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의 사람들
권고사직 대상의 직원들이 여러 감정의 기복을 통해 이를 받아들인다면 모든 일이 순조로울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라는 것은 언제나 다양한 법. 다양한 유형의 직원들에 대응하는 회사의 자세는 이러하다.
협상형
보통 권고사직을 할 때에는 '위로금'이라는 것을 지급한다.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는 '2년 치 급여' '3년 치 급여' 등등이 그 위로금을 말한다. 보통의 외국계 기업은 근속연수를 N이라고 표기하고, N+2, N+3, N+6 등 회사 나름의 기준으로 위로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회사의 위로금 정책이 N+3이라고 가정하면, 10년을 일한 직원의 경우에는 10개월(N)치의 급여에 3달치 급여를 더 준다는 뜻이다. 즉 10+3 = 13개월치의 급여가 위로금으로 지급된다. 물론 회사의 정책에 따라 최대 지급개월 수가 정해져 있기도 하고 (최대 12개월까지 혹은 최대 24개월까지 등등), 기본급 혹은 일부 수당까지 포함하는 급여를 기준으로 계산을 하기도 한다.
회사의 위로금 정책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직원들은 어느 정도의 위로금이 지급될지 알기 때문에, 바로 권고사직에 동의하지 않고 위로금 금액을 협상 카드로 내미는 경우도 있다. 다른 회사는 2N이더라, 어떤 회사는 N+9이더라.. 우리 회사는 왜 N+3밖에 되지 않느냐. 받아들일 수 없다 등등이 보통의 레퍼토리이다.
하지만 위로금 협상은 어렵다. 협상을 통해 위로금 기준이 달라지면, 다음부터는 새로운 기준으로 위로금을 책정해야 한다. 이는 회사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이기에 위로금 자체를 조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아주 일부의 경우 퇴사일을 미루거나, Garden leave ( 퇴사 전까지 사무실에 출근은 안 해도 되지만 급여는 지급되는 휴가)를 주기도 한다. 협상을 해오는 직원이 얄밉긴 하지만, 어쨌거나 퇴사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기에 잘 이야기하면 사인은 받을 수 있다.
버티기형
시간이 오래 걸리는 유형이다. 이유가 없다. 그냥 본인은 회사에 남겠다는 것이다. 회사가 그런 사람들을 마음껏 강제 해고 할 수 있다면 일은 쉽게 끝날 터다. 하지만 현재 노동법은 회사에게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지만 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수 밖에는 없다. 책상을 복도로 빼는 등 드라마에 나올 법한 방법이 있긴 하지만, 요즘은 직장 내 괴롭힘 법이 직원을 보호하고 있기에 무조건 책상을 복도로 빼거나, 청소 업무를 시키는 등 터무니없는 일을 마구 줄 수는 없다.
운이 좋아 다른 부서에 자리가 있는 경우라면, 회사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부서로 발령을 낼 수는 있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 엔지니어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팀으로 발령을 내거나, 서울 영업직원을 부산사무소 영업팀으로 발령을 내는 등등의 일이다. 물론 그 직원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회사가 재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만 하지만, 직원의 급여 및 보상이 동일하다면 회사의 재량에 따라 자리가 있는 부서에 발령을 내는 것이 위법사항은 아니다.
만약 발령을 낼 수 있는 부서가 하나도 없는 경우라면, 직원은 '대기발령'을 받거나 '휴업명령'을 받기도 한다. 대기발령의 경우는 '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회사가 일을 주어질 때까지 대기하시오'라는 의미가 있고, 휴업 명령의 경우에는 '회사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니, 일을 강제로 쉴 수밖에 없소'라는 의미가 있다. 대기발령은 100% 급여가 지급되지만, 휴업명령의 경우에는 평균임금의 70% (통상임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통상임금만)를 지급해도 된다.
상황에 따라 대기발령이나 휴업명령이 돈 받고 방학을 즐기는 기분이 들 수도 있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그 기간 매우 불안하고 다른 일자리를 열심히 찾아보며 시간을 버는 편이다. 그렇게 3개월여쯤 심리적으로 서로 지쳐갈 즈음 다시 한번 협상을 통해 권고사직을 이야기한다.
끝까지 버티기형
만약 직원이 돌아갈 부서가 전혀 없어 대기발령/ 휴업명령을 내린 후에도, 계속 직원이 버틴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우에는 회사가 임의의 업무를 주고 주기적으로 평가한다. 그 임의의 업무는 스트레스가 많아야 하는 직무일 수밖에 없다. 치사하지만 직원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회사를 나가야 일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그런 스트레스가 많은 일들은 현재 본인이 가진 능력보다 조금 더 상위의 업무여야 하고,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결론이 나는 일들, 그리고 일을 행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봐야 하지만 결론은 미미한 뭐 그런 일들이다. 예를 들면 기반이 없는 시장에 신사업 계획을 세워 제품을 판매하게 한다거나,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배워 다른 사람을 교육시키게 하거나 뭐 그런 일들이다. 처음에는 끝까지 버티겠다는 마음으로 그런 일들을 해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치고 평가도 좋지 않아 결국은 저성과자 과정에 들어가거나 그 사이에 두 손 두 발 드는 경우들이 많다.
만약 강철 멘털로 이 마저도 잘 버텼다면, 다른 부서에 새로운 자리가 날 때까지 정말 끝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바라보는 다른 직원들의 시선은 어떨지 잘 모르겠다. 부당한 회사의 결정에 끝까지 저항하는 영웅일지, 아니면 열심히 일하는 일반 직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프로 민폐러는 아닐지...
고소형
조심해야 하는 유형이다. 특히 버티기형 직원들과 연관되는 경우도 많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과거의 사건들, 혹은 부당 해고나 부당 전배 등등으로 각종 노동부 제소를 하는 경우들이다. 만약 이런 일들이 생기면 회사에서는 불필요한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법률 자문을 받는 비용, 에너지 시간 등등을 생각했을 때에는 직원과 빨리 협상해서 마무리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지만, 보통 회사는 정의의 심판을 끝까지 받아보려고 노력한다. 회사가 협상하는 모습을 보이면, 앞으로 더 많은 고소와 협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는 최대한 이름 있고 힘이 있는 법률사무소와 일을 하길 원한다. 비용이 얼마가 들건, 회사는 승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승소하면 보통 직원은 퇴사를 하고, 직원이 승소하면 ( 승소할 조짐이 보이면 ) 회사가 적당히 협상을 한다. 이래저래 원치 않는 방향이다.
이외에도 능구렁이형, 오피니언 리더형, 노조 설립형 등 다양한 직원들 유형이 있지만 회사는 늘 일관성 있다. 권고사직을 해야 하는 직원을 회사에 남겨둘 생각이 없다는 것. 그리고 어떤 치사한 방법을 써서라도 직원의 사인을 받을 것!
Mission Impossible을 Possible 하게 만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