위압감이나 위화감에 잠식되는 느낌은 없었다. 


둥근 돔형 천장은 파란 하늘을 본땄고 그 파란 하늘 가득 빛나는 별이 박혀 있다. 세부 벽 장식부터 예수님 달린 십자가까지 허투루 만든 곳 하나 없다. 


섬세한 벽 장식 패턴도 정교하기 이를 데 없었고, 천장 색감이 정말 예뻤다. 


마리아 대성당의 다른 스테인드글라스에 비하면 꽤 수수한 패턴의 스테인드글라스. 나는 스테인드 글라스면 무조건 좋다. 


마리아 대성당의 성모 마리아.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고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만 들어 한참을 쳐다 보았었다. 


연짱이가 매우 열심히 찍어주었지만, 실제 색감은 사진과 비교불가할 정도로 또렷하고도 은은하다. 


벽을 장식한 패턴들은 하나 하나 정교하였고, 창에서 비쳐드는 자연광과 내부 조명이 참 잘 어우러졌다. 


스테인드글라스와 파이프 오르간도 보이고. 


천장 색감이 예뻐서 마리아 대성당에서도 연짱이는 많은 투어 노동을 하였다. 


성당 중앙 제단 쪽 모습이다. 이 때는 보수 중이어서 그 유명한 제단화를 닫아놓고 덮어놓아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이 모습을 보는데 뭐라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벅차서 아플 정도로 심장이 뛰었다. 말그대로 팔 백 년 역사의 현장 속에 나 역시 속해 있다는 감회 때문이었는지, 교회 다니는 아줌니로서 종교적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을 경험해서였는지, 혹은 둘 다였는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서부터 중앙 제단의 모든 것이 일일이 다 아름다웠다. 엄마의 부탁을 받고 연짱이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었지만, 안타깝게도 실내 조명 때문에 사진이 많이 흔들렸다. 제단 옆 모니터에서는 제단 보수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재생되고 있었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마음에 제단 쪽으로 좀 더 가까이 가보았다. 마리아 대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원래의 중세에 만들어진 스테인드글라스 중 세 개만 보존되어 있다고. 나머지는 19세기에 제작되었다. 사진 속 스테인드글라스가 중세의 것인지, 19세기에 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큰 전쟁을 겪었는데, 이를테면 중세에 만들어진 창문이 세 개나 보존되어 있다니, 그 자체로도 충분하고도 넘치도록 대단한 것 아닌가. 


제단 쪽 벽면 또한 너무 예뻐서. 


어떤 이들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음울하여 싫다고 하던데, 나는 고딕양식 마니아여서.  


요한 바울 2세가 교황으로 임명되어 바티칸으로 가기 전까지 마리아 대성당에서 주교로 봉직하였다고 어디서 읽은 기억이 난다. 국민의 90퍼센트 이상이 로만 카톨릭인 국가에서 배출해 낸 교황님이니 자랑스러울만 하지요.  


"엄마, 언제까지 천장 찍어야 돼? 나 목 아프고 허리 아파 죽겠는데."  

"인제 그만해도 돼, 연짱이."   


세상은 넓고 진상들은 참 많다. 그 비참한 오시비엥침과 비르케나우에서도 기념촬영을 하고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는 일본인 단체관광객들, 그리고 젊은 관광객들이 있었듯이, 이 아름답고 엄숙한 대성당에서도 고래고래 전화질을 하는 진상이 있더라. 사진도 찍지 않고 고즈넉히 깊은 유서를 즐기던 다른 관광객 오빠한테 나지막이 점잖고 센 욕을 먹고 조용해졌으나, 끝까지 퇴장은 하지 않고서 사진 오지게 찍던 꿋꿋한 진상 서양 아줌마도 있었다. 


차르토리스키 박물관 가기 전 일부러 '수키엔니체'를 지나쳐 갔다.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뭘까요. 

이전 11화 크라쿠프(3), 호러 아니면 애통, 중간이 없는 곳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