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한분께서 답글을 달아 주셨다.
'인사팀 사람들 참 잔인하네요'
가슴이 쿡 아팠다.
"나는 해고전문가입니다"라는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회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해고의 뒷 이야기를 쉽고 일상적으로 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내가 해고를 당해 억울합니다'라는 글들은 많지만 막상 해고를 통보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일, 그 일을 직접 해야만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고충 뭐 그런 것들을 브런치에서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인사팀의 해고 업무라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어쩔 수 없이 잔인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그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힘든 여정이었음을 글을 쓰는 내내 떠올렸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했던 해고 과정을 상기시켜야만 했다. 처음 브런치 북을 구상했던 당시의 글감들이 있었지만,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그날의 대화와 그날의 사건, 그날의 감정을 고스란히 복기해야 했다.
이상하게도 내가 쓰려고 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더 이상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 졌다. 글을 쓰는 것이 업무의 연장처럼 느껴졌고 해고를 하며 겪었던 힘겨움과 감정이 떠올라 글을 쓰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아 졌다.
그래서 점점 연재일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중간에 출장도 다녀와야 했고, 이런저런 바쁜 일들이 몰려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의지가 있었다면, 잠을 쪼개서라도 연재일을 지켜 글을 올렸을 것이다. 그냥 그 일들을 떠올리는 것이 힘들었다.
인사팀 사람도 직원이다.
돈벌이가 목적이 되었건, 자아실현이 목적이 되었건, 자기 계발이 목적이 되었건, 어떤 이유에서든지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은 나에게 혹은 가족에게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는 절대로 피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인사팀은 그 피하고 싶어 하는 일을 업무로 하는 사람들이다. 하고 싶지 않지만 주어진 업무이기에 구조조정을 계획해야 하고 절차를 꾸려야만 한다. 구조조정 자체에 대한 소명의식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해고 과정에서 직원들이 순조롭게 받아들이고 또 다른 미래를 잘 기획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이 나의 최선이라 생각하며 그 일을 행한다.
인사팀 직원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는 일반 직원이다.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총 8화의 글을 썼던 것 같다.
하....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