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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her Schipper Jun 14. 2023

Sojourner Truth Parsons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 개인전


에스더쉬퍼 베를린은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Sojourner Truth Parsons)의 개인전 《IF NOBODY WANTS YOU YOU’RE FREE》를 2023년 6월 8일부터 7월 8일까지 선보입니다.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는 일상에서 경험하고 개인적으로 느끼는 생생한 감각과 감정을 근간으로 작업합니다. 작가의 대담하고 화려한 색상 조합과 붓터치는 강렬한 에너지를 드러냅니다. 마치 생동감 넘치는 콜라주와 같은 작가의 화면은 색면 추상화인 동시에 신체와 동식물, 고층 건물이 가득한 도시 풍경을 표상적으로 재현합니다. 


Sojourner Truth Parsons, If nobody wants you you’re free, Esther Schipper, Berlin (2023)


Sojourner Truth Parsons, If nobody wants you you’re free, Esther Schipper, Berlin (2023)


《IF NOBODY WANTS YOU YOU’RE FREE》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가 201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으로 이사한 이후, 뉴욕 북부 시골에 머물며 마주하게 된 풍경에 대한 새로운 감각과 인상을 표현한 것입니다. 작가가 뉴욕으로 이사하기 이전의 작품에는 건축적 요소가 등장한 적이 없었습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이곳(뉴욕) 건물들은 자연이 되고, 그것들은 영혼을 지닌 기념비와 같다(Here the buildings become nature, they are like these spiritual monuments)”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도시의 풍경 또한 작가가 매일 자연스럽게 감각하고 교감하는 정신적 대상이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대담한 붓질과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의 조합을 추상적 형태로 나타내는 <New York>(2023), <Beginning of the End>(2023) , <Life knows how to live here>(2023), <Every day of winter>(2023) 등은 뉴욕 시내 격자형(grid) 거리의 화려한 인공 조명과 맨해튼의 스카이라인 등을 상상하게 합니다.    


Sojourner Truth Parsons, New York, 2023, acrylic on canvas, 254,3 x 203,5 x 3,8 cm


Sojourner Truth Parsons, Beginning of the end, 2023, acrylic on canvas 243,8 x 182,9 cm


Sojourner Truth Parsons, Life knows how to live here, 2023, acrylic on canvas 243,8 x 182,9 cm


특히 <Speed of earth>(2023)는 뉴욕 북부의 ‘얼어붙은 풍경 안에 존재한다는 것’과 같은 단편적 상황의 찰나에 발생한 미묘한 감정들을 잘 포착합니다. 작품의 화면에서 나무줄기 또는 송곳처럼 얼어붙은 고드름 같은 불규칙하고 뾰족한 형태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이 형태들은 검고 푸른 차가운 색조의 리드미컬한 조합으로 채색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더 자세히 바라보면 신체의 실루엣이 드러나고, 그 위에는 달과 같은 둥근 형태가 보입니다. 관객은 작가가 뉴욕 북부에 체류하며 느꼈을 차가운 공기, 은은한 달빛, 매서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등 공감각적인 심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의 작품은 시각적, 그리고 감정적 인상을 한 화면에 연출함으로써 보는 이에게 환상적이고 독특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Sojourner Truth Parsons, Every day of winter, 2023, acrylic on canvas, 244 x 183 x 4,5 cm


Sojourner Truth Parsons, Speed of earth, 2023, acrylic on canvas, 244 x 183 x 4,5 cm


이처럼 개인의 심경을 추상적인 동시에 표상적인 시각 언어로 구현하는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의 작품은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을 표현한 일기장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가는 예술 작품이란 “살아있는 것이며, 그 자체의 맥박을 갖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예술 작품이 진심을 담은 솔직한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15개의 작은 캔버스들로 이루어진 작품, <End of April beginning of May>(2023)는 매일 일기를 쓰는 것처럼 매 순간에 살아있는 솔직한 감정을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작가의 작품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표상인 동식물의 실루엣과 창틀, 둥근 원형 등을 통해 4월 말에서 5월 초순의 계절에서 느껴지는 시각적 인상과 감정적 인상을 담고 있습니다.


Sojourner Truth Parsons, If nobody wants you you’re free, Esther Schipper, Berlin (2023)


Sojourner Truth Parsons, If nobody wants you you’re free, Esther Schipper, Berlin (2023)


Sojourner Truth Parsons, End of April beginning of May - May 7, May 8, May 13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의 작품은 풍경 또는 환경을 관찰한 것을 단순히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이 아닌 작가가 실제로 관찰하고 느낀 것의 조각들을 콜라주해 하나의 회화적 화면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작가는 회화 작업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자투리 실로 떠주신 담요에서 영감받아 색종이를 사용한 콜라주 작업을 했습니다. 이는 작가가 색으로 형상을 구현하는 구조적 장치로 발전했습니다.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는 이것을 ‘경계성(Edgeness)’라고 표현합니다. ‘경계성’은 작가가 추상과 표상의 사이, 감정과 형식, 내적 영역과 외적 영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직관적이고 원시적인 감정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저는 경계(edge)를 매우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색상과 질감이 만나는 곳, 질감이 평면으로 이어지는 곳처럼 저는 항상 세상의 모든 것이 경계를 이루는 것을 발견합니다. 서로 다른 것 사이에 있는 경계에 있는 것은 항상 흰 피부를 가진 유색인종으로서 살아온 제 세상의 일부였습니다.”

                                                                                                                -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


“I find edges really beautiful. When I’m experiencing the world, I can’t help but see everything as an edge, as a color next to a texture next to a flatness. And as a white-passing person of color, that ‘edgeness’ has been part of the way that I’ve moved through the world interpersonally, my whole life. On an edge.”

                                                                                                      - Sojourner Truth Parsons


Sojourner Truth Parsons, If nobody wants you you’re free, Esther Schipper, Berlin (2023)



글쓴이: 이채원 (Digital Humanities, University of Cologne)


Photos: 

© Andrea Rossetti 

© Sebastiano Pellion di Persano 

© C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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